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 을 만들어 짜는 거미 여인들구경하기 2022. 12. 19. 00:00
해마다 겨울의 초입
우리 동네엔
실을 만들어 이것 저것 만들며 노는 여인들이 모여
자신들이 만든 것들을 보여 주고 파는 행사가 있다.
지난 이년 간 코비드로 중단 되었는데 다시 열렸다.
동물의 털
알파카, 양, 그리고 털이 보드랍고 긴 개 털 까지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고 물감을 들이고
뜨고 엮고 얽고
틀에 넣어 짜고
삶고 쪄 두껍게 줄여서 조끼 나 모자를 만들기도 한다.
작품을 내는 회원 들 중엔
삼삼오오 작은 그룹이 모여 실을 만들고 짜며 노는 사이로
누구의 작품인지 단박에 알아보기도 하고
서로의 작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인류가 함께 잘 살자고 기원하면서 짰다고.
내가 아는 일본계 미국인 삼세인 재니스
간장 종지 만한 바구니 몇개를 출품했네.
몇 년 전엔 바닷가 에서 주운 다시마 줄기 말린 거랑
포도 줄기, 그리고 들풀, 조개 껍질 들을 엮어
화려하고 커다란 바구니를 선 보여 장 열자 마자 금새 다 팔리더니.
향나무 속살을 얇게 길게 쪼개 말려서 정교하게 엮은
재니스의 바구니는 섬에서 유명하다.
이젠 나이가 들어 큰 작품은 못 한다더니
정말 앙징맞게 작기도 하다.
잎이 긴 솔잎들을 모아 질긴 풀 로 엮어 만들었네.
뭘 담을 수 있을까
사탕 서너개 쯤
밑둥을 보니 커다란 쇠 단추를 꿰어 엮기 시작했네.
그 참!!
라벤다와 포도를 나눌 때 마다
재니스가 가져다 준 이런 저런 자료와 엮는 법을 달리 한
작은 바구니가 서너개 쯤 내게 있다.
바구니 만들기를 가르치기도 하는 재니스는
지구 상의 모든 질긴 초.목. 들은 다 쪼개고 엮으면 바구닐 만들 수 있단다.
그렇게 온 인류가 뭘 담느라 바구닐 짜왔다고.
시들어 말라 뒤틀어진 아이리스 (붓꽃) 잎들을 보고는
꼬아 만들면 아주 질긴 바구니가 된다네.
올해는 빈 손으로 매장을 나왔네.
눈에 들어온 게 하나도 없이 다 그저 그렇다.
만드는 사람들도 바뀌고
내 취향도 바뀌었겠지.
예년엔
실, 모자, 스웨터, 쇼울 , 바구니 등 몇 개는 꼭 사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올해 행사에는
작품도, 참가자도, 구매자들의 열기도 훨씬 줄어든 것 같다.
아직 코비드 판데믹 후유증 때문이겠지.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따뜻하고 감촉이 좋고 좀이 먹지 않고 세탁 하기도 편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합성섬유들의 우수함 때문일 수도 있다.
* * *
우리 동네 에서 나는 동물 털들 알파카나 토끼털, 아가양털들 을 물레로 성글게 돌려 짠 벙어리 장갑 들은보기엔 좋고 실용적인 면에선 좀 뒤지는 건 사실입니다.
저 사진 속의 털양말들은 몇 번 신으면 뒤꿈치에 구멍이 나고 말아요.^^
물레를 돌려 실을 잣는 재미, 그걸로 긴 겨울밤
손을 놀리며 짜는 재미.
북구를 방불케하는 회색 겨울 동네에 사는 여인들의 겨울놀이 지요.
문양을 잘 보면 아시겠지만 동네에 스캔디나비아, nordic countries 계의 이민들이 많아서 작품 중에 그 전통을 미국에서 지켜 나가는 게 보입니다.이천이십이년
겨울 초입에
교포아줌마
이천이십년 겨울
실 만들어 짜고 노는 아줌마들의 전시판매에 다녀 온
교포아줌마
'구경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쐐기풀 드레스-다큐 필름 The Nettle Dress (5) 2024.11.14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다 (0) 2021.05.02 정한솔 극작: 기러기의 꿈(Wild goose dreams) (0) 2019.02.16 뉴욕, 2016 시월의 마지막에서 십일월로 - 걷고 또 걷다 (0) 2016.11.03 악명 높은 마가렡 조(Notorious C.H.O.) (0) 201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