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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꼽장닌-손님상 차리기
    얼치기 음식 2010. 7. 1. 13:51




    칠월이 되어도 귀가 시리고 계속 추적추적 비님 오십니다.

     

    이럴 땐 친구들이랑 어울려 온기를 돋굽니다.

     

    한국에서 이민 오신 분들로 만나면 편하고 기분 좋아지는 분들을 점심에 초대했습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해서

    준비하는 음식 주제를 학창 시절의 도시락으로 했습니다.

     

    날씨에 맞춰

    손님에 맞춰

    초대하는 상에 차리는 음식의 주제를 정합니다.

     

    그러면

    음식 준비가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각 음식마다 얽혀진 일들하며 그에 생각나는 사람들...

     

    그만 놀이가 됩니다.

     

    오늘은 손님상차리기 입니다.

     

    살다보니 삶이 소꼽놀이 (house play) 연장인걸요.

     

     

    손님 오시는 날

    저는 음식을 하고 제 옆에는 호사스럽게 시다도 한명 둡니다.

    남편 이름 첫자에 '순(순할 순)자를 붙여서 아무개순아 하고 부르면

    예 예 하면서 설겆이랑 치우는 일을 척척 도와줍니다.

     

     

    도시락반찬의  왕단골 손님 잔멸치 볶음

     


     

     

     

     

    무장아찌

     


     

      

    염소똥 콩자반, 백원에 열두개

     

     


     

     

     

    다시마 우엉조림, 

     

     


     

     


    오징어채고추장무침,

     

     


     

     

     


    매실절임놓게 벚나무 잎사귀 하나 따와라 여보야.

     

    두 말 않고 비속에서 예쁜 걸로 골라왔습니다. 끝물로 달린 꽃도 하나 따오구요.

     


     

     

     

     

     

    명란젓은 포도잎에 파 대신 파꽃 얹으니 파맛이 더 강하게 나오고요.

    상차림에 흥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육,칠십년대 우덜 도시락 운전수 모두의 

    '대망의 달걀말이'도 그때처럼 파만 넣고 했습니다.




     

     

    밥은 오늘만은 현미 아닌 흰쌀밥에 검정깨를 뿌렸습니다.

     

     


     

     

    비오시고 추워서

    멸치국에 소금하고 마늘 조금 다져 넣고 맑은 콩나물국 따갑게 끓여

    도시락에 곁들이는 호강을 하고요.

     

     

    아참

     

    주번이 되면 나누어주던 뜨끈한 보리차도 끓였습니다.

     

     

    간간히 뿌리는 비속을 헤치고 고맙게도 뱃길 마다않고 와 준 부부와

    오붓이 앉아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그 시절 양은 도시락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넷이서 입을 모았습니다.

     

    난로 위에 얹어서 김치는 김치가 되고.

     

    반찬 익는 냄새, 밥 굽는 고소한 냄새에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던 일

     

     

    도시락은 항상 점심 시간 이전에 먹고 

    빵 사먹으러 담 넘다가 체육선생한테 다리 잡히던 이야기하며

     

    빈도시락에서 절렁거리는 젓가락 소리를 반주삼아 털털 돌아오던 방과길의 우동냄새하며

     

    학교 도시락 까먹으러 왔냐고 장난에 몰두하던 아이들 꿀밤주던  

    학창시절을 통째로 월반한 것 같던 선생님들

     

    그럼요 

    도시락 먹으러 학교 다닌걸요.^^

     

     

     

     

    산해진미는 아니더라도

     

    참 재밌게 하하호호 먹었습니다.

     

    사는게 별건가요.

     

    오늘도 소꼽장난 하고 지나갔습니다.

     

     

    이천십년 칠월 일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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