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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움의 실체
    횡수설설 2006. 8. 9. 06:41
    오랜 친구가 놀러왔다.


    같은 동네의 후배도 불러 점심을 먹고 놀았다.

    후배가 돌아가고 난 후 친구는 

    ‘저 후배는 원래는 고운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거칠어보여.
    우리 나이쯤에는 자신의 얼굴을 자기가 책임져야하는건데….’

    아주 안 되었다는 얼굴로 지나가는 걱정을 한다.

    * * *

    ‘우리 나이쯤 되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자식들 다 기르고 번식하는 생물로는 별로 할일이 남아있지 않은
    우리 나이 또래 여성들 사이에서
    덕을 갖춘 삶의 흔적으로 
    편안한 얼굴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배부른 점심 식사후 카페에 앉아 껌씹기 처럼 유행하는 말이다.



    * * *

    내 후배는 아들하나 딸하나 의 엄마이고, 
    무슨 중독증이 있어서 한 십년마다 가정의 둥지를 뿌리 째 흔드는 남편의 조강지처이며, 


    그리고 미국와서 공부한 이후로 
    이십년간 쉬지 않고 일하는 풀타임 잡을 갖고 있다.



    지금도 웃으면 스무살 적 고운 미소가 얼핏 돋아나는 후배는 
    간단한 바늘로 세월의 흔적을 지운다는 그 흔한 보탁스 한 번
    생각해 볼 짬 조차 없이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삶의 흔적이 거친 모습이어서 책임을 져야 한단다.


    남편의 중독증 때문에 
    두번 나를 찾아 와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고꾸라지며
    울고 간 적이 있는 후배다. 
    그녀의 창자를 끊어내는 울음을 나는 보았다.




    * * *

    첫아이 낳고 처음 남편의 중독증의 심각함을 알았을 때 
    아이 안고 야간도주하리라 맘먹었다가
    너무도 아비닮은 아이의 모습에 
    아비없는 자식 만들까봐 맘을 접었다고 했다.



    그 후로도 몇번 발병하는 남편을 보고 
    ‘가여운 사람 내가 아니면 누가..’ 라는 생각에 
    젊은 날의 사랑의 기억에 
    떠날 생각을 더욱 못했다 한다.


    소싯적 
    산속 야생난 같이 청초한 모습의 후배는 
    그렇게 선 자리를 지키며
    비바람 맞으면서 살아왔다.



    누가 우리 얼굴에 책임을 지라하는가



    눈가의 주름 하나 하나 
    입가를 스치는 미소 한줄기 한줄기
    눈빛
    인내로 굳게 다무느라 입가에 진 잔 주름들



    다 
    살아온
    살아있는 모습이다.


    * * *

    평지의 목련은 편안한 몸매로 기름지게 자라 난다.


    해안 절벽의 소나무는 
    비바람에 비틀어져 왜소한 모습에 강한 뿌리를 갖고있다.

    그늘 속의 고사리

    철뚝길가의 들국화………

    뿌리 내린 곳에 순응한 삶의 모습들이다.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다.
     
     
     
     
     


     
    lake_Anne[1].jpg캐스캐이드 산맥 중의 Lake Anne 교아찍음




    2005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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