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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지개 선 저녁들
    농장주변이야기 2014. 6. 21. 02:57







    어제 하루 종일 비 오락가락한 날


    해지기 직전 서녘 하늘이 열리고 해가 나오더니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뿌리 부터 슥슥 무지개 다리가 솟더니

    금새 저쪽 들에 다리를 내려


    동그란 무지개가 떴다


    그것도


    세겹 무지개가.










    이번 봄은 무척 바삐 지냈다.


    포도덩굴 순을 따는 일에


    텃밭에 모종 옮기기


    온실에 오이랑 토마토 고추등  들여놓고

    정성들이기



    밭의 상추는 이미 너무 무성해서

    수확하는 손을 저만큼 앞질렀다.









    텐트 캐터필라(tent caterpiller)라고 나방이 애벌레들이 섬에 성해서
    웬만한 과수들은 싹나고 꽃이 피기도 전에 다 갉아먹고

    나중엔 커다란 낙엽수들 까지 송두리째 갉아먹어서 가지만 남겨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까지 애벌레 깨어나는 가지 잘라 불사르는 일 하다보니

    하도 뒤로 젖히고 위를 보느라 
    목이 다 뻣뻣해졌다.

    이젠 맨손으로 덥석 집어낼 정도로 익숙해졌다.


    먹이가 많아 그랬는지
    요즘 새끼들을 데리고 비행 연습하는 어버이 새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올핸 무어든지 성하다


    풀꽃도 예년에 비해 더 흐드러졌다.


    뤠즈베리가 붉게 익기 시작하고
    크고 작은 새들이 모여오기에

    꼼꼼하게 들어갈 틈 없이 그물을 치는데
    가슴 붉은 종달새 한 마리 와서 빼액빽 항의한다.

    우린 뭐 먹고 사느냐고 
    이제까지 나도 눈으로 농사지으면서 기다렸는데
    해도 너무한다며.^^


    들에 널린 블랙 베리 좀 있으면 익을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라
    나도 이걸로 쨈 만들어 
    마음가는 사람들이랑 나눠먹으려고 
    열심히 가꿔왔거든.

    대신 블루베리는 올해는 확 열어둘 계획이다

    작년에 엉성하게 그물을 쳤더니
    작은새가 먹다가 발이랑 날개가 걸려
    서너마리 사상자가 났기에
    애처로왔다.








    밭에 심은 푸성귀를 샐러드밭 삼아 단골로 드나들고
    라벤다를 갂아 둥지를 트는 토끼들도 칠년 싸이클로 그 수가 많고
    그에 맞추어 토끼를 먹는 코요데들도 칠년 싸이클로 수가 많다고 한다.


    누군가는 손님이 블랙 랩(black lab) 애견을 데리고 놀러왔는데
    숲으로 들어 간 개가 며칠 만에 그만
    머리만 남아 있더라고.


    자연의 싸이클은 그렇게 돌고 돈다.


    이 많은 나방이 애벌레들이 나방이가 되면 내년엔 
    내 등에도 애벌레들이 고치를 짓지 않을까
    등이 스멀스멀 징그러움에 움추려지는데


    올겨울엔 혹한이 예상되어 나방이 알들이 거의 다  죽을 거라고도 한다.


    내년 걱정은 내년이 되면 하고
    겨울 걱정은 겨울이 오면 하고



    아 
    오늘은 
    무지개에 취하는 저녁.^^




                                                                               
     

     

      











                                        













    이천십사년 유월 십구일


    오랜만에 찾아온 보고싶은 친구처럼

    무지개가 선 들에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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