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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물국
    내 이야기 2009. 11. 9. 16:51


    오랜 만에 집에 온 딸하고 미역국을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멸치 다시에 홍합, 모시 조개 몇개, 미디엄 사이즈 깐 새우 몇마리,
    마늘 탕진 것 듬뿍 넣고 참기를 한방울 떨구고.

    맘(Mom), 
    난 어릴 때 부터 먹구 자라서 잘 몰랐는데 미역국 처럼 독특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처음에 좋아하기 힘든 음식도 없을거 같애. 
    소고기 국물말구 이렇게 멸치 다시에 끓일 땐 국 한 그릇이 
    마치 맑은 바닷물을 한웅큼 퍼낸 것 같애. 
    그속에
    들어있는 새우, 홍합들이 그대로 바닷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지 않우? 
    맘은 내가 왜 미역국을 바닷물 국 (Ocean Soup)
    이라고 하는지 알겠지?

    며칠 있으면 우리집에서 며칠 묵고 갈 몇명의 대학교 때 친구들을 
    염두에 두어선가? 
    집 떠난 지 오래되서인가? 
    자신의 잔뼈를 굵게한 미역국을 객관적으로 벽에 붙인 그림보듯 
    조명하는게 새삼스럽습니다.

    어째 좀 다른 음식 먹던 사람들한텐 맛이 많이 낯설겠지? 
    좀 미끌거리고 너무 바닷냄새가 나서 처음 먹는 사람은 싫어할까? 
    그러면 네 친구들 오면 안 끓이지 뭐.

    괜챦아, 의외로 좋아할지도 몰라. 맘이 원하는대로 해.

    멀리 있는 아이들이 가끔씩 집에 돌아오면 
    왠지 모르게 나는 꼭 미역국으로 시작을 합니다. 
    아이오다인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빼곤 
    뭐 다른 영양분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도. 

    아마도 미역국으로 몸풀고 나서 젖 내어 먹이며 품안의 자식을 즐기던 
    그 기억을 살리고 싶은 것인지 
    아이들 생일마다 올리던 그 조촐한 아침 생일상들의 기쁜 기억 때문인지

    그러고 보니 미역국 주위엔 온통 엄마로서의 흐뭇한 기억뿐입니다.

    맘, 그런데 이 세상에서 미역국 먹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 밖에 없는 것 같애.
    어딜 가봐도 미역국은 그 비슷한 것도 없던 걸.
    요즘엔 더러 생미역을 샐러드에 야채랑 섞어 먹기도 하지만….

    큰 다행인건 그 동안 딸은 여러 대륙을 여행하며 
    폭넓게 코스모폴리탄 입맛을 개발해서 
    어느 나라 음식이든 만든 사람 성의를
    고마와하며 즐기며 먹습니다.

    아참, 너 고래들이 산후에 미역 먹는 거 아니?

    정말?

    그럼,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 나오던걸. 
    엄마 고래가 미역 먹고 젖 을 쭉 짜면 아기 고래가 옆에서 받아먹더라. 
    조준이 잘 안되면 아줌마 고래들이 그 큰 몸들로 밀어서 수유를 돕더라.

    와 그거 재밌네. 미역국 먹으면서 내가 새끼 고래처럼 생각되네.

    엄마랑 딸이랑 오랜 만에 마주 앉아 맛있게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교포아줌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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