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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엉이랑 사는 집
    농장주변이야기 2006. 11. 23. 05:04

    요즘엔 주말이면 사냥꾼들의 총소리에 새벽에 깨어난다. 
    따앙땅 소리에 내 가슴이 오리 가슴이 되고 새벽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오리 사냥 시즌이 오픈된 것이다. 

    집 뒤 와일드로우즈 숲에는 꿩들이 푸덕푸덕 깃들이고 있는 것을 본다. 
    길 건너 마이크랑 린다네 부부의 블루베리 농장엔 아더(Arthur)라고 
    동네에 알려진 
    털이 요란한 장끼가 유유히 자기집 마냥 거닐고 있다. 

    어찌나 색이 고운지 자신의 모습에 취한 듯 우쭐대며 위풍당당한 걸음이다.

    아더를 비롯해 몇 마리의 장끼들이 동네 암탉들을 유혹해 새끼를 퍼뜨려 
    꿩도 아니고 닭도 아닌 꿩닭들이 들에 야생으로 돌아다니는데 
    그 생김새가 아리송하고 재밌다. 

    들일을 도와주는 데이빗이 꿩사냥 시즌에 꿩을 두마리 가져다 주었다. 

    꿩뼈를 우려낸 단 육수에 뼈째 탕을 쳐 만든 꿩경단이 들어야 제격이라는 
    친정 어머니의 어릴 적 고향의 그 냉면 맛을 
    내가 한번 내보고 싶어 한 때문이다. 

    정작 닭대신 꿩을 손에 쥐고는 
    어제까지도 숨이 붙어 있었을 고운 깃털에 그대로 싸여 있는 
    축 쳐진 꿩을 차마 손 못대고 
    집 주위에 곱게 묻어주었다. 

    올 겨울엔 이 지방에서 잘 된다는 포도 덩쿨들을 심을 계획인데 
    집 주위에 숱한 까마귀들이 문제다. 

    라아벤다 밭에 깔아놓은 검은 비닐들이 아스팔트인 줄 알고 
    저 쪽 마이클네 헤이즐 넡 농장에서 열심히 너트를 주워다간 
    떨어뜨리는 놈들이다.

    한참의 시행착오끝에 이젠 시멘트 바닥에만 떨어뜨려 
    따악딱하고 너트를 깨먹지만 
    가을이 한창일 땐 그놈들 덕에 심심챦게 헤이즐 넡을 주워 먹었다. 

    가끔은 조개랑 고동도 떨어뜨려 깨먹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집 지붕을 검게 칠한 듯 온통 진치고 있는 모습에도 친근하게 느낀다. 

    그런데 까마귀들이 포도도 좋아한단다. 
    평균 연령도 인간보다 길어서 한 구십년은 족히 산다는 이 영특한 동물은 
    새 들 중에 가장 발달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나 

    한마리만 잡아서 장대끝에 높게 매달아 두면 
    일마일 반경내에선 까마귀 구경을 할 수 없게 모두 도망 가버린다고 한다. 

    이 한마리 희생 까마귀를 잡을 생각에 우리는 마음이 분분하다. 

    까짓거 포도밭 위로 네트를 치지 뭐. 남편의 말이다.

    남편이 동네 철물점에서 거금을 주고 산 새총(sling shot)으로 
    이제껏 맞힌 새는 한 마리도 없다. 

    동트기가 무섭게 굴뚝위의 함석 챙을 따르르르륵 하고 괭가리 치듯 쪼아대어 
    암컷들을 부르느라 아침잠을 설치게 하던 이 동네 딱따구리들도 
    우리 남편의 새총 실력을 익히 아는 바이다. 

    그 녀석들은 메이팅 시즌 동안 눈 하나 깜짝하지않은 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집 굴뚝위에서 다른 수컷에게 질세라
    큰소리를 내어 짝들을 불렀고 
    지붕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까고 나갔다. 

    사시사철 집주위를 배회하며 우리 부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보고 있는 
    온동네 까마귀들이 자기들끼리 그 잘 통하는 언어로 얼마나 
    남편의 새총 솜씨를 우스개 삼아 깍깍 즐거워하는지는 
    불 보듯 빤한 이야기다. 

    아마도 포도가 익을 때면 우리는 포도 밭위에 그물을 치게 될 확률이 높다. 
    삼년 동안 남편의 새총 실력이 일취월장 늘어나지 않는 한. 

    * * * 
    어느 아침엔 
    부엉이가 훼밀리 룸 벽난로에 떨어졌다. 
    날개를 피면 족히 일 미터가 넘는 큰 헛간 부엉이다. 

    우리집 하룻 강아지가 왕왕 짖고 남편이 후랫시로 비추는 소동에 
    부엉이가 훌쩍 다시 벽난로의 굴뚝 위로 통하는 구멍으로 올라갔다. 
    흩어진 재와 떨어진 깃털들에 의아한 내게 
    남편은 자신있게 부엉이가 굴뚝 밖으로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아니 활주로가 없는데 어떻게 그 좁은 굴뚝을 빠져나갔을까? 

    거 부엉이 발톱으로 꼭꼭 찍으면서 올라갔겠지 뭐.

    바위타는 사람답게 
    자기 방식대로 부엉이를 그렇게 밖으로 내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불을 지피는데 
    전에 없이 연기가 빠지지 않고 방에 자욱하게 들어찬다. 

    여보, 혹시 부엉이 아직도 굴뚝에 있는 것 아녜요? 

    후렛시로 안을 비춰보니 아뿔싸 연통 나가는 구멍 불길 사이로 
    부엉이가 애원하는 눈으로 눈을 맞추고 있는게 아닌가? 

    불야불야 불을 끄고 다시 비쳐보니 
    베이지 색 털에 하아트 모양의 연분홍색 얼굴을 가진 부엉이 이마가 까맣다. 

    부엉이 이마가 탔나봐 

    그날 밤 우리 부부는 화상당한 부엉이 생각에 잠자리가 영 편치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카운티의 동물보호부서에 전화하니 
    보호해야하는(endangered) 종류라며 땅거미가 질 무렵에 
    온집안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을 한두시간 비우란다. 

    낮 동안 부엉이는 아직도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앉아 애절하게
    우리를 내려다 본다. 

    꺼멓던 이마는 숯껌정이었는지 다시 얼굴이 깨끗하다. 

    맘 놓고 훨훨 날아 나가라고 벽난로 앞 스크린을 치우고 
    밤이 되어서야 돌아 오니 
    거실 탁자에 하얀 배설물을 남겨두고 부엉이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날 밤 
    벽난로 위쪽에서 칲칲 새끼부엉이들이 돌아온 엄만지 아빤지를 반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간혹 새끼들이 떨어지는 수는 있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어미나 아비 부엉이가 떨어지다니. 

    밤에 가끔 쉬리리릭 금속성 소리를 내며 먹이를 찾아 나르는 소릴 들으면 
    그 때 그 신통챦은 부엉인가 한다. 

    이웃의 앤은 부엉이가 굴뚝에 산다는 이야기에 
    평소 미신에 곧잘 얽매이는 그녀답게 다짜고짜로 

    '그게 무슨 징조일까?' 하며 불안해 한다. 


    '징조는 무슨 징조겠어? 
    들판에 토끼랑 들쥐랑 먹을 것 투성이니 자연히 부엉이가 모이는 거지. 
    굴뚝 끝에 둥지를 틀면 따뜻해서 새끼들 키우기도 좋구.' 


    * * *

    어떤이들은
    부엉이를 밤의 어두움이 주는 불안과 연결지어 불길한 새로 보기도 한다.

    농부들은
    헛간 부엉이가 광의 쥐를 없애서 곡식을 잃지 않는다고
    부의 상징으로 보기도 하고


    어두움속에서도 밝히 본다하여 
    총명, 지혜의 상징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 훗훗하는 말소리가 아름다와서 
    일부러 집 가까이나 헛간으로 유인해 깃들게 하는 
    부엉이 애호가들도 있다.


    결국 

    환경이란

    '나'를 비쳐낸 나의 연장인 것을....







    * * * 

    지난번 
    명품관이란 곳에서 
    우리집 굴뚝에 사는 부엉이랑 똑같이 생긴 유리 공예품 부엉일 보았다.

    '어마나 우리 부엉이가 여기에 있네!'

    '이거 진짜예요 '

    '아니, 우리 부엉이는 진짜예요'

    '이것도 진짜 베네찌아 제품이에요.'




    2005-11-23
    교포아줌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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