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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도록
한 들 건너 집
소가 울었다.
아침에 좀 그쳤는가 했더니
알라스카로 가는
안개 속 뱃고동 마냥
길게 크게
운다.
지난 봄에도 새로 난 송아지를
앗기고 난 어미소가 하나
그리도 몇날 몇밤을 울더니....
소 우는 이웃에 물어보려다
그만 둔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소울음에 잠을 설치다
새벽
잠시 눈을 붙이려니
딱따구리 숫놈 하나 와서
자는 방 지붕위 함석 연통을
따따따따따
쪼아댄다.
바바라네 새로 입양한
숫염소를
크리쓰네 염소 아가씨랑
한나절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했더니
이 염소 아가씨
여성 호르몬이 촉진되어
무척 사랑스러워졌다.
이름이 블론디인데
올 봄엔 드디어 새끼를 배게 하겠다고들 계획한다.
그 많던 염소 엄마, 아빠, 애들 다 어디 갔어?
괜히 물었다.
그냥 남의 집에 준 걸로 생각하면
그녀석들 모습이 눈에 안 밟힐텐데.
수의사인 크리스는
동물 식구들을 쉽게 입양하고
잘도 기르고
잘도 먹는다.
가축을 대하는 자세가
식솔로 보는 나와는 아주 다르다.
젖을 주는지,
알을 주는지
고기를 주는지
눈을 즐겁게 해 주는지에 따라
쓸것과 못쓸 것을 구별한다.
숫공작을 하나 사왔다고.
차 안에서
진정 시키느라
검은 양말을 머리에 씌워
눈 가리고 데려왔다.
-인물을 지우다보니 보기가 좀 이상하다-
공작 병아리들이 조금 커서 살이 오를만 하면
밤엔 부엉이가, 낮엔 독수리가 채어가니
다 큰 새들을 사다가 수를 채운다.
숫 공작들은
차의 반짝이는 범퍼에 자신들 모습이 비쳐지면
날개를 펴서 남성을 겨루다가
상대방이 안질세라 같이 날개를 펴면
차를 다 쪼고 긁어 놓는다.
범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인줄도 모르고.
공작 노는 것 보느라
줄줄 비오는 것
잠깐 잊는다.
이천십육년 이월 십구일
비가 많이 오는 날에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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