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타임스 스퀘어에서 올가을 부터 뉴욕에서 공부하는 아들과
'마마 미아(Mamma Mia)'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중에 아들이 브로오드웨이 쇼우 대신에 자신의 걸프랜드를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우리 부부 이게 웬 떡이냐 화들짝 놀라 물론이지, 마마미아는 다른 도시에 가서 봐도 된다고 얼른 열에서 빠져나와서 제가 한다는 말.
'Is she a girl?' 'Mom!!! What are you talking about?'
셋이서 싱겁게 웃었습니다. 여자 친구라는 말에 너무 반가와서 어떤 아가씨일까 하는 온갖 의문이 한마디에 뭉뚱그려져 그렇게 바보같은 질문이 나온걸 아들도 금방 이해한것 같습니다..
드디어 약속 장소로 나타난 아들의 여자친구!
* * *
너
어디서 온 귀한 영혼인가? 지구상 그 많은 젊은이들 중에 어떻게 우리 아들과 만나 귀한 젊은 날들을 이렇게 함께 엮어가고 있는가?
눈이 맑고 웃으면 미소가 환히 밝아지는,
아들과 눈 마주치면 눈가가 순해지는 아가씨
이 아름다운 사람의 나타남이 놀랍고 고마와서 식탁 밑의 남편의 무릎을 툭툭 차며 마음을 진정시키며. 행여 부담 줄까봐 좀 거리를 두어 칭찬한다는 내 말,
'학급 학생들이 참 행복하겠네. 이렇게 예쁘고 친절한 선생님을 가져서!'
브루클린의 좀 험한 이웃에서
공립학교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사라(Sarah)는 환경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다 천사들이라고 새내기 교사 생활의 즐거움을 못감춘다.
그 날 남편도 사라의 존재가 너무 기뻐서 모쪼록 잘 해주어서 오래 좋은 관계를 맺으라고 아빠로서 아들에게 좋은 애인 모범 보이느라 난생 처음으로 식당에서 엄마 의자 빼어주다가 '아빠 왜 갑자기 안하던 일을 하고 그러세요?’ 아들한테 놀림 받고 이제부터 엄마한테 잘 할려구 하니까 너두 따라 하라고 그런다 어설픈 변명도 하고.
* * *
아들아 'Mom, How do you like Sarah?(엄마, 사라 어때?)" 하고 물어주어 고맙다. 아주 좋은 아가씨구나,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너희 둘의 관계이지.
고등학교 이학년 때 너 첫사랑 할때 밤을 새서 전화통에 매달린 너에게 그만 자라고 타이르니 'Mom, You are not the most important woman in my life anymore.’ 하며 껍질을 깨고 나가려는 십대 후반 아들을 둔 이 엄마의 위치를 명왕성 넘어 아득한 곳으로 아찔하게 날려보내던 아들아.
그 후 실연을 하고 다친 짐승처럼 끙끙대며 홀로 상처를 아물리고 훌쩍 많이 깊어진 얼굴의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아. 물론이다, 스물 둘 네 나이에 엄마가 네 생활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야 되겠니? 내가 너에게 가장 중요한 여인이 아닌것이, 너의 성장이 반갑고 흐뭇하구나.
엄마 아빠는 사라를 만나고나서 현재의 네가 지닌 가치관이 어떤지 알게 되어 많이 안심이 된다.
사람은 자기 키만큼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거 아니냐?
하지만 참 좋은 아가씨라는 것 보다도 더 중요한 건 너희가 사랑하는 사이란 것이다.
그걸로도 충분히 엄마 아빠에게도 고맙고 귀한 사람이구나.
첫번 입맞춤한 남자와 결혼해 너를 낳은 이 구닥다리 엄마는 너희 21세기 젊은이들의, 그것도 뉴욕에서 엮어지는 사랑에 아무런 조언을 줄 것이 없다.
너의 젊음은 오직 너의 것이므로.
그래도 혹시 네가 묻는다면 동서고금 변치 않을 말 한마디만 할까?
너희 둘 사랑의 앞날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둘이 사귀는 동안엔 관계에 성실하거라. 불성실은 생의 낭비로 이어지고 서로 간에 상처가 되어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상처를 아물리는데 많이 쓰더라.
오늘도 사라와 네게 건강하고 기쁜 젊은 날이 되길 기원한다.
엄마가
교포아줌마 올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