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쌍의 목걸이를 읽어서가 아니었다. 보석을 보기를 흙같이 하는 내 평생 태도는 어린 나이에 힘들게 얻어진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Patagonia Torres 교아찍음 일곱 살 되던 해 추석 날 꼬까옷을 들쳐입고 동생이랑 나는 엄마가 끼워 준 반 돈 짜리 순금 금반지 하나씩 끼고 동네로 놀러 나갔다. 이 놀이 저 놀이 끝에 흙장난하며 노는데 이웃에 나보다 두어살 많던 여자애가 반지를 땅에 묻고 그 위에 오줌을 누고 집에 갔다오면 반지가 두개가 되어 나온다고 했다. 동생은 도리질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얼른 벗어 그애가 파 놓은 구멍에 넣고 흙을 꼭꼭 다지고 시키는대로 오줌을 누고 나뭇가지로 표시를 해놓고 집에 들어 왔다. 동생이 엄마한테 이미 자초지종을 말하고 있었고 즉시 엄마손에 이끌려 달려 온 문제의 장소는 이미 파헤쳐져 있었고 반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랑 그 애네 집에 갔는데 애들 장난에 어른이 왜 끼냐며 그 애는 콧등도 안보이고 대문도 안 열고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그 애 엄마 태도에 울엄마는 내 손을 잡고 쉽게 돌아섰다고 기억된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엄마가 상대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곧잘 자신을 추스리며 쓰는 말이었다. 나는 그래도 혹시나 해서 그 후에도 반지 묻었던 곳에 가서 몇번이나 흙을 파 보았다. 그 애가 속였다는 생각은 전혀 안하고 반지가 두개가 된다는 그 멋진 요술과 함께 허망하게 내 눈 앞에서 사라진 내 작은 금반지에 대한 공허감에 시달렸다. 내 어릴 적 엄마로 부터 헛똑똑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데엔 똑똑하게 생겼는데 어수룩하게 벌인 크고 작은 일화 중에 그 일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아무튼 그 후론 어떤 금붙이나 보석도 몸에 붙이기를 꺼리게 되었다. 보석을 보면 그 휘황찬란함에 정비례하여 공허감이 밀려 온다, 내겐 언제나. Patagonia Iceberg 교아찍음 * * * 나의 결벽증에 가까운 보석 기피증을 잘 아는 남편은 아무 것도 아닌 것들로 나를 감동시킬 수 있는 걸 잘 안다. 산길에서 손바닥 가득 모아주는 블루베리, 쌔몬베리, 블랙베리, 빛도 고운 산딸기들 나뭇잎을 접어 컵을 만들어 담아주는 빙하가 녹은 차갑고 맑은 담수 칠레의 파타고니아 절경에서 문득 옆에 있던 물푸레나무 가는 가지로 반지를 만들어 끼워줬다. 몇년이 지나 이젠 바스라지게 마른 나무가지 반지가 내 설합에 곱게 간직되어 있어 잠깐 물에 담가두면 다시 물기를 품게 할 수 있다. Puppies and Iris 교아찍음 Puppies 교아찍음 더 있다. 남편이 내게 준 고운 것들. 지리산 장터 목의 유채꽃밭 세석 평전 이른 새벽 뽀오얀 안개를 붉게 물들이던 철쭉밭 노고단 키작은 대나무 잎들에 이릉이릉 맺힌 아침 해가 비치면 찬란하게 눈부시던 손가락 마디만한 이슬 방울들 꽃을 나무를 구름을 하늘을 바람을 그대로 담아내는 크고 작은 맑은 호수들... 참 아.름.답.다. 기억과 함께 언제나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다. Garibaldi Lake 교아찍음 Garibaldi Lake 교아찍음 Mt. Baker 교아찍음 이천구년 삼월 이십육일 교포아줌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