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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솔 극작: 기러기의 꿈(Wild goose dreams)
    구경하기 2019. 2. 16. 22:49



    지난 해 십일월 중순

    손녀를 보러 브루클린에 갔던 때


    소호의 퍼블릭 씨어터 (Public Theater)에서

    젊은 한국계 극작가 정한솔의

    Wild goose dreams (기러기의 꿈) 공연을 봤다.




    뉴요커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 기사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의 관계가 

    마구 좋아했다가 다음 순간 삐쳤다가를 반복하는 게

    흡사 십대들의 철부지 관계 같다는.


    젊은 정한솔의 인상이 

    신선하고 발랄하기도 하다.



    미국에서 한국계 소설가들은 드물지 않은데

    극작가는 정한솔이 처음이다.


    남아공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십대 초반에 한국으로 돌아가

    그 어려운 입시 위주의 공부에 전력을 다하다

    미국으로 온 젊은이.


    한국사회 

    가족관계

    남북관계

    그녀가 조금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당연한 배경이 되었겠다.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한 시간 사십오분의 공연이 지루하지 않게

    긴박하게 엮어가는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이다.



    공연 홀은 온통 

    남한과 북한의 사진들로 섞여 도배되어 있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그때 그때

    서울의 뒷골목이 되기도 하고

    북한의 어느 벌판이 되기도 한다.






    옛날과 모던한 한국인들의 사진들은

    시공을 넘나들게하는 효과를 내고. 






    미국에 딸과 아내를 유학보내고

    고시원에서 독거하는 

    삼성의 임원 이며 기러기 아빠인 

    국.민.성.



    탈북여성으로 북에 두고 온 아버지와 가족들이

    보복을 당할 까봐 마음의 빚을 진 

    유.난.히.


    (두 주연 캐릭터의 이름에서

    한국인인 나는 '유난한 국민성'을 떠올렸다.^^*

    아마도 한국어를 아는 관객만 즐길 수 있는 언어유희였으리라)


    이 두 남녀가 인터넷 매칭 사이트를 통해 

    외롭다'는 말에 공감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어

    어설프게 엮어가는 

    사랑이 될 뻔한 

    이야기다.



    요즘 세상의 흔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만나고 헤어지는

    인간 관계의 스토리다.





    무대는

    노인이 한국의 


    '나뭇군과 선녀'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날개옷을 찾아 입고 

    하늘나라(더 나은 곳)으로 날아가 버리는'


    극 중에는 메타포가 많이 나오는데

     '날개'가 특히 그렇다.



    딸에게 날개를 달아주려고 유학(탈북) 보내는 아빠들.


    딸을 탈북 (유학)시키고 남은 아버지들의 날지 못하는 펭귄 날개.


    * * *


    채팅이 진전되어

    실재 만남이 이루어져

    실재 인물인지가 확인되고


    하룻밤 함께 보내는 잠자리에서


    '북한에서는 섹스 중에 미안하다고 하면 섹시한거냐'고 묻는

    기러기 아빠 국민성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남.북.한 사람들의 거리 만큼

    가깝고도 아득히 먼 

    서로를 모르는 사이다.





    돈 받는 일 외에는

    받지 않거나 툭 툭 끊어버리는

     딸,아내와의 통화 후의 미련과 허전함


    두고 온 가족, 아버지에 대한 걱정에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리는 죄의식


    이 두 마음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교류하는데


    문자인 채팅 내용을 

    옆에 붙어서서

    대변하는 음성 대화로 바꾸어 말하는 제이의 배역들


    그리고 코러스를 통한

    이모지(웃는 얼굴, 부끄러운 얼굴, 화난 얼굴, 실망하는 얼굴...)등의 설명으로

    빠르게 코믹하게 이야기가 진전된다.



















    극 중 대화에서


    "남한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말에 온통 미치도록 빠져있다(obsessed)'는 유난히.






    독거를 감내하며 딸, 아내와 만남을 기다리는 기러기 아버지 국민성


    날지 못하고 퍼덕이는 펭귄 모습의 아버지 환상에 결국 북으로 다시 돌아가는 유난히


    다시 남으로 내려가서 잘 살라고 날개를 다시 달아주는 북의 아버지.



    자신도 훨훨 자유의 날개를 달고 일본계 미국인과 사귀어 미국에서 산뜻하게 새 삶을 시작하는 국민성의 와이프


    고시원에서 생을 자살로 마감하는 국민성


    아버지의 죽음을 접하고 '아빠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미안해요 아빠' 라고 가볍게 툭 이별하는 딸.



    국민성의 죽음에 오열하는 유난히.


    그리곤 


    다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또 어떤 다른 만남을 기대해보는 유난히









    만석의 관객으로 밖으로 나오는 데 한참 걸렸다.


    옆의 중년여성이 

    극이 끝나니 


    'Beautiful and Sad Story' 라며

    나 더러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응, 

    그런데 이 이야기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요즘을 사는 사람들

     누구나 쉽게 관련지을 수 있는 이야기 같지 않아?' 했더니


    '정말 그렇다'

    고 머리를 끄덕인다.



    인터넷 소셜 사이트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세상


    문자로 말하고

    이모지로 감정을 나타내며

    소통하는 세상이다.


    *  * *




    * 젊은 극작가 정한솔의 뉴욕 등단이 반가와서

    공연 감상을 쓴다쓴다 하다가 해를 넘겼다.

    그 때의 감동이 많이 사라진 후라 선명하던 대화, 장면들이 흐릿해지고

    감상이 좀 싱거워졌다.


    *사진은 공연 전과 후에 아이폰으로 찍었다.


    인기리에 마친 공연이라 언제 어디선가 재공연이 될 수도 있으리라.


    정한솔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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