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구 올라오는 꽃들 잡초 들.
어느 사이 봄 .
잡초 뽑으며 하루가 간다.
물기가 촉촉한 땅이라,
아직 뿌리가 깊지 않아 재미나게 잘도 뽑힌다.
이 맘 때 쯤 이면
벌써 일 주일에 몇 번이고 우리 집에 들렀음직한 친구들이
안 온다.
일 하다 허리 한 번 펴고 싶을 때면
언뜻 부는 훈훈한 바람 처럼
잠시 스쳐가는 간지러운 비 처럼 와서
동네 소식 자잘하게 풀며 놀던 이웃 친구 둘.
지난 해
이 세상 에서
훌쩍 떠나갔다.
정말로.
-작은 수선화 그리고 부활절 즈음에 꼭 피는 샤론의 장미들-
이웃 둘이 갔는데
내 가 사는 섬의 반 이 무너져 버렸다.
일상은 나 혼자 꾸려가던 게 아니었네.
어울려 꾸려 가는 하루.
뤤디 가 오십년을 살다 간 집에는
새 사람이 이사 와 공사가 한참이다.
그 쪽 하늘 로 번지는
저녁 노을을 보는 마음이
이젠 낯 설기도 해라.
빈 마음에 서성거리다
집 밖을 나선다.
필리스 랑 켄 네 집에 기별 도 않고 갔다 나도.
슬그머니
바람 지나치 듯, 비 떨어지 듯.
필리스 가 반기며 부엌에서 나오고
켄 도 저 쪽 에서 달려 온다.
오늘은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린 날 이기도 하니
두 해 만에 처음으로 온전한 낯들을 본다.
겨우 내 무탈하게 지냈다고.
잘 들 살아 남았다고 .
하하호호 반갑다.
부부가 마스크 속 에서 지낸 이 년 사이
많이 변했네.
필리스 의 얼굴에서
내 얼굴을 본다.
서로 멀리 사는 가족들 안부들도 교환하고.
코비드 난리에 태어나 벌써 한 살이 다 되어가는
우리 이쁜 외손자 이야기도 해 주고.
항상 필리스 곁을 지키던 영리한 회색 고양이가
행방불명 되었다고.
아마도 코요데나 부엉이가 잡아먹었을 거라고.
어둠이 깔리면 여기 저기 울기 시작하는 바로 그 부엉이들 일 거라고.
에그, 불쌍 해서 어쩌지
동네 고양이들 칠십퍼센트는 부엉이 밥이 된다.
닭을 마흔 두 마리로 늘렸는데
알 낳기를 멈춘 암탉들도 열마리나 있다고.
-자식 들 같은 닭들이라 안 잡아 먹어
생명이 다 할 때 까지 함께 가는데 제트 라는 암탉은 14년 동안 살았어.
저어기 헛간 뒤에 닭 묘지를 만들고
돌로 이름들을 써서 묘비들로 표시해 줬어.
닭장은 내 상담실 이야.
공황장애가 엄습해 올 때면 닭장에 가서 닭들이랑 이야기 하면서 넘기거든.
-난 그 불안이 어떤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내 아내 가 필요하다니 벤치를 만들어 줬지.
켄이 자랑스럽게 팔뚝 근육을 내어 보인다.
자신 보다 열살 이상 젊은 아내를 다정하게 보는 켄
세상에 켄 보다 더 자상한 남편은 없다고
조금은 굽기 시작하는 등을 두드려주는 필리스.
새로 품종이 개발된 라벤다 두 그루 가져 오겠다고 하니
필리스가 달걀 네 꾸러미 랑 바꾸잔다.
아니라고 하니
사람은 뭘 받으면 반드시 갚는 게 공평한 거라고.
켄도 와이프가 말하는 건 무조건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 친다.
-차, 공구들을 고치는 기술자 켄은 정리정돈의 달인이다. 언제나 가지런히, 가득 쌓인 장작 더미들-
새끼를 내느라 젖 먹이 송아지를 떼어 놓을라치면
밤 새 새끼 찾느라 움메에 움메에 울던
눈이 순한 암소 가 있던 초원이 비어 있다.
여물 주기, 소 똥 치우기 등 의 일과가 올해 팔십 이되는 켄에게 버거워져서
지난 몇 년 망설이다가 드디어 팔았다고
빈 우리를 보며 허전해 한다.
아이를 낳아 본 적이 없는 필리스는
기르는 동물들을 하나 하나 자식 처럼 여긴다.
찾아 와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나눌 이웃 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날이 따뜻해지면 샌드위치 점심도 나누자고.
우리 집에도 아무 때나 놀러 오라고.
겨우 내
찬 비 속에서 필리스가 돌에 그린 그림.
봄을 생각해 봐!
Think Spring!
그리고
사랑
Love
이렇게 동화 처럼 예쁜 그림을 그려내는 필리스
내 이웃 이네 !!
이천이십이년 삼월 십이일
모처럼 동네 마실에 나선
교아
이승윤 커다란 마음
'농장주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칠월 31일 아침 라벤다 (6) 2022.08.01 또 아침 (0) 2022.04.10 바람 부는 밤에 (0) 2022.01.02 내 친구 크리쓰를 보내며 (0) 2021.11.28 꽃밭에서 (0)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