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김치를 담궜다. 포기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부추 오이소배기 오랜 만에 실컷 김치거리랑 놀았다.
시집가서 처음 깍뚜기를 담궜을 때 익느라고 거품이 보글보글 오르는 것을 소금이 모자라 썩는가보다 하고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소금 집어 넣고 또 넣고 그렇게 강소금이 된 깍뚜기 한단지가 몽땅 버려졌었다. 미국에 온 후론 되든 안되든 마이웨이로 김치를 담갔다.
한동안 양배추 김치를 담궈 먹었다. 배추가 없어서였다. 여름이면 오이를 넣어 양배추 오이 김치를 담궜는데 양배추 뿌리 까지 얇게 썰어 무 대신 넣었다. 그 때 하도 질리게 먹어서인지 남편은 양배추 김치를 안 먹는다. 궁여지책으로 할 수 없이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저러 머나 먼 곳에서 입맛을 달래느라 담궈 온 김치가 여러가지 재료와 맛을
거쳐 지금의 우리집 김치 맛이 되었다. 무우, (아참 요즘엔 무 라고 쓰지)가 없어 빨간 달랑무로 열무김치처럼 해먹다 감질나서 총각무 씨를 날라다 밭갈고 농사지어 첫해는 맛있게 먹고 씨 받아 다음해에 뿌렸더니 아뿔싸, 총각무 이세는 옆 밭에 심은 빨강 달랑무랑 섞여서 분홍색 살도 무른 총각무가 나왔다. 그래도 총각무 비슷하다고 얼치기 총각김치 담궈 먹으며 그 맛에도 얼추 익숙해져갔으니.... 김치 비슷한 김치, 그게 우리집 김치다. 처음 일이년 동안엔 밖에 나갔다가 영어가 안통하거나 바깥 음식에 속이 느글거릴 때면 고추가루 투성이 매운 김치로 달래곤 했다. 그 때 먹은 고추가루가 그 후부터 이제까지 먹은 양보다 더 많을 정도다. 그러면서 차츰 양식 식단이 늘어나고 매운 맛에서도 멀어져 갔다. 참, 남편이 직장에 다니고 나서 부터는 김치에서 마늘을 뺐다. 입냄새를 줄이기 위해서였는데 그런대로 맛도 괜챦다. 오랜 만에 본격적으로 담근 김치
맛있게 익겠지. 아들이랑 딸이랑 오면 김치 있다. 밥 먹을래? 입맛 다시며 다가앉는 아이들에게 딱 맞게 익은 색고운 김치들로 상을 차릴 때의 뿌듯함을 기대해본다. 사는 게 뭔데... 이제는 자신들의 밥솥으로 따로 밥을 해 먹는. 내 새끼들. 우리 엄마가 그랬듯이 나도 밥 먹어라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쉽게 나온다. 이천십년 오월이십팔일 하루종일 비오시는 날 교포아줌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