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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이 엄마가 되다
    내 이야기 2021. 3. 29. 20:59

    딸이 엄마가 되었다.

    산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간다는 기별을 받고 부터

    내 첫 아이 낳던 그 오랜 시간의 산통이 떠 올려졌네.

    제발 빨리 쉽게 낳아라...

    조바심 치고 마음이 오그라들고 두 손이 모여지고 비는 마음이 되고....

    이틀에 걸쳐 하염없이 잡초를 뽑아 냈다.

     

    처음 소식을 들은 지 스물 일곱 시간 만에 아가가 태어났네.

    많이도 고생했구나.

     

    코비드 사태로 병원 근처에도 못 가보고

    퇴원 하고 며칠 후 딸이랑 딸이 낳은 아가를 만났네.

     

    맘 (MOM),

    산통이 심해졌을 때

    출산하러 혼자 마굿간에 들어가던 기록영화 속의 몽고 여자를 떠 올렸어.

    그렇게 통증에서 도피해 보려고 했어.

     

    딸아 너도 그랬구나.

     

    내가 첫 아이를 낳을 때

    영화 리틀 빅맨 (Little Big Man) 중 동족의 학살 현장에서

    나무 그늘 밑에 몰래 숨어

    입에 나무 막대기를 물어 신음을 죽이며

    혼자 아기 낳던 네이티브 아메리칸 출산모를 떠 올렸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아가를 낳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그 격통에서 도망치려 했던 일.

    그래서 출산 중 한 번도 신음 소리를 내지 않았던 일.

     

    병원에서 낳든

    마굿간에서 낳든

    전쟁터 빈들.....

    어디 에서 낳든

     

    결국 아이는 아이 엄마가 홀로 낳는 것이다.

     

    고물고물한

    갓난 작은 아가를 소중하게 품어 안고

    정성으로 젖을 먹이는 딸을 보면서

    출산으로 고생하느라

    아직 남아있는 아물어야 할 흔적들에만 자꾸만 눈이 가더라.

     

    딸이 아들을 낳아서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내 친구 C 에게 텍스트 보내니

    '친정엄마'

    언제나 아릿한 단어 지.'

    라고 답이 왔다.

     

    그 아릿함은

    엄마에서 딸로 또 그 딸로 이어지는

    몸을 찢고 뼈를 가르는

    출산의 통증을 나누는 것에서 비롯하는 걸까

     

    밤 새 포성이 울리는 육이오 전장 터

    어느 골방에서 나를 낳은

    피난민 엄마의 산통이 아리게 다가온다.

    날 낳으신

    엄.마.

     

    그 길고 긴 격통 끝

    태어 난 아가 울음 소리에

    통증은 까맣게 잊혀지고

    모든 것이 환희로 바뀌던 걸.

     

    딸아

    수고했다.

    죽을 뻔 하며 새 생명을 낳았구나.

    그리고

    엄마가 되어

    한 없이 기뻐하는 널 본다.

    앞으로 네 아이와 함께 할 모든 날들을 기쁘게 응원한다.

     

     

     

    이천이십일년 삼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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