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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살아가고 있는 것들 속에서
    산, 들, 강, 바다 2010. 12. 29. 12:05


    명절 쉬는 기간이라 

     

    오랫동안 미루었던 올림픽 페닌슐라에 있는 원시의 숲에 갔습니다.

     

    섬에서 페리를 타고 건너갑니다.

     

    작은 포구 마을에 도착해서 

    더 작은 마을을 몇개 지나고

    좀 더 큰 포구를 거쳐

    몇 가구만 모여사는 산골 동네들을 지나갑니다.



     

     

     


     

     

     

    북미대륙에 유일한 와싱톤주에 있는 레인 포레스트(rain forest)는

    북서태평양의 습기가 높은 올핌픽 마운튼을 넘지 못해 일년내내 거의 매일

    줄창 비가 오는 곳으로

    일년의 강우량이 144 인치나 된답니다.

     

     

     

     

     

     

    마침 어제는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도 가끔씩 작은 창문처럼 비쳤습니다.

    그 정도면 아주 맑은 날로 칩니다.

    이 비동네에서는요.

     

     

               

     

     

     

     

    하도 습기가 많아 나무마다 이끼가 무성합니다.

     

     


     

    가지가 많은 잎큰단풍나무들은 이런 모습을 하고 삽니다.

     

     

     

     

     

    수명을 다했거나 천재지변으로 쓰러진 고목은 거름이 되어 

    다음 세대가 그위에 또 태어나 자라나고 있고요.

     

    이렇게 쓰러져 거름이 된 고사목들을 '젖을 주는 나무, 먹이는 나무 (nursing log)라고 부른답니다.

     

    숲속에서 세대교체하는 모습입니다.

     

    고사목 위에서 자라난 나무들은 

    사체가 완전히 썩고 난 다음에는 이렇게 뿌리가 들린

    모습이 됩니다.

     

     

     

     


     

     


    이끼낀 나무사이로 난 길을 가다가 

     

    샘물(spring water)이 퐁퐁 솟는 맑은 냇가의 머리에 닿았습니다.

     

     

     

     


     

    물의 맑음이라니요.

     

    물미나리가 파랗습니다.

     

     

     

     

     

    어마나 

     

    그런데 물 속에

     

    연어

         연어 

                   연어        연어

             연어

                          연어               연어

         .........

     

     

     

    그네들의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장소에서의 모습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네요.

     

     

     

     

     

    물길을 거슬러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




     

    바다에서 강을 거쳐 자신들이 알에서 깨어 났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온 거네요.

     

     

    이쯤에 오면 등은 많이 굽어지고 몸의 형태가 많이 일그러집니다.



     

     

     

     

    아직도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는 녀석들은 갓 도착한 연어들로 

    암수가 짝을 지어 서로 끊임없이 몸을 비비며

    알낳기와 수정을 유도하며 아우릅니다.

     

     


     

     

    수명이 다 하는 때에

    번식을 하는 연어들

     

     

    존재의 극대화

     

    '사는 것' 의 완성과 함께 죽음에 이릅니다.

     

     

     

     

     


     

     

    그러고보니

    거미며 그외의 벌레들도 자손을 퍼뜨리는 것을 끝으로 삶이 끝나네요.

     

    육아, 보육 과정이 없는 생물들의 경우에 그런가봅니다. 

     

     

     

    근처엔 바다족제비(sea otter)가 한마리 와서 연어 사체를 먹다가 인기척에 어디론가 숨었구요.

     

     

     

     

    산란과 수정을 마친 연어들은 죽어

    속속 거름으로 쌓여 

    물 속의 생명들과 물 밖의 새, 짐승들 그리고 시냇가의 풀

    그리고 이 나무들을 키웁니다.

     

     


     

    이곳 본토박이들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이 

    연어를 신성시하고 숭배하는 이유가 저절로 알아집니다.

     

     


     

     

    자연이 그대로인  곳

     

    이끼 하나 밟을세라

    좁은 길을 조심스레 걸으며

     

    오늘 하루 

    이 숲의 한 부분이 된 것에 

    조용한 감사가 있습니다.

     

    잘 살고 있는 것들을

    만남에.

     

    그 속에서 아주 미미한 존재로.




     

     

     

    이천십년 십이월 이십구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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