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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라벤다가 준 것-베이비 알파카 털실-농장주변이야기 2014. 11. 15. 17:33
리디아한테서 전화가 왔다
약간 들뜬 목소리로.
드디어 내게 줄 알파카 털실들이 만들어졌다고.
칠월초에 라벤다를 잘라갔으니 넉달 반 만이다.
너무 시간이 오래지나서 포기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래, 한 두시간 쯤 후에 갈께.
불야불야 단팥앙금에 잣을 넣어 쫄깃한 단팥모찌를 만든다.
* * *
리디어가 우리 라벤다 들에 올때 오트밀 쿠키를 만들어왔었지
방금 오븐에서 꺼내 오느라고 좀 늦었다며.
시어머니랑 같이 따끈한 쿠키를 가져와서 라벤다를 따는 고마움을 표했다.
새로 오픈한 털실 만드는 공장(fiber mill) 에 라벤다 색과 향을 겻둘이고 싶다고.
아주 많이 따가서 온통 라벤다 향에 취하고 싶다고.
그리고 그 댓가로 내게 털실을 주겠다고.
그렇게 칠월의 맑은 여름날 라벤다가 한창인 들에서
오트밀 쿠키를 먹으며 라벤다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화기애애
뚝딱거래를 했었다.
* * *
우리 섬에는 동물들이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이 산다.
염소, 말, 닭, 오리, 거위, 알파카, 라마, 돼지, 소, 당나귀...
또 어떤 동물이 누구네 숲속 깊숙이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양털용 양이나 알파카 또는 털이 길고 부드러운 애완견에서 나오는 털을 손수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어
털모자, 털스웨타,털양말을 짜서 몸에 두르는 여인들의 모임이 있다.
리디아도 그 모임의 회원인데
어느날 재래식 털실 공장을 만들고 싶다는 데 마음이 동했다고.
남편의 적극적인 응원과 플로리다에서 원정까지 와 톨톨 뛰는 두 어린 아들을 가진 며느리의 사업을 돕는 시어머니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자그마한 집을 구해
미국내 거의 폐기되다시피한 구식 털실만드는 기계들을 방방곡곡을 찾아 구해서
털에서 시작에서 매끄러운 털실이 만들어지는 작은 공장을 차렸다.
그동안 손으로 털실을 꼬느라 창고에 밀리고 쌓인 털(fleece) 들이
이 작은 공장에 오면 매끈한 털실들로 바뀌어지는데
현대식 털실 공장에 비하면 속도도 느리고
드는 인건비랑 시간을 생각하면
여간 비효율적인 설비가 아니긴 하지만.
손을 떠나 기계에 처음 의지하던
원시 공장에 대한 향수에서인지
자신의 동네에서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자신이 기른 동물의 털이 털실로 만들어지는 걸
보는 즐거움이 있다.
속도?
모든 걸 느릿느릿하게 늦추며 그 과정을 즐기고 사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많다.
* * *
리디어네 공장은 흡사 우리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축쳐진 이불 속 솜을 보송보송 부품하고 보드랍게 틀어주는 솜트는 집 같다.
맡겨진 털들은 첫 단계로 이렇게 펼쳐서 손으로 하나하나 털에 붙인 짚푸라기나 이물질들을 골라낸다
이과정을 skirting이라 하는데 스커트처럼 펼쳐놓는다.
그리고 세탁기에 넣어 빤다.
이때 양모에 진득진득 붙은 라놀린 기름이 빠지는데
알파카털은 라놀린 기름이 없다.
빨고난 털은 우리나라 솜트는 집의 기계같은 데다 넣고
아주 폭신한 털덩어리로 부품하게 몇번이고 틀어낸다.
그렇게 틀어낸 털솜을 가는 실가닥으로 꼬아서
두겹, 세겹을 함께 모아 또 꼬아서 털실이 만들어진다.
공장 앞에는 작은 가게가 있어서 동네사람들의 작품들을 팔기도 하고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털실을 맡겨 놓고 팔기도 한다.
* * *
단팥 모찌를 만들면서 털실을 갖는다는 설레이는 마음에 고마움에 손이 영 굼뜬다,
나 참.
네가 원하는
섞이지 않은 브라운 칼라에 까끌거리지 않는 보드라운 베이비 알파카털로 만들었어.
마음에 들려는지 모르겠어.
와 너무 좋아.!!
(I love it!! 리디아)
모찌 꾸러미를 풀며 처음 먹어본다는 리디아
입에 허옇게 녹말가루를 묻히며 눈이 휘둥그레 진다.
와 이거 너무 맛있다.
한개를 후딱 먹어치웠다.
나머지는 집에가서 뭍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 깜짝 선물로 준다고.
둘이 입이 귀까지 찢어져서 포옹하고 헤어졌다.
내년에 또 라벤다랑 털실이랑 바꾸자고 구두로 재계약하고.
돌아오면서 남편 스웨타를 구상해본다.
내년에 얻는 털실로는 내것을 짜 입어야지하다가
내년이 되면 생각할 일이다.
이천십사년 십일월 십오일
농한기에 실실 실갖고 노는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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