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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 맡아 기르는 책임-기생충 감염된 양, 염소 식별하는 훈련 받다.
    농장주변이야기 2015. 1. 30. 16:07



    바바라네 작은 흑염소가 새끼를 가졌다.

    암놈만 두마리로 숫놈 없이 그동안 단 염소젖을 잘도 짜서 먹더니


    드디어 언니인 레인보우가 임신을 해서 새끼를 낳을 때가 다가오고

    동생 미키도 이번 가을이면 새끼를 내려고 한다고.



    작아서 다루기도 쉽고

    숫놈을 두지 않으면 젖이 달고 하니

    기름진 염소젖으로 요구르트도 만들고 치즈도 만들면 재미있다고

    새끼 줄 뜻을 알려왔다.




    섣불리 받아 키웠다가

    낭패 본 동네사람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와서

    몇년 동안 미루고 망서려왔다.


    *   *   *


    아무개네는 암 수 두마리 염소가 몇해 지나 서른 몇마리가 되고

    젖을 짜 재미를 보다가 치즈 공장까지 차리고

    두 부부가 네팔 걷어부치고 일하다가

    드디어 작년엔 세마리로 줄여 버리고

    부부는 별거 비슷한 상태에 들어갔다.



    일에 너무 치이고

    밤낮으로 젖 짜 치즈를 만드는데

    판매로가 없어서 적자에 적자를 낳다 보니

    그만 이런 지경에 이른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염소 농장 뿐만 아니고

    알파카, 양, 닭,오리 , 그외의 야채 기르는 농장에서도 흔히 일어나는데



    전원의 삶을 그리며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한다.



    농업이든, 축산업이든 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경우에

    판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물의 가격이 대규모의 기업과 경쟁이 안되므로

    생존, 번영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많은 경우에

    취미 수준으로 작은 규모로

    자신의 노동력으로 충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말라고 충고들을 한다.



    동물들을 애완용 수준으로 기르는

    작은 농가들이 대부분이다.


    *   *   *




    와싱톤 주립대학 농대 분교에서 지역인들에게 

    양이나 염소의 기생충 병해에 대한 지식과 치료, 예방을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동네사람 열명이 모여서 수강신청을 하고

    드디어 농대교수를 모시고 강의를 들었다.


    장소는 웰쉬 양(Welsh sheep)을 기르는 클라라네서 제공했다.


    수강료 5불

    염소, 양 기생충 감염 측정과 변검사 기술 습득과 자격증 12불 


    기르는 동물의 변 

    에구 이 마당에 그냥 염소똥 샘플 한봉지.


    나는 바바라네 미키 똥을 가지고 갔다.


    준비 완료.







    클라라네가 기르는 웰쉬 마운튼 양들은 주로 육류용으로 키운다.  

    각 양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기른다. 

    그러다가도 때가 되면 잡아 먹는다.


    애구.


    바바라는 자기네 집에서 사는 동물들은 모두 건강하면 천수를 누리게 한다.

    오리, 닭 까지도.


    기르던 걸 어떻게 잡아먹느냐고.


    바바라나 나하고

    클라라하고는 같은 동물을 길러도 

    근본적인 이해는 아주 다르다.


    일본인들이 샌디아고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맛있겠다 를 연발하며

    침을 흘리는 걸 본 적이 있다.


    같은 맥락이겠다.









    모두들 편한 복장으로 왔다.

    낸시는 염소, 양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엔 언제나 이 셔츠를 입고 온다.

    벌써 이십년이나 된 것으로 아주 자랑스러워 하고 아낀다.



    강사의 요구대로

    클라라네 양 중 세마리를 따로 격리 시켜 놓았다.







    클라라가 양들 중에서 노쇠하고 좀 병약해보이는 것들로 세녀석을 골라놨다.







    프로젝트를 비추며 강의 시작.


    우선 눈으로 기생충에 심히 영향을 받고 있는 동물들을 식별하는 법


    *눈을 뒤집에 아랫 눈 속 거풀의 색을 보면 붉다.

    *배가 불룩해서 D자를 엎어놓은 모습이고 털이 많이 빠지고 윤기가 없다.

    * 잦은 설사로 항문에 똥이 묻어있거나, 항문 근처의 털이 딱딱하게 뭉쳐져있다.

    *턱뼈 밑에 물이 고여서 턱이 병모양으로 변한다.

    *콧물이 흐로고 콧속에 기생충 알이 산다.



    등등의 기생충 감염에 대한 부작용들과 병충해의 피해들을 배웠다.


    이웃들 집에 있는 동물들을 그저 곱게만 봤는데

    알고보니 목숩을 맡아 기르는 일이 쉽지 않다.








    목초의 길이가 길고 마른 초원에는 비교적 기생충이 적다고.

    양이나 염소들은 눈 높이의 풀들 먹기를 가장 좋아하는데

    풀길이가 십센티 이하면 대개 기생충 알들이 그 밑에 붙어있어서

    감염이 더 많이 된다고.



    기생충이 아예 없는 염소나 양은 없다고 한다.

    기생충에 감염되어도 견딜 수 있고

    기생충이 들어가도 잘 자라지 않는 건강한 동물들이 바람직 하다고.


    자연히 노쇠하거나

    목장이 춥고 비가 오는 겨울에 낳는 새끼들이 위험대상이라고 한다.



    감염된 동물을 찾아내어 격리, 투약하고

    다른 동물에게 옮기는 것을 최소한 줄이는 방법들에 대해 배웠다.







    밖으로 나가서 세마리 양을 대상으로 눈뒤집에 눈 속 살색을 보는 실험을 했다.

    눈 윗거풀 부분을 우선 한손으로 아래쪽으로 누르고

    다른 손으로 아래 거풀을 뒤집어

    초보자인 우리는 색감별도표 카드와 비교했다.


    세마리 중 두마리가 감염으로 판단되었다.




    모두들 돌아가며 자신의 양들 눈을 까뒤집으니 클라라가 펄쩍 뛴다.


    이럴 거면 자기네 양들을 실험용으로 안내놓았을 거라고.


    앞에 있는 녀석을 내가 했는데 순하게 잘 응해서 쉬이 눈을 까봤다.^^


    선생님은 내가 동물을 잘 다룬다고 터무니 없는 칭찬으로 응원하고.


    에구 미안해라. 양들아.

    웬 수난이람.





    마지막으로 가지고 온 염소 똥을 소금물에 녹여서 현미경으로 알을 세는 훈련.


    바바라네 난장이 염소는 작아서 똥이 다른 염소에 비해 엄청 작았다.

    다른 염소들은 대여섯개 분해할 때

    우리는 열두개씩이나 녹였다.


    오랜만에 아니면 처음으로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다들 과학도나 된 듯 뿌듯하게 목에 힘주고 현미경을 둘여다보며

    기생충 알들을 찾아냈다.


    어린 양들을 엄마한테서 낳자마자 떼어서 격리, 고무 젖꼭지로 통에 연결된 우유를 주고

    양젖으로 요구르트를 만들어 이란사람들에게 팔아 짬자름한 수익을 올리는

    린네 양 똥 샘플에서 기생충이 많이 나왔다.


    다들 잭팟이라도 본듯 린의 현미경을 돌아가며 들여다보며 기생충 알들을 익혔다.

    달걀 모양의 투명한 젤리 같이 생겼다.


    대체로 기생충 감염이 심하지 않고

    특히 바바라네 난장이 염소 중 하나는  기생충알이 안 보여서

    실망했다.


    샘플링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지?


    아니다.

    아무튼 

    희소식이네?!







     기생충감염 양, 염소 감별 훈련증도 받고.^^*


    돌아오면서 바바라가 묻는다.


    너 우리 손주 염소 가져갈거지?


    그냥 웃었다.

    비겁하게.

    아직 결심이 안 서서.



    이천십오년 일월 말 농한기에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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