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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가을 걷이 -활련화 씨방 피클 담그기-
    농장주변이야기 2014. 11. 13. 07:26

    지난 봄 우리 동네에 야생에서 먹을 것을 찾아내고 주워 먹는데

    달인인 사람이 와서

    우리 동네에서 따고 주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식별 채취하는 강의를 했다.


    영어로 foraging 이라하는데

    이는 자연에서 먹을 것을 찾아 먹는 행위이다.


    해안가에 밀려온 미역, 다시마...

    모래뻘 속의 조개, 우렁이...

    들에 핀 민들레, 우엉, ....고사리,고비  각종의 열매들

    블랙베리등 먹는 베리들을 알려주어

    사시철철 공짜 먹거리를 찾게하는 훈련이었다.



    온갖 야생동식물의 채취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별 웃기지도 않는 강의이리라

    그것도 거금을 내고.


    아무튼 그 강사가 다녀가고 난 후로 

    경제적으로 식료품 값을 걱정 할 필요가 없는 내 친구들 중에는 빈 바구니를 들고

    물 빠진 개펄로 풀이 무성한 들로 버섯이 마구 돋은 그늘진 숲으로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생겼다.


    저녁거리를 위해 들로 숲으로 해매는 사람들.^^



    어디 사람뿐이랴

    동물들은 먹이를 얻기 위한 수단이 foraging인 것을.


    아득한 옛날 인류가  오랫동안 수렵, 채취 생활로   

                DNA에 각인된 습관애 대한 아련한 향수에서일까


    수퍼마켓마다 산처럼 쌓인  똑 같은 식품들에 식상해서일까


    넘쳐나는 음식물들에 건강에 위협을 느껴서일까

    손만 뻗으면 닿는 음식들에 허기질 틈이 없어 허기를 구하느라 쏘다니는 걸까?


    자원고갈의 미래에 대한 우려에서 나오는 생존을 위한 기술 습득 차원에서일까


    이런저런 시대적 배경이 합쳐져


    이런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나는가 싶다.




    *   *   *






    십일월에 들어서도 온화하던 날씨가 며칠새로 차가와지고 어젯밤엔 영하로 떨어졌다.


    어제 서둘러 밭에 남은 것들을 둘러봤다.


    얼면 그만 물러터질 


    대파가 숲을 이루고 있고

    풋고추도 더러 달렸고


    파는 잎을 채썰어 냉동고에 얼리고

    뿌리는 큰 화분에 심어 온실로 옮겼다.


    부추도 더러 온실로 옮기고.


    며칠 내린 비로 내 키보다 큰 해바라기 만해진 아욱을 건드리니

    부드럽게 툭 부러진다.



    연하기도 하네

    멸치, 다시마, 버섯, 새우 국물내고 된장국을 끓였다.

    지난 여름 저 남쪽  바닷가에서 잡아온

    큰 맛살조개 같은 razor clam을 곁들이니

    맛이 그만이다.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더라면 여름에 잡초마냥 열심히  뽑아버리던 그 많던 아욱들

    국으로 끓여 먹을 걸.


    날이 차져야 따끈한 국 생각이 나니

    당연 아욱국은 가을에나 끓이지 싶다, 내년에도.


    그래서 가을 아욱국은 며느리도 안준다고들 했을까?


    별꼴


    맛있으면 며느리는 안준다는 그 마음의 뿌리는 무언가?

    아욱국 맛 버리기 전에 생각을 멈춘다.







    봄에 기대에 차서 먹지도 않을 걸 더러 심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아티초크( artichoke)다

    엉겅퀴 과에 속하는 식물로

    보랏빛 연한 꽃이 늦가을에 핀다.


    따서 쪄 먹으면 딱 맞게 영글었는데

    먹을 사람이 없다.

    서리에 그만 얼어 스러지면 내년을 위한 거름이 되겠지.

    다행히 얼지 않고 남아 꽃피우면 꽃보고. 그러지 뭐.



    여름 내내 샐러드 위에 심심챦게 오르던 활련화 꽃이 아직도 무성하다.







    노랑 과 주황의 활련화가 피고 난 뒤엔

    파란 씨가 맺힌다.





    씨로 영글기 전에 따서

    소금, 식초 물에 피클을 담았다.



    긴 겨울날

    새콤맵싸한 맛으로

    화려했던 여름을 기억하게 하리라.

























    이천십사년 십일월 십이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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