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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후유가키) 위에 첫눈이 쌓일 때
    농장주변이야기 2017. 12. 6. 06:17



    히로가 아프다



    우리가 브루클린으로 떠나기 전에

    예사롭지 않은

    통증을 호소했었는데


    육개월이 지나 돌아오니

    중환자가 되어 있다.



    '나

    참 열심히 살았는데

    나쁜 것도 안 먹고

    나쁜 짓도 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일했는데....'



    젊을 적 부터

    레슬링으로 단련된 몸이 

    그 독한 약들에 많이도 축났다



    그래도 

    우리 친구 히로다.





    -히로표 모찌-겉에는 코코넛 가루를 묻혀 서로 붙는 걸 막는다.-





    사는 날 까진


    함께 살아나가야지




    약물로 통증이 콘트롤 되고


    몸이 해 낼 만한 날이면


    정원 일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청소도 하고


    운동도 하고



    가까운 이웃들에게

    모찌를 만들어 나른다.




    히로네가 모찌 기계를 산 것이 

    지난 해 가을



    그 동안


    모찌를 만들어

    떨어질세라 날랐다.



    후라이팬에 구워

    간장이랑 꿀에 찍어 먹으라는

    친절한 말과 함께




    이젠 

    병의 진전을 막느라

    탄수화물 섭취를 거의 끊은

     히로의 다이어트 때문에

    모찌 방앗간 문을 닫겠지 했는데


    며칠 전에도 

    아직 따끈한 떡을 가져왔다.


    그것도 쑥 모찌를.


    일본 식품점에서 쑥을 구했다고.



    우리 집에 쑥밭이 있다고 하니

    반가움에 얼굴이 화안 해진다.



    봄이 와 새 순이 나면

    같이 쑥모찌를 만들자고 했다.



    *   *  *




    요즘

     

    아홉시가 되어서야 날이 밝고

    서너시만 되면 컴컴하고

    비는 거의 매일 온다.




    히로랑 쑤우한테 

    점심 후에 놀러 오라하니

    쾌히 응한다.




    남편은 벽난로에 불을 활활 때고


    나는 촛불을 여러개 켰다.



    생강 계피차를 끓이고



    감도 몇 알 담아 내고.







    '아


    어릴 적 감나무에 감이 몇 개 안 남았을 때


    흰 눈이 붉은 감 위에 쌓일 때가 있어.


    그게 얼마나 고운지....'



    눈가가 순해지며 히로가 말했다.



    '그럼

    우리나라 초겨울의 풍경도 그랬어.'


    남편이 맞장구 쳤다.



    후유(Fuyu kaki)와 감


    말은 달라도 우리는 같은 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감 가지 끝에 앉은 


    작은 새에 대해서도.








    따뜻한 불 가에서

    깎은 단감 조각들을

    맛있게 먹으며 

    놀았다.





    봄이 오면 

    요고미(쑥)를 따서


    쑥모찌를 만들자고

    또 그랬다.



    꼭 그러자고.




    많이 따서 말렸다가

    가을에도 

    겨울에도 쓰자고.



    쑥은 해마다 돋으니까

    무진장 딸 수 있다고.





    이천십칠년 십이월 오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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