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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생일 축하 노래
    농장주변이야기 2023. 1. 16. 17:33

     

    나탈리 한테서 텍스트가 왔다.

    D 의 생일 을 위해 자신의 집에서 런치를 하자 고.

    좀 망서려진다.

     

    비도 오고 우중충한 날씨에 ....

     

    그래도 나탈리의 해맑은 웃음과 이웃 들이 온다기에

    간다고 했다. D 가 좋아하는 잡채를 한 접시 해 간다 하고.

     

     

    나탈리는 아주 간단한 샐러드 를 준비 했다.

     

     

    물, 와인, 탄산수 등 다섯 사람이 각 각 다른 음료수들을 마셨다.

     

    점심을 먹으면서 D 에게 한 사람이 물었다.

    오늘 생일을 시작으로 앞으로 일 년 동안 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 그 지긋지긋한 이혼의 상처에서 나를 아물리는 거야.'

    삐죽하게 말 했다.

     

    아 ! 또 시작하는가.

    그 끊임없이 줄줄 나오는 남 탓 과 자기 연민 들....

     

    하는데 나탈리가 남편인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있던 어얼을 불러낸다.

     

    이주일 전 눈 오던 날 그로서리 앞에서 차에 치였다.

    그것도 십여년 전 다쳐  여러 조각 난 뼈를 대못으로 고정시킨  그 왼쪽 다리를.

     

    앉을 수가 없어서 우리 들 식탁에 합류하지 않았고.

     

    나탈리와 어얼 

    둘 이서 어깨 와 허리를 다정하게 붙 안고 D 를 위해 나탈리가 만든

    특별한 해피버스데이 쏭을 부른단다.

     

    부부가 큐를 주고 받더니

     

    'Misery is in the air

    People are dying everywhere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고통이 공중에 퍼져 있네

    사람들이 도처에서 죽어가고 있네

    생일을 축하해

    생일을 축하해'

     

    아주 슬픈 곡조로 부른다.

     

    예외의 생일 축하 노래에 놀라고 어리둥절한 우리를 향해

    어얼과 나탈리가 환하게 웃더니

    곧 이어 

    아주 명랑한 톤으로 

    '앞으로 더 많은 행복한 생일을 맞게 되길 D

    Many more happy birthdays for you D.'

     

    너도 나도 다 아는 구절로 축하를 해 주었다.

     

    우리들은 다 같이 

     그 전 세계인이 다 똑같이 너도 나도 하도 많이 불러 뜻이 다 닳은

    '해피버스데이 투 유' 를

    불렀고.

     

     D 는 나탈리가 간편하게  사 온

    초콜렛 케잌에 켠 초 들을 불어 껐고.

     

    우린 박수를 치고 잠시 각 각 으로  숙연해 졌다.

     

     

     

    어얼이 통증에서 인지 구부정한 뒷 모습으로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맛있게 점심 을 먹었다.

     

    나탈리의 상추 잎에 올린 치큰 샐러드는 상큼하다.

    D 도 잡채를 두 번 이나 가져다 먹으며 즐거워 했다.

    자신의 생일에 좋아하는 잡채를 먹게 되어 참 기쁘다고.

     

    며칠 전 유난히 붉었던 아침 노을에 대해

    찬.탄. 들을 했다.

     

    내일도 그렇게 아름다울지 몰라 

    꼭  놓치지 말아야지...

    하면서 들.

     

    *  *  *

    어얼은 사진을 찍는다.

    미국의 산 하를 돌아다니면서.

    복스 바겐 캠퍼를 두 대나 이십만 마일 이상 뛰어

    폐차 시킨 대단한 여행가 이기도 하다.

    물론, 아내인 나탈리와 동행한 여행길 들 이었다.

     

    십여년 전 캐스캐이드 산맥 중 하나 인

    마운튼 아담스 에 혼자 사진 촬영 차 등반 하다가

    돌 사태가 난 곳에서 굴러 헬기로 이송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계속 되는 두 부부의 산행과 촬영과 스케치 여행 으로

    우리 부부와 만나면

    여기 저기 인적이 드문 멋진  캠프장에 대해 알려 준다.

     

    식사가 끝 나고 자연스레 

    부부의 작품들을 구경했다.

     

     

    -복도 벽에는 어얼의 최근 작품들이 붙어 있다.-

     

     

    나탈리는 우리 섬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가끔 시도 쓰고 산문도 싣고

    항상 손끝에서 뭔 가를 만들어 낸다.

     

    십여년 전 암을 발견하고 이 년 간 고생스런 항암 치료를 마치고

    벌써 십년 이상 더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는 상태에 있다.

     

    ' 그 때 부턴 한 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나쁜 일이 생기면 얼른 꿀꺽 받아들이고 

    나쁜 말이 오가면 얼른 자리를 피하고'

     

    안부를 물으면 언제나 

    Good 이란다.

     

    나탈리는 삼 주 전 어얼이 차에 치이고 난 후,

    그리고 두 부부가 병원 응급실 에 갔다가  코비드에 걸린 일들을

    하하 웃으며 걱정 말라고 내게 전해 주었다.

    아직도 살아있으니 ' 괜챦다 ( We are fine) ' 라고.

     

    -나탈리의 작업실-

     

    나탈리의 작품들은 그 자료가 무궁무진 해서 볼 것이 많다.

    마시고 난 캔의 손잡이, 와인병 마개, tea bag, 색과 결이 멋진 말 벌 벌통, 

    천, 종이, 털실,......

     

     

    밑 그림 없이 손 가는 대로 짜고 있는 타피스트리 는

    바다, 산, 들이 어울려 얼마나 더 몇 폭으로 펼쳐질 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짬짬이 짜는 나탈리의 아가 담요 는 참 부드럽기도 하다.

     

    마흔 줄에 처음 임신 해 딸 아이를 배고 짜기 시작했다고.

    가까운 이웃에 아가 소식이 들리면 언제나 선물로 준다.

    나의  첫 손녀 때

    첫 외손자 때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난  손자  까지 

    나탈리는 매 번 잊지 않고

    따뜻하게 축복을 짜서 선물로 주었다.

     

     

     

    그 아이의 블랭킷

    딸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나는 부드러운

    하얀 목화 와 새틴 가장자리로 담요를 짰네.

    담요는 딸과 함께 잠을 자고 유아기, 유년기 낮잠 시간 엔  

    목에 둘려 져 졸졸 따라 다녔고 중학교 시절 파자마 파티엔

    슬리핑백 속에 몰래 숨어 들었네.

     

    딸이 집을 떠나 기숙사로 옮겨 갈 때

    닳아빠진, 더러운, 한 손에 쥐고 비빌 수 있는

     작은 네모 난 목화담요 조각을 짐에 쌌네

    유리 속 보관 한  귀한 고대의 천 조각들 같이

    고대 이집트의 섬유들 이나, 바이킹 족의 털옷감 이나

    은과 금으로 수 놓은 융단이나, 시신을 쌌던 마포 처럼.

    [mummy linen 은 미이라(시신) 로 해석 할 수도, 소리 나는 대로 읽어 ' 마미 (엄마)의 담요 처럼' 으로 읽힐 수도 있다]

     

     

    (아가 담요들 옆 액자 속의 ,  나탈리의 글을 번역해 봤다)

     

     

    코비드를 앓고 나서, 남편의 부상에서 회복하는 쉽지 않은 시간 중

    나탈리가 마련 한 D의 생일 파티 

    짓꿎도록  슬픈 생일 축하 노래 때문 이었을까

     

    모두 들 즐겁게 웃으며 기쁜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언제나 유우머를 잃지 않는 부부, 나탈리는 82세, 어얼은 84세 이다.

     

     

     

    Schubert Auf dem Wasser zu singen : Camille Thomas and Beatrice Berrut

     

    이천이십삼년 일월 십육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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