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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기
    산, 들, 강, 바다 2014. 1. 29. 00:37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걷는다

    동네 여자들이.


    회원이 추천을 해서 새 사람을 데리고 와서

    다섯주를 빠지지 않고 나오는 열의를 보이면

    참새깃털만큼 작은 회비를 내고 정회원이 된다.



    주로 해안가를 걷는데

    섬 주위를 다 걷고 나면 졸업을 하고 명예회원이 된다.


    나는 아예 걸은 곳을 표시하지 않는다.


    이 동네에 사는 한 줄창 걸을 생각에서이다.


    몇십년 전에 몇몇 여성이 시작한 이 조용한 걸음이

     사시사철 그리고 겨울비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년에 두번 우리가 맡은 길가도로의 휴지를 줍는 것이 회원으로서의 의무일 뿐.



    매주 정해진 요일 아침에 자신이 편한 복장으로 정시에 나타나면 된다.


    물 한병 지참하고 자신이 필요한 스낵을 싸오기도 하고

    맨손으로도 온다.



    어떤이는 트랙킹 폴을 양손에 들고

    어떤 이는 자신이 손수 다듬은 소나무 지팡이를 들고

    나같은 사람은 그냥 간다.



    날씨에 따라 갖춰입은 의복에 

    춥지 않겠느냐 젖지 않겠느냐 덥지 않겠느냐 챙기는 것으로 인사들을 하고.

    언제나 맺는 말은   I am fine. 이고 You look wonderful이다.




    해안 절벽의 외길은 한줄로 서서 걷고

    바닷가 모래밭은 

    둘, 서넛이 짝지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게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신들이 맞는 페이스로 걷다보면

    대화의 파트너가 자연스레 갈린다.




    오늘은 어째 느리게 걷고 싶어 뒤로 처져서 걸으니

    좀 나이가 많아 늦게 걷는 조언과 어깨를 겯고 걷게 된다.



    바닷가에서 돌을 주워 목거리나 브로우치를 만드는 조언은 항상 눈을 아래로 두고 걷는다.


    가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예쁜 돌을 찾아내는 재미에.


    조언의 작품들은 동네 작은 기프트 상점의 코너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에서 어릴 적 이민 온 조언은 깨진 접시의 예쁜 무늬가 든 부분을 갈아서

    작은 액자처럼 나무로 그 주위를 둘러서 브로우치를 만든다.


    어릴적에 외할머니가 독일에서 가져온 앤틱 접시가 깨어져서 너무 상심하기에

    깨진 조각들 중 무늬가 든 부분을 갈아서 할머니께 부로우치 선물을 한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동안은 뒤에 은장식을 했는데

    불이랑 금속을 다루는 것보다 나무랑 끌을 가지고 노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아서 바꾸었단다.


    검은 돌에 하얀테가 돌아가 엄지손가락 첫마디만한 돌이 눈에 띄기에 주었더니

    돌은 자기가 가지지만 찾은 행운은 내게 돌려준단다.


    돌을 반지처럼 두르는  흰테두리는 두개도  안되고 꼭 한개가 완벽히 돌아가야한다고 

    아주 좋아한다.


    조언의 손을 거쳐 누구의 목에 걸릴 목거리 펜단트로 태어나겠지.









    지난 가을에 새로 가입한 리즈는 캘리포니아에서 왔다.

    섬에서 사는 딸의 곁으로 왔다고.

    써니 캘리포니아에서 줄창 비오는 와싱톤주로 왔으니 움츠러들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와서 걷늗다.


    동반자인 세퍼드 이름이 아리조나 라고.

    걷기가 끝나면 어서 오줌 뉘어야한다고 점심에 가담하는 일없이

    곧장 집으로 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어려움을 작은 흥분감을 동반해서 표현하는 리즈

    아직은 거의 빈 집에 가까운데 가구들을 하나하나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것들로

    집을 채우고 싶다고.


    앞서 걷던 구웬이 끼어들며

     혹시 소파는 구했느냐고

    자기네 집에 안쓰는 소파가 있는데 혹시 마음에 들려는지 한번 와서 보라고 한다.



    내게 이름이 아직 외워지지 않은 낯익은 이에게

    쑤우가 묻는다 


    (아침에 모이면 우선 둘러서서 주욱 자신의 이름들을 소개하는데

    어떤 이름들을 잘 외워지지가 않는다.^^

    오늘 아침에도 열두 이름을 서로간에 재차 외우고 확인했는데...)



    대리가정(foster home)을 제공하고 엄마처럼 수년간 돌보던 너네 그  딸아이(foster daughter)가

    아가 엄마노릇을 잘하고 있느냐고


    기대보다 훨씬 잘하고 있고

    아가도 아주아주 예쁘게 자라 기쁨을 주고 있다고.



    와! 할머니됬네 축하해 

    앞 뒤 옆에서 축하를 받는다.


     하이스쿨 교장을 하다 나중엔 그 중소도시의 교육감을 지낸 후에

    섬으로 은퇴한 육십대 초반의  그녀.


    일생을 십대아이들 돌보는 데 보내고 있네.


    이젠 십대 미혼모가 된 양육해온  아이와 그 아이의 아가까지 

    기꺼이 돌보고 있다.









    봣쯔와나에서 온 돌카스는 평화봉사단으로 온 금발의 청년을 따라

    전남편과의 사이에 난 세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동네로 와서 산지 어언 이십년이 되어간다.


    그사이에 피부색이 다른 두 아이가 태어나고 

    막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그녀의 아프리칸 음식은  주말에 서는 farmers market에서 인기다.

    중학교 음악선생인 남편의 박봉에 가계를 꾸리느라 쉴 틈이 없었다고

    이젠 자신을 위한 시간도 내어 같이 걷고 싶다고 했다.


    모두들 쌍손을 들어 환영했다.


    가끔씩 열리는 파틀럭 파티에 아프리카 음식도 곁들이게 되었네.


     무엇보다 검은 피부에 하얗게 들어나는 그녀의 커다란 미소가 싱그럽다.




    같이 걷는 사람들 직업 또는 전직이 그야말로 다양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쳤던) 사람이 제일 많고

    정원사

    요리사

    양봉하는 사람

    털실 갖고 노는 사람

    사진찍는 사람

    농사짓는 사람

    그림그리는 사람

    개훈련하는 사람

    회게사

    전업 가정주부

    말 타는 것 가르치는 사람

    그리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 사람등..............







    걸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엔


    의.식,주에 필요한

    또 어디서 무슨무슨 공연이 있고

    어떤 장이 서고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



     가끔은 꼭꼭 접혀졌던 사랑이야기들이

    자연스레 그리고

    수줍게 펼쳐지기도.

                                        어떤이는 매끄럽지 않은 관계들로 아픈 골머리를 푸념에 풀어  내뱉기도.



    걸으면서 하는 이야기들은 그냥 길가에 흘려버린다.

    발걸음도 경쾌하게.


    누가했든 중요하지 않다.


    너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캐스캐이드 산너머 준 사막 지대로 가서

    별을 보고 온 멜이 그 별밤의 경험을 나눈다.


    우중충한 빗속을 걸으며

    어느날 캐스캐이드 건너 별보러 가리라

    나도  한번 생각들 해본다.

















    이천십사년 일월 이십팔일 

    교포아줌마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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