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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들에서 겨울나기-폭풍 후 무지개 뜨다-
    농장주변이야기 2014. 12. 15. 04:28





    여보야

    빨리 나와봐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중

    잠시 해 나는 사이로


    밤사이 분 폭풍 피해를 살피러

    밖에 나간 남편



    바로 코 앞에서 무지개가 뿌리 박고  오르는 걸 보고


    황급히  부릅니다.





    입이 하 벌어집니다.







    다가가니 훌쩍 뒤로 물러나는  무지개











    저 쪽 끝은 이웃 뤤디네 부엉이가 사는 헛간(barm) 옆으로 뿌리 내렸네요.



    급기야 쌍무지개도 뜨고.










    어제 

    캘리포니아에 태평양 연안을 통과한 폭풍이 

    오레곤을 거쳐 드디어 우리 동네를 지나가는데

    시속 65마일 바람소리에 밤새 잠을 설쳤어요.




    어딘가 또 큰나무 부러졌는지 

    전기가 나가고 바람소리는 집을 돌며 홰홰거리고요.



    비상용 제네레이터가 없는 앞 집 바바라네랑

    온통 암흑입니다.


    이상하게 하늘엔  별이 총총이고 바람만 요란한 밤이었어요.




    *   *   *



    시애틀 지역의 무채색의 컴컴한 겨울을 피해 

    동네의 반 이상이 벌써 제비 따라 남쪽 나라로 갔구요.



    '겨울을 한번 지내봐

    봄을 그렇게 찬란하게(splendid)  맞을 수 없어.'



    섬에서 되도록이면 안 나가고 

    불편해도  모든 것을 섬 안에서 해결하는 이웃들의 조언.



    동지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엔

    아침 여덟시나 되어야 훠언히 동쪽이 밝아오다가

    네시가 되기 전에 벌써 컴컴해지는데


    폭풍까지 겹치면 

    겨울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아서


    자꾸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쪽 하늘을 바라보게 되요.










    몇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오랜만에 맑은 정신으로 다시 재기를 하고

    늦깎기 재혼까지 한 J 는

    여름동안 

    하니문 재미에 옆에서 보는 사람들까지도 희망에 부풀게 하더니


    겨울이 되고 

    비에 갇히자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네요.

    재혼한 와이프도 만만챦은 전력의 알코홀 중독이라

    이젠

    둘이 같이 마신다고요.


    벌써 허니문이 끝난 걸까요.


    그가  독신이었을 때

    중독으로 사경을 헤맬때 음식 나르며 살라고 응원했던

    이웃들....


    아주 안타까와 합니다.



    그래도 둘이니까 다행이지

    둘 중 하나가 파딱하고 정신차려서 

    헤어나올 수 있을거야.


    짐짓 안심하는 말들로 끝을 맺었어요.



    희망은 우리의  숨통을 트지요.


    비록 언뜻 스쳐가는 헛된 것이어도  말입니다.













    숲속에 있는 바바라네 집은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까지 전기가 안 들어왔다네요.


    오골계를 부화하고 있는 중인데

    부화기 전기가 나가서

    제일 큰일이라네요.


    너라도 품고 앉아있어야 하겠네.


    강아지 세마리

    고양이 두 분

    닭 몇십마리

    오리 아홉마리

    거위 네마리



    그리고 매일 젖짜서 치즈 만드는

    주위에 숫컷이 없어 젖이 달콤한

    암염소 자매 두마리



    얘네들 다 어떻게 하고 

    알을 품고 앉으란말이니.


    갸걀걀걀

    내가 가서 파트 타임으로 품어줄까


    또 

    걀걀걀


    그렇게 겨울을 납니다.





    이천십사년 십이월 십일일부터 십사일 사이에


    무채색의 겨울에 뜬

    무지개로 황홀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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