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뉴욕, 2016 시월의 마지막에서 십일월로 - 걷고 또 걷다
    구경하기 2016. 11. 3. 04:37



    둘 다 일하는 

    며느리와 아들을 보러 

    주말을 끼고 삼박 사일 뉴욕 행.



    도착한 시각이 어두워 

    불 밝힌 크라이슬러 빌딩이 앞에 보이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보니 다른 건물에 비친 그림자였네.



    그랜쎈트럴이 내려다 보이는 곳


    뉴욕에 와 있네.







    며느리와 아들이 사는 브루클린 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자.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서 써브웨이 라인 둘을 갈아타고 가는

    우리는 멋쟁이


    써브웨이 바쁜 공간에서

    마임 댄스를 추는 젊은이들에 정신을 놓고

    춤 한바탕 끝날 때 까지 구경.


    박수치고 관람료내고


    아참!

    가야 할 곳이 있지.





    지난 겨울 방문 때는 

    겨울 거리의 분주함 속에서 

    무채의 추운 거리에서 온기 없슴에 걱정하고 돌아갔는데



    계절은 돌고 돌고

    아들네 사는 동네엔 프로스펙트 깊은 숲 공원이 있어서

    숲을 거닐기도 함에 마음 놓이네.






    아열대 엘에이에서 데려온 

    손녀 고양이, 손자 강아지도 건강한 모습으로

    춘,하,추,동이 확연한 

    좁은 브루클린의 삶에 근 삼년간 

    톨톨 잘들 지내고 있고.


    바쁜 도시의 삶도

    그 나름대로 일과 쉼의 리듬이 있네.


    귀한 주말을 온통 함께 해 준

    며느리랑 아들이 참 고맙다.



    주말의 끝


    일로 텍사스로 떠나는 아들을 폭우를 뚫고 라과르디아 공항에 내려주고

    우리도 호텔에 데려 다 주고

    다시 시작되는 일주일을 위해 돌아가는 며느리


    페미니즘이 극도에 다달은 시대에 

    일하는 수퍼 우먼.


    얼마나 심신이 바쁠까.





    월요일 

    하루 종일 맨해튼에서 일정이 없이 

    자유로운 날.


    오랜만에

    아침은

    맥도날드에서.


    집 아닌 모르는 길에서 

    항상 기대한대로 먹을 게 나오는 곳.

     

    그 동네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옆에 흡사 영화  God Father에서 방금 튀어 나온 듯한 

    나이 든 남성 둘.


    검은 가죽 구두를 반짝이게 광내고

    머리엔 기름을 발라 붙이고

    넥타이에 검은 가죽 잠바를 입은. 



    스마트폰을 꺼내 손녀와 증손녀랑 

    영어 사이사이에 이태리 말을 섞어 페이스타임을 하는데

    입술에 손을 얹어 키쓰를 연방 날린다.


    옆에서 듣고 보는데

    이곳이 어딘지 잊어버리게 한다.



    할아버지와 손주들의 대화를 주워듣고 보면서


    커피가 무슨 맛인지 기억이 안난다.



    말은 달라도 입고 있는 옷은 달라도 

    금새 공감, 참여할 수 있다.


    'What a lucky grandpa are You!'


    말을 건네니

    행복한 할아버지가 증손녀 자랑을 서슴치않고 덧붙인다. 



    참 사는 게 뭔데....


    좋은 아침.







    한나절이 주어진 맨해튼에서의 시간.


    지난 겨울 처럼 

    또 걷자.


    브로드웨이 쇼는 보고 싶은 게

    해밀톤인데 암표 한장에 천오백불쯤 한다.

    @!@



    언젠가 순회공연으로

    시애틀 우리 동네에 오면 봐야지.

    힢핲 뮤직이라 듣기에도 쉽지 않을테니

    미리 텍스트도 대강은 읽고 가야할 것이다.


    샌트럴 파크쪽을  향해 걸었다.


    일요일 밤엔 폭우가 내려 공항가는 길에 홍수가 나고

    바람에 낙엽이 센 비에 무수히 떨어져 나갔는데


    날이 맑기도 하고

    걷기도 좋았다.



    여행자처럼 

    걸음은 느리게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메트로폴리탄 아트 뮤지엄 돌계단에는 

    여행객들이 다리를 쉬고 해바라기를 하고.


    젊은 아티스트들의 길거리 전시 작품들을 보며

    길을 계속 하다


    구겐하임 미술관 까지 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가길

    전혀 즐기지 않는 사람과의 동행.


    그러고보니

     한번도 구겐하임엔 들어가 본 적이 없네.

    그 앞에 있는 센트럴 파크만 왔다갔다 했었네.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한 구석에선

    미술 수업을 나온 동네 초등학교 학생들이

    샤갈의 '날아가는 수레 flying Carriage)를 보며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럽게 이야기 해보고 있다.



    도시 아이들이 받는 혜택이다.

    그것도 좋은 학교에 다니는.



    놀랍게도  

    학교간의 인종간의  격리 비율이 

    뉴욕이 미국 전체에서 제일 높다는 엊그제 뉴스가 있었다.






    아그네스 마틴(1912-2004) 특별전


    추상화 작가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했었고.








    덜렁덜렁 

    세부에 눈을 쏟을 마음이 없어서인지

     

    먼발치에서 보는 네모난 대형 화폭들이 

    온통 무채색의 공백이다.




    화폭 앞에 사람들이 오가는 실루엣이  

    눈에 잡히는 전부라고 할 정도의 작품들.






    왼쪽 검은 네모는 'The Sea (2003), 오른쪽 작품은 'Homage to Life(2003)'






    Horizon(1960), The Garden (1958),Burning Tree (1963),Dominoes(1960)





    무제 (1957)



    젊은 시절, 초기의 작품들은 

    눈을 얹어 볼 건더기가 조금은 둥둥 떠 있었는데


    점점

    가는 선과 점으로 직조를 짜듯 섬유같은 화폭에 몰두해서 그려나가다가


    마지막엔 

    창살없는 문창호지 같은 흰종이만 화폭에 보이게


    그렇게 진화한 작품들.







    작품을 감상할 여유가 없어서였겠지.


    이 말없는 추상화 들 앞에서

    머어엉~~~ 하다가


    옆에다 머라머라 작품 해설을 해놓은 큐레이터들의 

    '썰'들은 읽는둥 마는 둥 하다가

    그만 두기로.


    작품은 내가 내 눈으로 보는 건데.....

    미술 작품은 눈으로 전해지는 건데.....



    루브르를 삼십분에 끝낸 남편은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자세히 볼 그 무엇이 없슴에 다행스러운 표정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휘휘 돌아다닌다.



    구겐하임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관심을 받는 작품들이다.


    누가 고르고 정하는가.


    그 보이지 않는 줄의 힘에 누군 각광을 받고 

    누군 거리의 아티스트로 사라져가고.


    내가 추상에 대한 감상력이 없기에 그럴까.

    대부분의 작품 제목들이 '제목 없슴' 일 때는 

    더구나 통해 볼 수가 없다.




    구겐하임 소장품 전시에도 있는 그림

    노란 머리의 여자 피카소 작품을 넣은

    건물 층 표시한 싸인 앞에서 

    한참 오래 서있는 이 아저씨  ^_______________^




    Ai



    밖으로 나오니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

    And this house ain't no home

    Whenever she goes  away


    노래가 밝은 햇살 아래 울려퍼진다.


    햐아~

    노래 좋네.


    멋지다, 고맙다 하고

    거리의 콘서트 위로, 후원금 내고


    되돌아 오는 길


    5번가 트럼프 빌딩 앞을 지난다.





    트럼프를 버리자 (Dump the Trump)

    내가 제일 위대하다 (I am the Greatest) 뻐꾹!


    트럼프는 뒤깐으로!(Trump for Outhouse YES!)

    화이트 하우스는 안되고!(White House NO!) 



    팻말을 들고 앉은 사람한테 엄지 손가락 들어 응원하는데









    등 뒤에선

    빤쓰만 입은 벌거벗은 카우보이가 정문 앞에서 기타 치며 노래 한다.








                                                   

                                                   맨하탄 거리를 걸으며, 서울에서 들려오는 암울한 소식을 간간히 떠올리며 계속 떠오르던 노래다.




                                                                                                           이천십육년 십일월 이일

                                                                                                                 

                                               며느리랑 아들을 만나고 온


                                                교포아줌마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