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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와 아들
    횡수설설 2006. 8. 8. 22:51
    동네에 중고품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익금은 몽땅 동네의 씨니어 센터(노인 회관)로 갑니다.

    오늘 오후 크리스마스 추리 장식하는데 필요한 전기 코오드를 사러 
    철물점에 가기 전에 그곳에 먼저 들렀습니다.

    요즘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먼저 Thrift store에 가서 찾아보고 
    없으면 그 다음에 새것을 파는 곳에 가서 물건을 사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합니다.

    * * *


    크리스마스 장식에 쓰일 물건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도네이션된 물건들 중에서 크리스마스에 속하는 것들을 일년내내 모아두었다 
    적시에 맞추어 파는 것입니다.

    싼타클로스, 눈사람, 징글벨, 연말 연시 카아드, 형형색색의 초들, 촛대들....

    중고품 가게라도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 흥청이는 요즘입니다.



    * * *

    '어디 멋진 천사가 없을까?'

    빨간 스웨터를 입은 여인이 혼잣말을 합니다.

    바로 눈 앞 선반에 멋진 옷들에 날개를 걸친 갖가지 천사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건 다 실내용들이라서 내겐 안되겠는걸.' 

    주위엔 저 밖에 없으니 자연스레 제가 말을 받았습니다.


    '어디 천사들을 밖에다 장식할 일이 있으세요?'

    '우리 아들 무덤에 가져 가려구.'

    갑자기 할말을 콱 잃습니다.


    여인은 계속 선반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말먹이 통속에 누운 갓난 아기 예수를 마리아와 요셉이 들여다보는
    도자기로 구운 두손으로 들어야하는 묵직한 장식품을 찾아냈습니다.


    '이걸 무덤가에 놓으면 좀 마리아한테 미안할까?'

    '뭐가 미안해요?'

    '갓난 애기(예수)를 무덤 앞에 놓고 비맞히는 게 미안해서,,, '

    '내 생각엔 마리아도 좋아할 거 같은데요. 우리들이나 마리아나 아이들 낳고
    기뻤던 건 다 마찬가질테니까 당신이 이걸 크리스마스에 아들 묘 앞에 놓고
    그 기쁨을 되살리고 아들을 추억하는 것을 안다면 마리아도 좋아할 것 같은데요.'

    정말 그럴까 하면서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아들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어요?'

    * * *

    그녀의 큰 아들은 스물하나 나이에 군인으로 복무하다 죽었답니다.

    아들이 둘 있었는데 유독 큰 아들이 자신에게 큰 기둥이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그 애가 열두살 때 남편이랑 헤어졌어. 
    가난했구, 주위에 친지도 없고. 아들 둘하고만 달랑 남았었지.


    어느 날 아파서 누워있는데 그 애가 

    '엄마 오늘 밥하지 말아요. 나한테 세식구가 핫도그 사먹을 돈이 있어요.'
    그러더니 돼지 저금통을 털어서 일전짜리 백오십개를 나란히 늘어놓지 않겠어?
    정말 그 날 세 식구가 핫도그로 저녁을 채웠어.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며 그리움을 잔뜩 담은 얼굴을 했습니다.


    우리 부모님때에 영국에서 이민왔거든.
    이민 일세대라 무척들 힘들게 열심히들 일했어. 
    우리 큰 아이가 꼭 우리 아버질 닮은 거야. 
    성실하고 책임감도 강했어. 
    커서는 항상 '엄마 걱정 말아요. 내가 돌봐드릴게요 그랬었다우.'




    '정말 그애도 이걸 좋아할까?' 

    여인은 들고 있던 소품의 밑둥에 붙은 가격표를 확인합니다.

    4불 50센트.

    중고품 가게의 물건치곤 좀 높은 가격이어선지 여인은 옆에 있는 
    비슷한 모양의 가격이 반쯤 되는 소품을 만지작거리다가 도로 놓고
    결심한 듯 원래의 것을 바구니에 넣습니다.


    '아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거예요. 
    아드님 이야길 제게 나눠주어서 정말 감사드려요.
    내가 좀 안아드려도 될까요?'


    한줌 마른 짚단 같이 가볍고 앙상한 노인이 한품에 안겨왔습니다.

    정말 

    오랜 만에 눈물이 났습니다.


    '둘째 아들한테서 난 손자가 올해 스물 한살인데 
    지금 이락전에 가 있다우. 수색견(犬)을 데리고 전방을 수색하는 전초부대에 가 있는데
    그앤 지 아비보다 죽은 지 삼촌을 더 닮았지 뭐유.
    아주 멋진 청년이라우.'


    가게를 떠나오는 내게 그녀가 마지막 들려 준 말이 가슴에 떠억 얹혀있습니다.


    오늘따라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에 초생달 하나 
    중천에 떠억 손톱처럼 걸려 있습니다.





    주: 미국의 군은 더 이상 전국민 징병제가 아니고 
    대부분이 가난한 젊은이들이 군에서 
    기술을 익히고, 
    학비를 벌러, 
    복무후 베테란의 혜택을 받으러 자원하는 제도입니다.


    2005년 12월 6일
    교포아줌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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