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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다
    구경하기 2021. 5. 2. 01:07

     

    영화가 끝나고 나면

     

    '떠난 사람들 에게 바친다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

    라는 자막이 뜬다.

     

    이 마지막 스크린 에서 비로소 눈물이 풍풍 솟구쳤다.

    완전한 카타르시스 였다.

     

     

     

     

    황량한 미국 서부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길에서 사는 사람들의 다큐먼타리 같은 영화.

    가슴을 멍하게 하는 사연들, 장면...

    무엇 보다도

    빈 들에서 빈 몸으로 사는 사람들 간의

    절실한

    반짝이는 별 같이 영롱한 대사들로

    한 순간의 지루함이 없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홈(Home), 그건 단어일까?  아니면 우리 속에  항상 갖고 다니는 것일까?'

     

    '우리 엄마가 당신이 홈리스라고 하던데요? 정말이예요?

    아니. 나는 홈리스가 아냐. 집이 없지.

    같은 뜻이 아니쟎니?

     

     

    '나는 네가 겪은 걸 상상할 수도 없어. 남편을 잃고, 친구들과 살던 마을을 통째로 잃은, 그런 상실감은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

    너 한테 맞는 답을 줄 수가 없어, 하지만 네가 어떤 답을 찾기에 맞는 장소로 왔다고 생각해.

    자연과, 진정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진짜 코뮤니티와,  동족들과 함께 하다보면

    네게 변화가 올 꺼야.

    그러길 바래.'

     

     

    '기억나는 것은 살아있는 거지.'

     

     

    '내가 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영원한 이별은 없다는 거야. 나는 이 들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한 번도 마지막 굿바이를 한 적은 없어. 언제나 '앞으로 어디선가 또 만나자' 그러지. 그리고 정말 다시 만나는 거야. 한달 만에, 아니면 일년 만에, 아니면 몇 년 만에,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

     

     

    낡은

    밴을 끌고  멋진 자연을 찾아다니고

    빈 들판 에서 이곳 저곳  잠자리를 구하는

    길에서 사는 유랑민들.

    길 에서 만나 사귀고 헤어지는 중에

    모닥불 가운데 놓고 나누는

    살아가는 일, 사랑하는 것들,  죽음.....에 대한 진정한 대화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몇 편의 맑은 시를 읽은 느낌이다.

    아니 전체가 한 편의 시 같이 울림이 깊다.

     

    사실, 영화 속에는 몇 편의 시가 나온다.

    주인공이 길에서 만난 젊은이에게

    걸프렌드에게 편지 쓰는 이야길 나누며 편지에 시도 넣어보면 어떻겠냐며

    그녀 자신이 결혼 서약할 때 읊은

    젊은 날의 찬란함과 삶의 짧고 덧없음을 노래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시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나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할까?)

    도 나오고

     

     

     

     

    '"나도 아니고,  어느 다른 사람이 네  길을 대신해 가 줄 수는 없어. 너 스스로 가야 해.

    길은 멀지 않아. 네가 갈 수 있는 곳에 있어.

    아마도 네가 태어난 후로 이미 그 길에 있을 수도 있어.

    아마도 그 길은 땅이며  물이고, 그 모든 곳 일 수도 있어"

     

    "Nor I, nor anyone else can travel that road for you,

    You must travel it for yourself.

    it is not far, it is within reach.

    Perhapes you've been in it since you were born and did not know.

    Perhaps it is everywhere on water and land.

     

    월트 휘트맨의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 의 일부도 나오고....

     

     

     

    실로 오랜 만에

    감동으로 잠을 설친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된 서부의 광활한 자연들은

    우리 부부가 수없이 다니고 또 다닌 익숙한 곳들이다.

    하지만

    편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길을 떠나는 우리는 여행객일 뿐 이다.

     

    철저히 '혼자'로 길에 나선 노매드들의 

    그 헛헛한 자유로움의 근처에도 못 가 봤을 것이다.

     

    간혹

    이름 모를 황량한  들판에서

    해 지고 어스름이 깔릴 때

    '살아있슴'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때는 있었다.

     

    영화를 만든

    감독, 배우들

    그리고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주어진 한정된 시간 속에서

    유랑의 삶을 사는 나, 우리

    그리고 그대들 모두에게 

     

    뷰티플!!

    브라보!!

     

     

     

     

     

     

     

     

     

    이천이십일년 오월 일일

    교아

     

     

    *Jessica Bruder의 다큐멘타리 소설 'nomadland' 를 이 영화를 감독한 중국계 미국인 Chloe Zhao 가 직접 시나리오로 쓰면서

    육십대 중반의 주인공 Fern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작품으로

    길에서 떠도는 삶을 사는  진짜 실재의 노매드 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위에 인용한 영어 대사들;

     

    Home, is it a word? Or is it something you carry within you?

     

     

    One of the things I love most about this life is that there's no final goodby. You know, I've met hundreds of people out here,

    and I don't ever say a final goodbye. I always just say, "I'll see you down the road.' And I do. And whether it's a month, or a

    year, or sometimes years, I see them again.

     

    My mom says that you're homeless. Is that true?

    No. I am not homeless. I am just houseless. Not the samething, right?

    No.

     

    I can't imagine what you're going through, the loss of your husband, and the loss of your whole town, and friends, and village

    and that kind of loss is never easy. And I wish I had an easy answer for you. But I think you've come to the right place to find an answer. I think that, I think connecting to nature, and to a real true community, and trive, will make all the difference for you. I hope so.

     

    What remembered, lives.

     

     

     

    • 오공2021.05.01 22:04 신고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연이 곧 집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이 글을 읽으며 상상됩니다.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길 기대하는
      어쩌면 자연에서의 척박한 삶과 자유를 만끽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아름다운 동행인듯 보입니다.
      영화속 이야기 보다 더 진짜같은 교아님의 글 솜씨가 ..
      이렇게 글을 잘 엮어 나가시는 교아님의 소설이나 시는 없을까?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03 04:54

        길에서 돌아오면 집이 역시 좋구나' 하고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저 같은 사람이

        가는 곳 모르는 하늘 아래 잠자리를 만들고 
        머무는 곳에 홈을 만드는 사람들의

        그 헛헛한 절대 해방감의 근처에나 갈 수 있을지요.

        소유함으로 아주 좁은 곳에 머무는 사람과

        소유하지 않음으로 너른 세상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노매드들.

        더 용감하고 더 솔직한 사람들=노매드
        란 암시가 영화 속에 나옵니다.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었어요, 저 한테는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들어와 자꾸 살아나
        밤새 잠못 이루게 하다니요.

        잘 만든 작품 속의 대사 몇 개만 옮긴 포스팅인걸요.^^

    • 발마2021.05.02 11:25 신고

      아직 관람을 못한 영화라서
      섣불리 절감통감 곶감단감
      공감동감 말이야 못하지만
      영화대사에 나온다는 단어
      home과 house의 차이정
      그건 충분히 공감대 형성!!

      <가옥>은 돈 있으면 만들 수 있지만
      <가정>은 돈 많다고 되는건 아녀라!! 그츄?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03 05:00

        발마님댁 혜명초당은 하우스
        쓸고 닦고 따스하게 덥히는 발마님 정성과 맛난 밥 지으시는 미세스 발마의 다정함이 만드는 홈 
        따님 부부랑 외손주들 모이면 더 스윗 홈.^^*

        영화 속에 나오는 자연의 풍경들은 
        아주 황량하고 거칠게 찍었어요.

        길에서의 삶이 쉽지 않은 걸 그렇게도 표현한 거 같아요.


      • 발마2021.05.03 08:37 신고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쥬?

        겉껍데기는 hard ware.
        속알맹이는 soft ware.

        사랑의 숨소리 스며나오게
        하는건 역시 human ware.

      • 교포아줌마2021.05.04 12:04

        어제 
        우리 동네 시애틀의 빌 게이츠랑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이혼하기로 했다고 트위터로 발표해서
        두 사람의 범인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돕기에 박수를 보내고 좋아하는 저는 먹먹해 하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두 사람이 이루었던 홈이 깨어져 있었나 봅니다.

      • 발마2021.05.04 12:33 신고

        그러게말입니다..
        매년 146억원을 소비 지출한다해도
        10000년을 먹고살만큼 갑부인데도
        MS windows만으로는 뭔가 풀리지
        않는 human ware적 bug가 있었나?

        아무튼 이혼 재혼을 손바닥 뒤집듯
        잘도 해내는 미국인들의 애정문화?
        자유분방?? 철학정신?? 몫돈노림?? @@

        나같이 평범한 보통인간들은 감히
        별종인간들의 software를 이해불가. ㅠㅠ

    • 노루2021.05.05 01:34 신고

      유랑하면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기 쉽고 -- 예를 들어, 맨(bare) 확율로, 일반적으로
      열에 하나가 안 좋은 사람이라 쳐도 -- 또 좋은 사람들로 보이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드네요. 한 도시에 살면서 같은
      모임에서 자주 만나면서야 가까이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진정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어떤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다 말게 되고요. 자연은 또한 때로는 잔인하고 위험하기도
      하니요. ㅎ 
      (콜로라도에서 그저껜가 한 여인이, 아마도 산책나갔다가,
      곰에게 희생된 뉴스를 어제도 보여주더군요.)

      한 달 전쯤엔가, 집을 나와 혼자 소형 캠핑카를 몰고 중국
      전국을 유랑하며 삶을 즐기는, 나이 든 (50대인지 60대인지
      잘 기억 안남) 중국 시골(?) 여인 이야기를 뉴욕타임스에서
      읽었는데, 지금 다시 보려니 못 찾겠어요. 교아님도 읽으셨을
      것 같은데요.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07 10:58

        빈 들에서 빈 몸으로 만날 경우
        그 만남들이 더 솔.직.할 것 같아요.

        영화 속의 자연이 멋진 경관이라기 보담은
        아주 황량하게 찍힌 것이 바로 위험하고 거친 배경이란 느낌을 그대로 주더군요.

        준비 없이, 무작정 자연에 들어서는 무모한 사람들이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는 걸 봅니다.

        56세에 가정과 결혼생활을 탈출해서 길에 오른 Ms. Su 이야기 저도 읽었어요.

        어느 날 홀연히 어릴 적 부터 짐 지워진 노동, 끊임없는 가사와 학대 받고 가부장적이고 존중되어지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뒤로 버리고 스스로 홀로 여행으로 해방된 여인.

        그 녀의 여행하며 올리는 비디오를 응원하며 함께 따라가며 지켜보는 수많은 여인들.^^

        갑자기 본의 아니게 여성인권신장의 아이콘이 된 것에 스스로 놀란다는 이야기도요.

        용감하고 자신의 삶에 솔직한 사람이겠지요.

        노매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요.

        관광이나 일정이 잡힌 여행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 앤드류 엄마2021.05.07 18:45 신고

      저도 이 영화만큼은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어서 아직 못보고 있습니다.
      집근처 영화관에선 상영을 하지 않으네요.
      처음 이 영화를 알게 되었을때 교아님이 정말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ㅎㅎ
      저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가 촬영된 장소를 방문하게 되면 영화속의 인물들을 떠 올리게 될것 같으네요.
      영화에 나왔던 인물들중 메인을 제외하곤 실제 노매드들 이시라니 저도 그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행운을 만나게 될수도. 감동에 빠지고 싶어서 이 영화와의 만남이 정말 기다려지네요.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08 12:37

        큰 화면으로 보시면 
        미국 자연의 황량함이 더 효과적으로 전해져 올 것 같군요.

        저는 노매드 과는 아니고 여행객 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고난 후에요.

        철저히 혼자 다니는 길은 아주 다를 겁니다.

        영화 속에 등장했던 노매들 몇이 오스카 시상식에도 참여 했다지요.

        많이 누리고 집착하느라 아웅다웅 사는 삶들에
        청량제가 되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 빨강머리2021.05.16 16:51 신고

      ㆍ노매드랜드ㆍ 꼭 봐야 될 영화입니다.
      지금은 강남 어느극장에서 상영중이라는데 우리동네 오기를 기다리며 수시로
      인터넷 검색하고 있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 돌담2021.09.18 21:31 신고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 영화는 두 번은 보아야 한다는데 
      상영하자마자 달려가서 보았으면서 아쉽게도 한 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노매드랜드가 그냥 노매드랜드로만 느껴졌습니다.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수상 소감을 그렇게 성의없이 한 것에 대하여 이해를 못했고...

      노매드 생활.. 원했던 삶이었고 지금도 떠나자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이라면 지금이라고 노매드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희망은 있는 것이지요? ^^

      답글
      • 교포아줌마2021.09.20 12:06



        프랜시스 맥도만드의 스피치를 이야기 하시네요.
        지금도 가슴이 아린....

        노매드랜드 영화의 음향효과를 맡고 있었던
        마이클 월프(wolf) 라는 35 세의 젊은이가
        경제적인 악조건과 싸우다가 35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에 수상 소감에 그를 추모하며 늑대 울음 소리를 낸 것.

        노매드랜드' 영화의 내용에 딱 맞는 수상소감을 했다고 생각하고 가슴이 저렸었는데요.

        가난한 사람들, 잃을 것 없는 사람들, 길 위에서 사는 삶 들이 엮이는 영화로 다큐먼타리 같은 영화 의 주연을 맡은 배우로서 간결하고 의미심장하게 함축된 메시지를 던진, 너도 나도 하는 진부한 장황한 스피치가 아닌.

        영화를 하는 작업에 칼이 들어 있다' 라던.

        기생충' 처럼 이 영화도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어두운 곳을 조명하는 내용 이라고 생각되어
        프란시스의 말에 공감하고도 넘쳤었는데요.....

        영화 속의 노매드들

        안락한 집에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저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생활이지요.

        가끔 몽골이 벌판이나
        러시아의 바이칼 호의 황량한 벌판을
        작은 짐을 나 만한 당나귀 등에 얹고 함께 걷는 허무맹랑한 꿈을 꾸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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