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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날 주간에
    횡수설설 2009. 6. 19. 11:55

    NPR(National Public Radio)를 틀으니

    6월 21일 미국의 아버지 날을 맞아 주간 특집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오늘 프로그램에선

    아버지란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신용이 없는 직업으로 

    중고차 딜러나 국회의원보다

    더 신뢰할 수 없는 이름이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가장으로서 권위를 갖추고 

    인자하게 정을 쏟는 이상적인 아버지상에 대한 기대와

    가족부양의 의무를 당연시 하는 우리 사회가 아버지들에게

    쉽게 씌우는 누명일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

     

    자식을 가질 수 없던 형이 동생으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들을 낳은 후 

    아들에게 그 사실을 숨기느라

    삼촌은 거짓말장이고 그가 하는 말은 아무말도 믿을게 못된다며

    절대 삼촌을 닮지 말라고 삼촌을 멀리하게 했던 아버지가 죽은 장례식 날

     

    '내가 너의 육신의 아버지'라고 고백한 삼촌의 말에

    당시 열두살이었던 주인공이 받은 충격과 그 후로 부터

    오십 중반이 되기까지에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에서 오는 방황의 이야기.

     

    난폭하고 무서웠던 아버지가 자신의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은근히 삼촌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기도 했다면서

    마음속에서 두사람 중 하나로 때에 따라 

    아버지를 이리저리 선택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사회에서 성공한 멋진 사람들이

    내 아버지가 아닐까하고 꿈꿔 보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오십세 중반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삼촌이 친부임을 확인 받고 나서는 

    의혹을 파헤친 개운함 대신  

    길러준 아버지를 배신한 것 같은 죄의식에 다시 시달렸다고 한다.

     

     

    낳아주고 길러준 아버지가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마음고생을 하고 산 이야기다.

     

     

    두번째 이야기

     

    가족을 멀리하고 연구에만 매달리던 대학교수인 아버지가

    주인공이 십대 초반이었을 때 가족을 떠나가서

    쎅스와 마약 속에 파묻혀 살다가 나이가 든 지금엔

    외계인과 접촉을 시도하는 연구소를 차리고

     

    '당신이 외계인이거나

    외계인을 접해 본 사람이나

    외계인의 통신 매체로 사용되고 있다면

    전화, 이메일, 아니면 우리 연구소로 직접 방문해달라'는

    문구를 내건 아버지의 블로그에 대해 이야기했다.

     

    잡지사 편집장인 그는 아버지의 외계인 찾는 작업을 

    아버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직접 취재하러 갔다가 

    결국 외계인과 통신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가짜임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난 후

    부자간의 대화를 육성으로 라디오에 실었다.

     

    실망했느냐고 묻는 아들의 질문에

     

    알루미늄 호일로 된 모자를 외계인과 통신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그 사람이나

    외계인과 만나겠다고 매일 기다리는 자신이나 

    같은 부류의 사람이지 않겠냐면서 

    차라리 그런 사람을 하나 발견해서

    오히려 위안을 받았다는 아버지의 답변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지구상의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느 한사람 자신을 이해할 사람을 못 찾아서 

    외계인을 찾아 소통을 시도하는 사람으로

    그의 외계인을 찾는 노력은 

    마치 신을 향한 간절한 기도 같은 것이라고 

    연민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는 말로 끝을 맺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정상적인 부자 관계를 갖지 못한 경우로 

    두 사람 다 

    아버지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했고

    성인이 된 지금 자신들이 아버지가 되어서

    객관적으로 아버지를 조명하고

    인간적으로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

     

    아버지들도 한없이 불완전한 하나의 사람임을 인정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함으로 자신들을 품는 노력이기도 하겠다.

     

    *   *   *

     

    젖가슴이 없어 아이들과 살을 덜 맞대고

    밥벌이 하느라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들

     

    자식들에게 편안한 그늘과 

    강한 방패막이가 되어야한다는 사명 때문에

    때론 많이 초라해지고

     

    많이 외로울 수 있는 직업이겠다. 

     

     

    돈벌이 기능이 멈췄을 때

    무용지물로 초라해지는

    주변의 아버지들 몇 사람도 생각나는 날이다.

     

     

     

    E.T._near_Moab_2[1].jpg

     

      

     

     

    이천 구년 유월 십구일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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