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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희
    내 이야기 2006. 8. 9. 01:00

    환희    2008/05/29 00:40 추천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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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희 (ecstasy)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지 않았어요.

    눈을 보러 유타와 콜로라도의 산과 들을 찾은 사람들에겐 실망스런 겨울이었지요.

    마침 와싱톤 디씨에선 빌 클린턴과 뉴ㅌ깅그리치의 두 커다란 자아가 팽팽히 맞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 통에 유례없이 미국의 모든 국립 공원이 문을 닫았구요.



    그 침통하게 문 닫은 국립공원들을 눈앞에 놓고 지나치면서
    볼 것을 찾아 빈 들을 헤매며
    콜로라도의 듀랭고(Durango)라는 곳에 갔지요.

    거긴 유타보다 더 눈이 없어서 
    마을 주변이 한산하기가 마치 유령 도시 같았구요.


    계곡의 입구에 온천장이 몇군데 있었어요.

    미국이나 캐나다의 온천은 노천에 최소한의 세멘트로 수영장처럼 만들어 놓아서 
    온천욕을 하면서 산과 들을 볼 수 있어요.


    파고사(Pagosa)라는 온천장에도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미지근한 온도의 수영장 크기의 탕에 고작 몇몇 그 지방 사람인듯한 노인들이 
    느릿느릿 수중 운동하고 있을 뿐이었어요.

    천연의 온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좀 작은 탕에는 저 혼자 밖에 없었구요.

    수온이 높아 몇분간 들어갔다 몸이 노근해지면 풀장가의 세맨트 바닥에 엎드려 
    차가운 겨울 공기에 몸을 식히고는 다시 김이 멀멀나는 뜨거운 물로 들어가고.

    점점 물을 드나들며 노는 물개처럼 물과 뭍이 자유로와졌어요.


    한참을 그러다보니 몸과 맘이 다풀려 
    내 심장뛰는 소리에 작은 겨울 새들 노래 소리 섞어들으며 
    내가 누군지 어디와 있는지 잊어 갔지요.


    그러다가 깜빡 엎드린 채로 잠이 들었던가 봐요.

    -- -- -- --


    ‘너무 오래 나와있으면 감기 들어.’
    낮은 음성이 나를 깨웠어요.

    그녀는 이곳이 아주 익숙한듯 곧 다른 물개가 되어 물을 가르며 헤엄쳤어요.

    ‘이동네 살아?’

    ‘응, 요 언덕 넘어 다음 골짜기에 살아. 
    아침에 호텔에 청소하러 왔는데 일거리가 
    별로 없어 일찍 끝났어. 
    눈이 없으니 영 사람들이 안 와.’

    담담하게 남의 일 처럼 말했어요.

    둘이는 한동안 각자 말없이 뜨거운 물과 찬공기에 번갈아 열중했어요.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씨익 편하게 웃곤했어요. 
    옆에 누가 있으니 
    내 수영도 좀 활기차 졌구요.


    ‘이런데 사니 참 좋겠어.’

    ‘응, 그런데 여름하구 가을엔 더 아름다와.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거든. 
    저기 보이는 언덕있지? 
    저기가 온통 꽃밭이라구. 상상해 봐?’

    그녀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마다 즉각즉각 철 따라 온갖 색갈의 
    들풀꽃들로 아름답게 덮여졌다.
    황량한 겨울 빈들에서 
    그녀는 내게 들판 가득한 꽃들을 보여줬다.

    ‘봄 부터 가을까지 집 뜰에서 작은 꽃밭을 가꿔. 
    이동네 몇몇 여관(bed and breakfast)들에 아침마다 꽃을 바꿔 꽂는게 
    내 직업이야.’

    ‘지난 여름엔 산불이 나서 집 주위의 숲을 많이 태웠어.
    한 백년 가까이 되는 활엽수들을 몇 백그루나 잃었는지 몰라. 
    내가 아무리 오래 산다해도 내 생전에 
    거기에 그런 큰 나무들이 다시 돌아오는 걸 못 볼 거야.’

    아 우리는 나무보다도 짧게 사는 것을.....

    올해는 수입이 줄어서 걱정이겠다는 내 염려에 

    ‘그로서리 좀 줄이고 이런 저런 불필요한 거 안 사면 살아남을 수 있어.’
    그게 자연적이야. 
    들도 숲도 그 사이에 사는 동물도 그 수확에 해걸이를 하거든. 

    몇년에 한번씩은 심한 가뭄도 있고. 
    홍수도 나고. 

    그래도 견디면 살아남아.’

    그녀는 저 쪽 들판이 그리는 완만한 지평선처럼 편하게 말했다.

    ‘그래도 여긴 철따라 너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외롭지 않아서 좋아.’

    전엔 아리조나 사막에 살았어. 
    차로 한시간 가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정말 하루종일 사람 구경 못하는 날이 더 많았어. 
    들쥐랑 전갈도 
    다들 나 처럼 살아있다는게 반가운 곳이야.'

    '그런데서 어떻게 살아?'
    '참, 하루 지내기가 힘든데지.

    근데 거기엔 하늘이 너무 아름다와.
    사막의 지평선에서 해뜨는 거 봤어? 

    땅거미 질땐 참 숙연해지고 거룩한 느낌이 오곤 해.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구나 하고. 

    그 느낌으로 내가 살아있는 걸 실감하곤했어.’

    ‘사막의 별들은 수도 많지만 하나하나 그 맑음이 비할데가 없어.’

    ‘왜 그럴까?’

    ‘주위에 아무 것도 없이 비어서 그럴거야. 

    마음도 텅텅 비고’

    나는 눈을 감고 그녀가 보여주려는 그 별들을 별빛을 보려고 자꾸 애썼다.

    문득 그녀의 얼굴을 봤다.
    나이가 안보였다. 
    색이나 형체보단 느낌만 보였다. 
    바위처럼 편안하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우리가 나눈 대화는 영어였던가 
    어떤 언어였던가?
    음성에 실은 언어였던가? 
    마음이던가?




    아 

    기적 처럼 눈꽃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리고 곧 퍼얼퍼얼.

    ‘아주 큰 눈이 내리겠다. 며칠 계속 올거야.’

    눈송이들이 빨갛게 데운 뺨에 차갑게 떨어졌다.

    우리는 뜨거운 물 속에서 눈 오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크고 부드러운 눈송이들이 마구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는 하늘을 계속 올려다보노라니 
    어느새 두발이 둥실 떠
    눈오는 하늘 속으로 무한정 빨려 들어만 갔다.
    기쁨이 벅차 올라 목근처에서 슬픔처럼 
    터지며 왈칵 눈물이 났다.

    정말 큰 눈이다. 

    금새 들이 하얗게 덮이고 
    그 순백의 벌판 위를 
    눈들을 따라 
    한없이 떠다녔다.

    마음도 몸도.

    * * * * * * * * * * * *



    교포아줌마 올림


    * 2001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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