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동이 중 하나만 살아서 나온 어린양이 어미가 핥는데도 반응이 없이 잠만 자니 드디어 수의사인 크리스가 어미젖을 짜서 튜브로 위에 넣어 먹이자 몇시간 후에 움직임이 활발해졌답니다. 어미젖을 찾고 뒤뚱거리며 어미를 따라다니고 어미가 부르면 고르륵 대답하구요. 드디어 어미와 자식간의 유대가 맺어졌답니다. 태어났을 때 어미와의 소통이 신통챦고 사람손을 타서 어미가 안 돌볼까 걱정했는데 하나만 살아남아선지 누가 가까이 가기만해도 발을 턱턱 구르며 내 새끼 건드리지 마라 합니다. 칠십이 시간 뒤에 가보니 이미 이렇게 커졌습니다. 유월까지 줄창 내리는 비속에서 태어나서 rain 이라고 하자고 했더니 벌써 rain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새끼 세마리가 먹을 양의 젖을 혼자 먹으니 젖 모자랄 걱정이 없습니다. 대신 한 젖꼭지만 빨아먹어서 어미 젖이 짝짜기가 되었습니다. 새끼는 젖 먹을 때 줄곧 꼬리를 살랑살랑 칩니다. 어미 몸에서 새끼 먹을 것이 나온다는 사실이 새삼 기적으로 느껴지던걸요. 어미가 자식 젖먹이는 때처럼 행복한 때가 있을까요. 새끼는 어미 하는 대로 거의 동시에 따라 합니다. 그러다보니 엄마 닮았네 가 되나봅니다. 참 새끼에겐 어미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존재지요. 숫공작들은 여전히 저마다 남성을 과시하려 까앙까앙 울어대고 꼬리털을 펴서 드르르륵 털며 빙빙 돕니다. 아침에 크리스가 큰 소리로 남편을 부르면 숫놈들이 일제히 질세라 소리를 질러댄답니다. 너무 시끄러워서 멀리서 남편 부르는 일을 포기했답니다. 산란기가 지나면 저 멋진 꽁지 털이 다 빠지고 목청도 없어져 꽁지 빠진 아주 조용한 숫공작들이 된다구요. 순전히 호르몬 작용이라네요. 암탉들을 보호하고 먹이들을 찾아내 암컷들에게 알려주는 수탉들에 비해 공작 수컷은 정말 아무일도 안한답니다. 허긴 저렇게 치장이 대단한데 어떻게 자잘구레한 일들을 할 수가 있을까요. 저렇게 멋지지 않으면 혹하지 않는 눈을 가진 암 공작들이 치러야 할 몫인가 봅니다. 암컷은 아직도 열심히 알들을 품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아주 잠깐동안 먹이를 찾아먹고 옵니다. 저는 화장실 다녀오는 줄 알았답니다.^^ 아무리 새라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어미의 모습입니다. 부디 알 낳은 수대로 건강한 병아리 잘 까거라. 순산하거라.^^ 이천십년 유월 십육일 교포아줌마 Copyright (C) 2010 교포아줌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