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 하시는 것 아녀요? 오늘 아침엔 하늘을 향해 눈을 살짝 흘겼다. 벌써 유월인데요. 이렇게 줄창 비를 내리시다뇨? 밭에 가니 오이모종 심은 것들이 빗물에 곯아 다 물러터졌다. 빗속에서 하릴 없이 뜰을 구석구석 돌아본다. 퇴비 더미도 돌아보고. 밤새 비에 또 독당근풀이 돋아났는가 하고. 거긴 스스로 바람 타고 오든지 또는 새들이 데려와서 자리잡는 손님풀들을 어마나 햐고 반갑게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집 둥글레나 은방울꽃은 그렇게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와서 산다. 이 사랑방에 언제부턴가 둥글레를 내몰고 독당근이 허옇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둥글레풀, 오른쪽 으로 독당근풀이 보인다.> 지난 번 크리쓰가 우리 들에서 처음 발견한 이후 참 많이도 번졌다. 너 이거 뜰에 두면 안되는 풀인 것 같애. 가만있자, 포이즌 햄락(Poison Hemlock, 독당근풀) 이면 줄기에 붉은 기운이 있는데.. 살펴보니 영낙없이 독당근이다.
<독당근풀> 소크라테스의 독배가 이 풀로 만들어진 것 아느냐고. 아니 몰라 유명한 자살 동호회 명칭도 햄락 쏘사이어티(Hemlock Society) 야. 에그 무서워 이 독에 살갗이 닿으면 감각이 없어지고 굳어져 소크라테스도 발 부터 굳어져 올라오다 샅 부분에 까지 마비될 때 문득 암탉 한마리 갚을 게 있다고 제자에게 당부하고 운명했다쟎아. 이그 끔찍해. 몸이 바짝 조여들고 목이 움츠려든다. 나 그런 거 안 알고 싶어. 잎이나 뿌리가 털이 무성한 야생당근 같이 생겨서 잘못 알고 캐먹었다가 가끔 사고도 난단다. 지난 번에 캐써린도 염소 우리 근처의 독당근풀들을 제거하고 그 손으로 쌘드위치를 먹었는데 입술과 혀가 뻣뻣해지고 며칠 아팠다고 더 엄포를 놓았다. 얼마나 독이 치명적이면 아이리시들은 이걸 악마의 죽( Devil's Porridge)이라고 하겠냐면서. 지지난 해 봄에 뤤디네 목장 옆에 수북이 핀 하얀꽃 더미가 잔잔하다고 일부러 차를 멈추고 감상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빨리 동네를 휩쓸 줄은 몰랐다. 카운티에서도 뒤늦게 제거 작업에 나서서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에는 제초제에 맞은 포이즌 햄락들이 죽느라 축축 늘어져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을 경우 심하게 아프거나 치명적이 되고 풀을 먹은 동물이 낳은 새끼들이 기형이 될 수도 있다고. 어제 들일 도와주는 이그나시오가 오는 날을 잡아서 반나절을 빗속에서 독풀을 뽑았다. 이년생이라서 뿌리 째 뽑지 않으면 또 나오기에 그리도 번식력이 좋단다. 자잘한 꽃이 맺어내는 씨는 마른 상태에서도 칠팔년을 견뎌 싹을 낼 수 있다고. 정말 독하기도 하네. 뜯기면서 내는 맵싸한 냄새가 여간 머리 아픈게 아니다. 마스크도 쓸 걸 그랬나보다. 다 뽑으니 커다란 드럼통으로 세 개쯤의 분량이다. 퇴비 더미에도, 쓰레기 메우는 곳에도 버릴 수 없다. 꼭꼭 다져 검은 비닐백에 넣고 밀봉하여 여름동안 해 아래서 열로 쿠킹할 만한 곳에 두었다. 열에 독이 효력을 잃는다고. 문득 생각나는 시외할머님 말씀 세상이 힘들어지면 독풀이 성한단다. 어느해 봄 과수원에서 우연히 독풀을 발견하고 그러셨다. 힘든 세상 어떤 세상을 말하셨을까 나쁜 것 옆에 있어서 그런가 기분이 영 찜찜했다. 지구상에 나는 풀들엔 먹는 풀도 있고 독풀도 있다. 네이티브 어메리칸들 책에서 읽은 건데 독풀 옆에는 항상 그 독을 제거할 풀이 있다고. 뽑은 자리 옆을 보니 역시 불청객이지만 빛고운 양귀비, 야생갓, 민들레, 고들빼기, 질경이풀들이 있다. 어느 것이 독당근의 해독풀일까 시외할머님이 보시면 아실 수 있으실까. 오랜 수렵, 채취 시절 몸으로 직접 때워 얻은 소중한 경험의 축적들과 우리는 너무도 단절되어 살고 있다. 기분전환할 겸 벌써 사반세기 동안 사는 곳 마다 데리고 다니는 줄기 끝에 열매가 달리는. 이집트 파 (Egyptian onion, 일명 아가업은 파 Piggyback onion) 들을 정답게 들여다 보았다. 처음 산 집의 주인이 원예가라서 희귀한 풀들이 많았다. 이사갈 때 새주인한테 허가를 얻어 종자를 몇개 따 가서 캐롤라이나의 이웃들과도 나누고 여기까지 데리고 와 종자를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이집트 파> 작은 양파 모양의 열매가 더 커지면 알알이 따서 센불에 볶아 먹으면 단 맛이 난다. 조금 있으면 수확할 수 있겠다. 독냄새 때문인지 독을 만진다는 긴장감에서였는지 머리까지 띠잉한 것 같아 내가 잘 아는 순한 질경이랑 민들레랑 그리고 빗속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한참이나 보고 다녔다. 붙이는 말: 독당근풀은 독풀 부자처럼 아주 소량으로는 약용으로도 쓰인다고. 마비시키는 효능때문에 신경통, 관절염에 민간요법으로 쓰여왔다고 함. 이천십년 유월 사일 살을 짜면 빗물이 나오는 교포아줌마(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