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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보기-취미
    내 이야기 2009. 11. 15. 15:09

    농한기
    꽃이 지고 손이 쉬니 손끝에서 꽃이 만들어집니다.

    딸 많은 집 딸이라 
    어린 남동생을 보며 아버진 위로 난 딸들 중
    나 하나쯤은 아들이었슴했던 걸 압니다.

    아주 여자중에도 여자 같이 생긴 내가 
    톰보이로 딱지먹기 자치기 구슬치기에 열을 올리고
    중 고딩 시절 수예 선생님한테 유명하게 수 못(안)놓는 학생으로 통했었는데.

    이렇게 느즈막한 나이에 수로 재미를 볼 줄 누가 알았을까요.



    재료는 모두 최고급 비단으로 씁니다.

    들이는 공이 제겐 너무 귀해서요.

    공단, 옥명주등

    whidbey farm 2008 198.jpg



    밑그림이 없이 빈 화폭에 붓 가듯이 바늘 가는대로 실 가는대로 
    평소에 뜰에서 보아온 꽃들을 옮겨 봅니다.


    whidbey farm 2008 194.jpg

          



    민들레랑 모시풀이 이리 곱게 피었습니다.

    겨자꽃도 넣고 달도 해도 띄우고.

    민들레 꽃씨를 수 놓다 보니 아주 재미있어서
    한동안 폴폴 날리는 민들레 꽃씨들을 라벤다 향낭 거죽에 폴폴 날려
    수놓았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 나누어주어서 하나도 안남았네요.

    내가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예술가 성질은 타고 난 것 같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수는 절대 다시 못 놓습니다. 지루해서요.

    한참 재미들여 수놓아 향낭을 만들어 줄 때는 몰랐는데
    더러는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걸 하는 미련이 들 만큼 꽤 분위기 있는 것도 있었어요.

    그래도 어느 손끝에서 사랑받고 있으면 된거지요.

    향낭을 건넨 마음이나 받은 마음이나 그 순간엔 무척 훈훈하고 기뻣거든요.


    038.JPG







    이번 아픈 동안에 누워 있기 지루해서 정신 날 때 
    뚜벅뚜벅 실땀으로 놓아서 주위에 보고 싶은 사람,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향낭을 만들었습니다.

    수 솜씨에 엉성함이 묻어납니다.

    손끝이 여물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058.JPG





    고통중이어서였는지

    제 딴엔 쉴 휴를 그림으로 풀어봤습니다.

    그런대로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등이 너무 곧아서 푹 쉬어 보이지 않는군요.


    054.JPG







    아예 머리랑 등을 푹 기대고 발을 주욱 벋으니 제법 푸욱 쉬는 느낌입니다.

    벚꽃 같이 화사한 웃음을 아주 드물게 웃는 친구에게 항상 그렇게 웃으라고
    꽃분홍 갑사를 바탕으로 해서 선물했습니다.


    lavender satchets 025.JPG




    마음이 덜 쉬었는지 아래의 인물은 좀 긴장되어 보입니다.

    등이 한동안 새우처럼 휘인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lavender satchets 012.JPG




    어울릴 화 자가 마음에 많이 머문 가을이었습니다.

    올가을은 딸 것들이 거둘 것들이 풍성했습니다.

    벼 화 변에 입 구 가 합친 글자.



    041.JPG



    배가 부르면 우선 하하호호 화목해지고 싸움이 없어지구요.

    진보라 옥명주에 벼화 변엔 벼이삭 하나 황금빛으로 익혀서 올리구요.
    옆에 먹는 입, 웃는 입 동그랗게 그려넣었습니다.

    다음엔 벼 화자를 아예 알곡을 많이 단 벼이삭으로 풀어봐야겠어요.
    입에도 앞니 두어 정도 넣어 웃게 하구요.

    글자를 풀어 그림을 그려 상형의 때로
    거꾸로 세월을 거스러봅니다.

    너무 너무 재밌습니다.


    038.JPG


    지난 이년 간
    눈에 익은 꽃들을 이렇게 올려서 주위에 나눈 것이 수십개나 되었는데 남은게
    이 꽃 하납니다.

    이런 종류의 디자인은 아마 다시 수놓지 않을 거 같아요.

    한동안 글자를 그림으로 푸는 일을 즐길 것 같습니다.


    내 나름의 예술이니까 그러저러 변해가는 라벤다 향낭의 모습도
    재밌네요.


    032.JPG



    이천구년 십일월 십이일

    예술하며 재미보는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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