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민들레 술 만들기
    농장주변이야기 2005. 5. 16. 10:58

    내가 사는 곳은 초원이다.


    한 백 몇십년 전쯤 어느 젊은이 하나가 이 땅에 와서 원시림을 베고 
    자신의 일생을 이 들에 갈아 넣으며 알파파 농사를 짓던 땅으로 그가 떠난 후에는
    몇십년간 소와 양들을 방목하던 들이다.


    봄이 되니 집 근처 지천에 돋아나느니 민들레다.

    모래와 진흙이 적당히 섞여 (sandy loam) 쵸콜렡 색에 배수가 잘되는
    땅이 아주 기름져서 민들레도 큰 것은 속 배기기 전의 풋배추 
    크기만 한것도 있다.

    뱃길 하나 건너 편에 사는 린다가 놀러와서는 민들레가 아주 살지다고
    잎은 올리브 기름에 마늘과 함께 볶아 먹고
    꽃은 민들레 와인을 만들면 좋겠다고 입맛을 다신다.

    린다는 자연에서 채취하는 식품과 약초, 그리고 슬로우 푸드인
    발효식품들에 아는게 많고 즐겨 만들어 먹는다.


    참,
    자연에 접해 사는 생활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공짜로 얻는 먹거리가
    무진장하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나물들하며 각종의 딸기들(berries) 그리고 온갖 열매들…


    해 밝은 하루
    마음 먹고 노오란 봄볕에 앉아
    민들레 잎과 꽃을 따고 오래 된 살진 뿌리들도 캐냈다.
    (민들레꽃은 아침에. 뿌리와 잎은 쓴맛이 강한 봄에 딴다)


    얼마 안 되서 바구니가 가득 찬다.

    잎은 살짝 데쳐서 나물용으로 햇볕에 말리고
    뿌리는 발에 널어 햇볕에 말렸다.


    인터넷에 나온 수 많은 레서피중에서 남편이 기왕이면 색갈 곱게
    초록색은 빼고 꽃잎만 사용 하는 와인을 만들자고 하기에

    점심 후 해가 기울도록 둘이 마주 앉아
    노란 꽃잎으로 한 광주리 가득 채웠다.

    * * *

    민들레만큼 이 지구상에 널리 흔하게 퍼져있는 식물도 드물다.

    어릴쩍 민들레의 기억은
    노오란 봄의 전령으로
    빈들에서 밟히며 크는 잡풀로
    소꼽놀이에 많이 썼다.

    홀홀 불어 멀리멀리 날리던 민들레 꽃씨들

    미국에 와서 잔디를 가꿀 적에는
    독극물의 제초제에도 꾸준히 퍼지는 민들레들을
    한 번도 먹을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영어의 Dandelion은 그 잎사귀의 날카롭게 삐쭉삐죽한 모양에서
    사자의 이빨을 닮았다는 데서 ( dent of Lion)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우리 나라를 포함한 아시아뿐 아니라 아라비아, 유럽
    아메리칸 인디안등 민들레를 오래 동안 초약(herbal medicine)으로 써 왔다고 한다.

    간, 신장에 병이 있을 때, 황달증, 담석증, 신장 결석증에 쓰고
    이뇨제, 소화제등으로 사용해 온것 이 대개 인류 공통이다.

    요즘 처럼 양약이 발달해 효과가 빠른 좋은 약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에
    비생산적이고 비능률적이고 비과학적인
    약초를 캐기를 하면서 백년 전 쯤 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기분에 재미있었다.


    말린 뿌리들은
    마음 가는 이들에게 약용 보다는 쓴 맛 나는 차로 가끔씩 마시라고 조금씩
    보내리라

    * * *


    민들레꽃잎을 뜨거운 물에 이틀간 우려내고
    레몬, 오렌지 쥬스, 건포도, 설탕등과 섞고
    이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키니
    단 냄새가를 향긋하게 풍기며 익어가고 있다.

    앞으로 넉달 동안 두번쯤 더 흔들고 가라앉혀 색갈있는 병에 넣어
    지하실에 넣어두고 여섯달 쯤 있으면
    술이 다 익는다.


    어쩌다
    우리 부부는 술을 잘 못 마시지만


    민들레 술

    익어간다는 소문에
    여기저기서 찾아 들 친구들 생각하면서
    벌써부터 설레인다.


    민들레에게서 이렇게 쏠쏠한 즐거움을 맛 볼 줄을
    전엔 몰랐다.


     




     

     


    민들레 술 만드는 법(Dandelion Wine)

    (Jack Keller의 민들레 술 레서피 모음 중의 하나)

    재료
    *민들레 꽃잎 9 컵
    *노란 건포도 잘게 다진 것 1 파운드
    *흰 설탕 2 파운드
    *레몬 2 개
    *오렌지 3개
    *이이스트 1 TBSP
    *펙틴 효소(Pectin Enzyme) 1 tsp
    *탄닌 1 tsp
    *물 14 컵



    1. 민들레꽃은 해밝은 날 오전에 따서 꽃잎만 따 놓는다.
    2. 오렌지와 레몬의 껍질 노란 부분만 오려서 잘게 썰어 놓는다
    3. 1과 2 를 나일론 헝겊(나일론 팬티 호오스를 사용해도 됨)에 싸서 묶어 놓고
    4. 큰 그릇에 3을 넣어 물을 끓여 붓고 뚜껑을 덮어 사흘 동안
     나일론 백을 손으로 서너번씩 주물러 짜면서 우려낸 후 꼭 짜낸 후 물을 끓인다.
    5. 끓는 물에 설탕을 넣어 완전히 녹인 후에 잘게 다진 건포도를 넣고
     뚜껑을 덮어 40-45분 동안 재운다.
    6. 유리나 플라스틱 큰 병에 오렌지와 레몬 쥬스, 탄닌, 그리고 5를 넣어 실온으로
     식힌다.
    7. 펙틴효소를 넣고 뚜껑을 덮어 10-12시간 재운다.
    8. 이이스트를 넣고 덮어둔다.
    9. 8을 닷새 동안 하루에 두 번씩 저어준다.
    10. 고운 체에 받쳐서 건포도를 걸러낸 후 색갈이 있는 유리 병에 옮긴다.
     (빛을 차단하는 목적이므로 6의 용기에 마후라나 검은 천을 씌워놓아도 된다)
    11. airlock(물을 담아 공기를 차단하고 발효중의 가스를 빼는 병마개 일종)을 
      씌운다.
    12. 술이 맑게 가라앉으면 한 번 흔들고 Campden정을 부셔서 집어넣고
      Airlock을 씌워둔다.
    13. 여섯달 동안 매 두달 마다 한 번씩 12의 과정을 반복한다.

    14. 한달을 더 기다린 후 작은 병들에 담아서 6개월을 저장한 후 부터 마실 수 있다.
      더 숙성한 와인은 6개월을 더 기다리면 된다.

    * 펙틴 효소, 태닌, 캠든(Campden tablet) 정, airlock 등은 미국의 경우
     맥주나 술을 집에서 취미로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brewery store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다.


    2005년 5월 16일

    교포아줌마 올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