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어때?
해가 나고 맑은 날이야.
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 하늘은 무슨 색이고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어떤 속도로 불고 나무가지들은 어떻게 흔들리는지. 구름은 어떤 모양으로 떠 있는지.
그는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것을 서슴치 않고 물어서 나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 가에 대해 그를 통해 깨닫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무엇이든지 구체적으로 알고자 했습니다. 대강이란 말은 그에겐 통하지 않았고 무엇이든지 자신이 직접 확실히 알려고 철저히 파고 들었습니다.
그는 촌철살인의 유우머를 가졌었습니다.
'누구라도 나를 만나면 먼저 인사해야하지. 내가 볼 수 없으니까'
자신의 장애를 유우머로 쓸 수 있던, 강의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곤 하던 멋진 친구였습니다.
'장애는 불편할 뿐 불가능이 아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나아가서 일생을 장애자들의 대변인으로 사회 복지와 인권 존중, 처우개선을 위해 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었고 믿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의 그늘진 구석,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위한 일들에 자신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중도 장애는 선천적인 장애보다도 몇배 더 힘들다는데 초등학교 오학년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맹아 중고등 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서강대에 입학을 시도했다가 툇짜를 맡고 다시 연세대에 재도전하여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정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기까지의 불굴의 도전 정신.
졸업 후 미국 유학으로 사회복지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 최초로 시각장애인 교수가 된 사람.
아, 참 잘했어 암, 그렇게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선생님은 언제나 따뜻한 격려로 자신감을 키워주셨습니다.
* * *
영하의 추운 날 연세대 루스 채플에서 학교장으로 거행된 고인의 영결식에서
세사람의 친우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은 조사에서 머리에 선명히 남은 말들입니다.
오십칠세 아직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
그의 인생 역정은 우리나라 장애자들의 이야기이고 그의 국내. 국제적인 활발한 사회 활동은 장애자들의 사회복지 개선이 결과입니다.
세상을 마음으로 보며 살다 간 사람
그가 가고 난 자리에는 마음으로 만나 사랑한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딸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
제자들 학생들 동료교수들.
그리고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안타까와하고 눈물을 흘리는. 그와 마음으로 만났던 숱한 장애자들과 그 가족들을 보았습니다.
'못 보는 것이 축복이야 마음으로 볼 수 있으니까.'
누구보다도 밝은 눈을 가졌던 사람.
큰 사람 하나 갔.습.니.다.
'오늘 날씨가 어때?'
이천십년 이월 이일 하늘나라로 간
고 이익섭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 교수를 추모하며.
오관이 열려있고 팔다리가 멀쩡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지던
이천십년 이월 오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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