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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을 지탱하는 것들
    횡수설설 2008. 9. 24. 14:10

    해도 너무했다.

     

    여름을 기다리다 어느 덧 가을의 중턱에 왔으니

    올핸 여름이 없었다.

     

    토마토는 잎만 무성한 채 몇개 달린 것은 작고

    푸르딩딩한 채 익기는 글렀다.

     

    오이는 꽃은 고사하고 손도 한 줄기 못 벋어 보았으니.

     

    동네에선 도무지 과일이 자라지 못했고 그나마 작은 것도 익은 것이 없이

    벌써 찬바람이 인다.

     

    아마도 몇십년 만에 한번 씩은 꼭 있다는 흉년이 이 고장에선 올해인가 보다.

     

    저녁엔 부씨 대통령이 나와서

    700 빌리언 달라나 드는 금융가 구조책을 통과 안 시켜주면

    이런저런 경제적인 악재들이 도미노 현상으로 발생할 거라고 거의 

    자신도 공포감에 질린 사람처럼 얘기한다.

     

    숫자가 저 정도되면 천문학적이지 하고 아득한 명왕성쯤 생각하고 셈을 거둔다.

     

    저 대통령 되고 나서 팔년간 

    참 갖가지로 골고루 여러면에서 미국의 위기감을 느끼곤 했는데

    이젠 경제까지도 철저히 바닥을 냈구나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되는게 아니고

    우리 세태가 뽑아 올리는 거라고

    그래서 대통령의 잘못은 그를 뽑은 세류의 책임이라는데.....

     

    내가 속한 베이비 부머 세대는

    전대에 없는 부를 축적하고

    무진장한 물질의 풍요속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아메리칸 욕심(greed)과 섞어서 혼동하고

    무작정 부를 위해 달려 온 세대다.

     

     

     

    문득

    십년 남짓 전에 읽은

    콜럼비아 대학 영문학 교수 앤드류 델방코의

    진정한 어메리칸 드림

    -희망에 관한 소고-

    <The real American Dream

    -A meditation on Hope-

     

    Andrew Delbanco, Harvard Press>

     

    라는 책이 떠오른다.

     

     

    이민자들의 문화로 시작된 미국이란 나라에서

    미국인들은 신(종교), 국가, 개인으로

    그 꿈의 대상을 변천해가며 숭배해 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메이 플라워 호를 타고 온 청교도들을 시조로 해서

    처음 이백년 간은 신에게서 희망을 찾았고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남북전쟁은 미국의 원죄인 노예제도를 청산하려는 신의 의지가 개입된

    전쟁이라고 의미를 준 링컨 대통령 이후의 미국인들은

     

    만인이 평등한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희망을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 건립과는 먼 미국의 사회적 현실에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저항한 큰소용돌이를 거치면서

    국가에 대한 희망이 퇴색하고

     

    근래엔 전자 통신 산업 혁명으로 전대에 없던 부가 생성, 축적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지상주의와 육체 향락에 탐익하며 개인은 자신에게 집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질주의와 관능주의는 만족감을 못 채워주고

    개인을 황폐시켜 소외감과 우울감을 안겨주게 된다고 경고하고

    삶을 지탱할 궁극적인 희망의 소재와 

    미래를 위한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에의 방향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  *  *

    책이 나온지 십년이 채 안되는데

    그 동안의 미국은 참 많이 변했다.

     

     

     

    911 여파로

    네오콘의 국수주의와

    극우 보수 기독교파가 지난 팔년간 미국의 정치판을 좌우했다.

     

     

    이락전으로 생떼같은 젊은 목숨들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풍요로 풍청대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게

    오늘 저녁엔 대공황 때 같은 공황이 온다고 

    노심초사들이다.

     

     

    절망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기필코 새로운 

    희망을 떠 올린다.

     

     

    절망인 것 처럼 보일 때는

    이미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때이리라.

     

     

     

    그러고보면

    세상은  삶이라는 큰 흐름을 향해 

    그 나름대로의 자정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풍요도

    빈곤도 순환의 한 부분인 것을....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큰소리를 내며 집모퉁이를 도는 밤바람도

    더이상 스산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천팔년 구월이십사일

     

    어수선한 밤에 희망을 보며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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