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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 올리언즈와 마디그라 축제
    횡수설설 2006. 2. 28. 06:14

    오늘은 Mardi Gras 
    영어로 Fat Tuesday라고도 부르는데
    마음껏 먹는 화요일이란 말입니다.


    예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고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을 깨우치느라
    재를 찍어 이마에 바르는
    내일 Ash Wednesday를 시작으로해서
    사월의 세째 일요일인 부활절(Easter Sunday) 전날까지 46일 동안 
    모든 욕심을 억제하는 긴 근신 기간에 들어가기 

    바로 전날 화요일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인간의 욕망을 한껏 채우는,
    캐톨릭에서 유례한 카니발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마디 그라 축제하면 누구나 
    작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뉴우올리안스를 떠올립니다.

    뉴올리안스의 마디 그라 축제 행열은
    술집들과 홍등가로 붐비는 Bourbon 스트리트등에서 남자들이 색색의 
    구슬 목걸이들을 던져주면 웃옷을 벗어 서슴치않고 가슴을 헤쳐보여주는 여자들의 모습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이 날 
    구슬 목걸이를 받은 여성은 그걸 준 남성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걸프만에 위치한 커다란 항구도시 
    홍등가의 적나라한 모습인가 착각되게
    근래엔 상업성이 깊게 침투한 
    조금도 억제하지 않은 광난의 밤풍경이 펼쳐집니다.


    프렌치 쿼터를 중심으로
    술과 프렌치 캐네디언 크레올 요리와 아프리카 요리가 조화된 
    맛난 음식의 도시

    도박과 환락의 도시

    미국에서 유일하게 술을 드라이브 인 창구에서 햄버거처럼 살 수 있는 곳

    이 모든 불법인 것을 합법적으로 행하는 낙천적인 데라고
    레이건 대통령이 The Big Easy 라 부른 곳

    미시시피강 하구에서 도시를 이리저리 둘러싼 수로(bayou)사이를
    악어들이 유유히 노니는 곳으로 악어고기를 즐겨 요리에 쓰는 곳

    기름에 튀긴 작은 도너스에 흰설탕을 듬뿍 묻혀
    치코리를 섞은 검은 커피에 곁들여 먹는 곳


    지면이 수면보다 낮아 늪이 많고 인공 뚝에 의지해서 사는 도시
    그래서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땅위에 집을 지어 무덤을 만드는 곳
    늪에서 악어와 싸우며 사탕수수 재배하느라 
    흑인 노예들을 가장 잔혹하게 부리던 곳
    카톨릭과 아프리카 종교 Voodoo가 혼합된 주술적인 카톨릭교가 성행하는 곳
    루이 암스트롱과 재즈의 본향으로
    프렌치 쿼터 내의 Preservation Hall에서는 
    아직도 옛모습을 간직한 비좁고 누추한 홀에서
    밴드가 뜨악뜨으악 남부 흑인들의 한을 재즈로 풀어내는 도시


    관광이 아닌 이삼일의 짧은 방문으로 두번 뉴올리안스에 간 적이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번화한 프렌치 쿼터에서 불과 몇 블럭 안 떨어진 곳에 사는
    아프리칸 어메리칸 주민들의 동떨어지게 가난한 현실이었습니다.





    지난 번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안스를 강타했을 때 
    사상자의 대부분이 저지대에 사는 아프리칸 어메리칸 주민들이었다는 건 
    이미 다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지요.

    힢핲 가수 카녜 웨스트(Kanye West)는 재난 구조 과정에서 
    부시대통령은 흑인들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고 통렬히 비난해서 물의를 일으켰구요.

    폭풍경보에도 피하지 않은 흑인들을 향해
    왜 안전대피를 안했느냐고 안타까와하는 대통령 발언에
    도대체 자동차가 있어야 어데라도 움직일 수가 있지않겠느냐고
    평생 차를 가져 본 적이 없고 사는 곳 밖을 나가보지 못한 
    붙박이 달동네 사람들이 사는 동네 빼놓고
    어디에 연고지가 있겠느냐는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락(Chris Rock)의 당연한 지적에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물이 넘쳐 집들이 흙탕물에 잠긴 난민들이
    걸어서 그리고 노약자들은 가족들의 들것에 의지해서
    다리를 건너 바로 옆의 백인 거주지인 작은 타운으로
    피난 가려는데 그 타운의 시의원들이 급히 모여 의논한 뒤
    경찰을 동원해 다리 건너오는 것을 막는 바람에
    건너갈 수가 없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보도되었습니다.

    난민을 수용할 장소가 없어서라는 게 이유입니다.

    매일을 마디 그라로 축제 행열에만 끼고 싶은 게 우리들의 욕심이겠지요.

    수천명이 죽고 수천명이 실종되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흙탕물에 잠긴 집들을 떠나서 다른 주에서
    폐허가 된 뉴우올리안스가 전처럼 재건 될 것인가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오늘 뉴스로 보도되는 마디 그라 행열의 술렁임은
    예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달라진게 있다면 카트리나 재해민들에 대한
    시민들의 배려와 재난 복구를 촉구하는 보도들입니다.

    마디그라 때 벌어들이는 관광수입도 상당하니
    시의 운명을 걸고 전 주민이 합심해서 재건의 의지를
    불태워 열심히 준비했겠지요.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에게
    보이지않는 사람들(invisible people)을,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엔 동전의 양면처럼
    풍요와 흥청거림의 뒷전에 
    소리없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있지요.



    교포아줌마 올림오늘은 맘껏 먹고 마셔 축제기분을 내고

    내일 아침엔

    이마에 재 한점 묻혀볼까 봅니다.



    2006년 2월28일 화요일 Mardi Gras (Fat Tuesday)



    교포아줌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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