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줌마 아주머니 어디 가셔요?^^
    지난 글 들 2010. 3. 1. 16:49


    아줌마 아주머니 어디 가셔요?
    커뮤니티 2010/05/08 21:41  http://blog.hani.co.kr/gyopoajumah/54372 
    사이버 상에서의 내 필명은 교포아줌마다.

    십여년 전 처음 디지털 조선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싸이버 상에서 줄기차게 변하지 않고 쓰는 필명이다.


    교포란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란 말이고
    아줌마 는 여성인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 삼십여년 전 한국 사회에서의
    아줌마에 대한 개념에서 발상한 것은 물론이다.

    그 때 내가 아는 아줌마는,

    내엄마 이외의, 
    나이가 많아 할머니가 되기 이전의 결혼한 여자들을 모두 일컫는 말이었다.

    옆집 아줌마(이웃)
    가게집 아줌마(동네 구멍가게 여주인)
    원남동 아줌마(엄마 친구)
    아줌마 선생님(결혼한, 엄마같은 선생님)
    요구르트 아줌마
    문방구 아줌마
    우리동네 반장 아줌마
    .......
    .......

    등등. 

    푸근한 품을 가지고 때로는 엄마의 마음으로
    주위를 돌보는, 남의 자식도 자신의 아이들 처럼 보듬는
    엄마 대신의 여성들이었다.

    여린 처녀시절의 연약함이 지나고
    생활에 이력이 난 몸매로
    부엌에서, 
    커뮤니티에서 
    생활 전선에서 씩씩하게 뛰는 역전의 용사들이었고
    묵묵히 사회에 따뜻함을 공급하는 
    때로는 거친 일도 마다 않고 젖은 곳을 감당하는
    우리 사회의 충만한 빠떼리들이었다.

    *   *   *

    이번 서울에서 머무는 동안
    나에 대한 호칭은 일반적으로 사모님이다.

    선생님
    목사님
    군대에서 상사의 부인들을 일컫던 사모님이란 칭호에
    당연 화들짝 놀라 두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그럼 머라고 하나요? 
    그냥 아줌마라고 해주세요.
    아줌마는 아니신 것 같은데요...

    어쩌다 좀 돈 쓰는 자리에 가면 
    여사님이란 칭호까지 나오는데 기절초풍할 지경이다.

    프란체스카, 공덕귀, 육영수, 박순천등 국가 원수 부인들이나 정말 중요한
    여성들에게 붙이던 여사를 내게 쓰다니.

    그러고보니 경제발달과 함께 
    부의 늘어남에 발 맞춰 호칭도 인플레이션이 굉장하다.

    아 그거 별거아니고 그냥 립서비스하는 거니까 못들은 척 넘어가면 돼.

    한국에서 주욱 뼈가 굵고 펑퍼짐해진, 
    한국사회의 달인인 내 친구의 친절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모님에 알레르기 반응을 했고
    아줌마로 불려지고 싶었다.

    *  *  *

    묵는 아파트 단지 내에 주민 공중 목욕탕이 있는데
    어느날 탈의실에서 귀에 들어 온 대화인 즉,

    아줌마, 나는 다른 사모님들하고는 달라.
    나는 일도 많이 해봐서 아줌마들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금방 아는 사모님이거든.

    네 알겠어요 사모님

    두 여자는 분명히 아줌마와 사모님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목욕탕에서 일하는 여자인 아줌마는 사모님이란 여자에게 굽신거렸고 
    사모님은 중령 부인이 소령부인에게 하듯
    으르딱딱 거렸다.

    이러저러한 일들과 상황들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 대거 출몰한 사모님이란 호칭으로 불리우는 그룹과
    도우미, 가정부등으로 경제력이 덜하고 촌스런 사람들을 아줌마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 오래된 정다운 '아줌마'에 대한 애착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지나치는 사람마다 '아줌마'로 통하고 불러주길 원했으니
    요즘의 '아줌마'에 익숙한 사람들은 내 고집에 많이 뜨아해하고
    정말 별 꼴 다본다 했으리라.


    사모님은 대우를 받는 그룹이다.


    민주주의의 발달로 아줌마들이 대거 사모님으로 승진한 것은 좋은 일이다.

    한편,
    그 사모님들이 자신들을 아줌마들과 분리해서 부르는 것에서
    서슬퍼런 신분주의를 본다.

    근간의 뉴스에서는 이제까지의 그 정다운 요구르트아줌마들이란 호칭을 
    요구르트 건강상담사로 바꾼다고 한다.

    아줌마란 호칭을 벗어나려고 
    한국 여자들은 온통 안깐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이 대접 못 받기로는
    지구상에서 몇째 가라면 서러울 
    아직도 남성우월주의의 한국사회에서
    대접받는 여성의 상징인 사모님들이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부가 사회에 골고루 스며서
    현재의 모든 아줌마들도 사모님이 되고
    사모님이란 말도 빛을 잃고 시들해져버리고
    아줌마란 이제는 평가 절하된 칭호가 아주 없어지는 날
    남성의 그늘에서도 벗어나고
    신분주의도 없어지는 날이 되겠지.

    그래도 웬지
    옛날의 아줌마들이 그립다.

    대접 받는 만큼
    남에게 베푸는 손길도 즐겁게 여기는.


    교포아줌마
    삼십여년 만에 서울에 돌아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네!


    말의 변하는 세태의 변화라는 것을 다시 실감하면서

    이천십년 봄

    삼십여년만의 서울에서


    교포아줌마(c) 

    '지난 글 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사부일체  (0) 2010.06.10
    내 아이를 처음부터 다시 기를 수 있다면  (0) 2010.04.21
    마음으로 봐-이익섭 교수 추모회를 다녀와서이  (0) 2010.02.05
    숨바꼭질  (0) 2010.01.09
    크리스마스 쿠키  (0) 2009.12.2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