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실 잣는 여인들-라벤더 여름 2023
    농장주변이야기 2023. 7. 9. 13:04

     

     

    라벤더가 또 돌아왔다.

    벌써 열아홉해 째 네.

     

     

     

     

    어제는 우리 동네

    실 잣는 여인들 을 라벤더 뜰에 초대 했다.

     

    각자  자신들의  재료와  도구들을 가지고 온다.

     

     

    우리 동네 에서  

    털 (솜) 뭉치와 꼬는 도구 만 있으면

    그리고 어울려 만들고 싶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만든 실로 뜨개질감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집 에서 알파카 나 양들을 키워 털을 깎아 세탁 하고 빗어서 털뭉치를 만드는 회원들도 더러 있다-

     

    모임을 이끄는 재니스는 어떤 종류의 물레도 다 쓸 수 있는 

    실 만들기 달인 인데

    나무 로 만든 원시적인 스핀들(spindle) 을 애용 한다.

    어디에서든지 손에 붙이면 실을 만들 수 있어서 라고.

    비행기 속에서도

    장거리 여행 중 남편이 운전 하는 중 에도.

    털 뭉치를 한 손에 걸치고 조금씩 털을 뽑아내면서

    뱅그르르 스핀들을 돌리면 

    얼마나 고른 실이 만들어지는지....

     

     

     

    알웬이 쓰는 이 십자 모양의 스핀들은 터어키 에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나중에 실을 따로 감을 필요가 없이 실을 꼬면서 직접 실뭉치로 감는다.

    키가 큰 알웬이 서서 스핀들을 돌리면

    긴 실이 줄줄 만들어진다.

     

     

     

     동네의 사립 초등학교 에서 바느질, 뜨개질, 퀼트 등을 가르치는 린다 

    섬  북쪽에 사는 나무 물레 만드는 장인  주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놓고

    일년을 기다려 이 발로 돌리는 물레를 구했다 .

    실 만드는 속도 가 손 으로 돌리는 재니스의 스핀들 보다 열배 정도 빠르다.

    한 손 으로 솜을 잡고 한 손으로 물레를 돌리는 손 물레 도

    이 발 물레 의 속도 를 따르지 못 한다.

     

     

    초보인 나는 스핀들을 고집한다.

    단순 간편 하고

    원시적인 그 천천한 스피드 가 마음에 들어서.

     

    석기 시대엔

    돌맹이를 매달아 돌려 실을 꼬았겠지.

    나중에 스핀들이 손에 붙게 익숙해지면

    돌맹이 에 막대기를 묶어 아주 원시적으로 해봐야지

    벼르고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회원 들 이

    일주일에 한 번 씩 모이는데 

    비 오는 겨울엔 따뜻한 곳 으로 철새 처럼 떠났다가

    비 그치는 늦은 봄에 돌아오는 회원들도 있어

    출,결석 에 제한이 없고  자유롭다.

     

    코비드 가 한창 일 때는 화상 통화 줌 으로 만났다.

    코비드가 좀 주춤해지면서는

    바람이 덜한 동네 숲 속 야외 공원 에서 만났다.

     

    코비드 염려에서 완전 해방되면 이전  처럼

    자신의 집을 오픈 하는 회원들의 집 실내 에서 만난다.

     

    실은 손 끝 에서 나오고

    실 처럼 술술 풀어져 나오는 이야기들.

     

    유기농 농부, 은퇴한 소셜워커, 은퇴한 연방 공무원, 은퇴한 교수, 은퇴한 의사

    가정주부, 미술가, 헤어 스타일리스트, 은퇴한 저널리스트, 그로서리 스토어 케시어, ....

    사는, 살아 온 길도 다양하고

    연령 대도 이십대 젊은이 도 있고 팔십 중반 까지

    구분 없이 자연스레 어울리니

     

    나누는 이야기들도  자연스레 시작되고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보태다 보면

    이야기가 잘도 길게 재미나게 이어진다.

     

    둘 이서

     삼삼오오 그룹으로

    더러는 모인 사람 모두 같은  화제에 참가 하기도 한다.

    그냥

    살아가는, 사는 이야기들 

    때로는 경청하고 때로는 흘려 들으면서 실을 뽑는다.

     

    - shetland wool 로빙 (털 빗어 놓은 것) 을 쓴 오늘 내 작품-

     

    그룹 중에 실 뽑는 걸 가르치는 선생도 없고

    기술의 우열을 논하는 적은 더욱 없다.

     

    누가 새롭게 멋진 실을 뽑아내면 

    무슨 로빙( 실 뽑는 솜뭉치) 을 썼는지 

    염색은 어떻게 했는지 실크 나 면 을 몇 가닥으로 섞었는지

    배우고 싶은 사람은 직접 물어보고 또 조용히 알려주고 할 뿐 이다.

     

    초보인 나는 열심히 눈 으로 보고 따라 하는데

    아직도 실이 툭 툭 끊어지기도 하지만

    점점 고른 실을 뽑아내게 되겠지.

    계속 거칠고 울퉁불통 해도 괜챦고.

     

     

    칠월 초

    볕은 따뜻하고 보랏빛을 매일 더 해가는 라벤다 뜰은 향기로왔다.

     

    '나는 살면서 무슨 좋은 일을 했나봐. 이런 멋진 뜰에 앉아서 실을 잣다니.'

    다이앤의 말에

    더러 자신들도 뭔가 좋은 일을 했나 보다' 면서  웃었다.

     

     

     

     

    river flows in you

     

     

    이천이십삼년 칠월 칠일

    실 잣는 그룹 과 함께 한

    교포아줌마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