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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의 계절 3 2010/07/10 23:23 추천 7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gyoa/4831624 -어머니와 아이들-
스무여드렛날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암콩작이 알을 품기 시작한 날로 부터 이십팔일째 크리스가 전화왔습니다.
드디어 알 네개 중에서 병아리 두마리 깠다고요.
꼭 한 달이네요.
우리네 달거리랑 같은 기간인 것도 우연인지요.
달려가보니 그만 그자리는 텅비고 깨진 공작알 껍질만 있어서
둘이서 이리저리 찾아헤매는데 크리스 남편 제프가 여기 있다고 쉬이쉬이 하며
조심조심 알려줍니다.
에미가 두 병아리를 집 옆으로 옮겼네요.
벽색이 병아리를 보호하기에 딱이어서 잘 안보입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어미가 경계하고
새끼들을 다시 품에 넣습니다.
에구
카메라 들이대는 마음이 어미에게 참 미안합니다.
한 아가는 선뜻 어미 날개밑으로 들어가는데
한 아가는 머뭇거립니다.
병아리간에도 개성이 보이네요.
한참을 말 안들으니 어미가 눈을 맞추고 엄한 표정을 짓네요.
마지못해 생후 하루도 안 된 새내기도 부품한 어미 날개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새끼품은 어미 다시 바위처럼 앉아 있습니다.
참 새끼 기르는 어미들처럼 당당하고 열심인 게 또 어디있을까요.
이제부터 어미는 새끼들 먹이 찾아 내는 법, 뛰는 법, 숨는 법들을 가르칩니다.
출산에 이어 육아
숨가쁘게 바쁘고 맹렬한 날들이 되겠습니다.
목숨걸고 미치도록 열중할 수 있는 일이 자식낳아 기르는 일외에 그리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수컷 공작은 그 도도하던 기가 벌써 많이 꺾이고 깃털이 하나들 빠지기 시작합니다.
쩌렁쩌렁하던 목청은 자취도 없어지고 찍소리도 안합니다.
여전히 병아리 근처엔 얼씬도 안하고 관계가 없습니다.
씨를 퍼뜨리는 수컷으로서의 소명을 다 했지요.
양 우리에는
지난 번 빗속에서 태어난 '비'가 벌써 이렇게 커서 어미랑 짚여물도 잘강잘강 씹어봅니다.
새로이
세쌍동이로 태어난 이 어린양은 어미가 다른 두 마리만 젖주고 밀쳐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염소젖을 젖병으로 먹습니다.
사람만 다가가면 쏜살처럼 달려옵니다.
'먹이'가 오니까요.
참으로 생명은 먹어야 삽니다.
꽉찬 젖병 비우는데 이분도 안걸렸습니다.
식사 끝난 후 '비'와 어미의 모습입니다.
새끼들은 어미하고 어쩌면 그리도 하는 짓까지 똑같이 따라하는지요.
엄마 닮았네
바로 그겁니다.
생물학 101 첫시간에 배운
'생명의 본능은 오직 생명유지와 종족보존하는데 있다'
새삼스레 떠 오릅니다.
먹이찾기와 자식을 낳기 위해 짝을 구하는 일
본능에서 나오는 맹렬한 모습이지요.
이천십년 칠월 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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