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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앤 (Lake Ann) 트레일-마운튼 베이커 (Mt. Baker)산, 들, 강, 바다 2020. 8. 25. 13:26
코비드 사태로 올해 마운튼 베이커
아티스트 포인트 (Artist' Point)로 오르는 차 길
눈을 치우지 않아 팔월 중순에야 절로 눈이 녹아 오픈되었다.
앞으로 새 눈이 와서 길이 닫힐 때 까지 한 달이나 남았을까.
아침 해가 마운튼 슉산 뒤에서, 옆구리로 떠 오르면
코미드 사태로 산의 트레일 마다 등산객들이 줄을 선다.
캠프장도 연일 꽉꽉 차고.
사람이 덜 가는 트레일을 고른 것이
레이크 앤 트레일이다.
캐나다, 미국
북미주의 호수 이름 중 많기도 한 것이
앤 이다.
Ann 또는 Anne
왕복 8.5 마일
아침 일찍 서두른다.
이 트레일이 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개 오름으로 시작해서 내려오는 걸로 끝을 내는데
레이크 앤을 가려면
능선에서 계곡을 향해 내려가고
들풀이 지천인 평평한 초원을 지나
시내를 몇 개 건너고
솔밭 사이를 지나 올라가면
바위 사태 난 등성이가 펼쳐진다.
폭양 아래
지그재그로 난 돌길을 한참 오른다.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는 코재나
봉정암으로 오르는 사태골의
깔딱 고개 처럼
아무리 가도 가까와지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는
작은 고개를 넘으면
거기 레이크 앤이 아래에 펼쳐진다.
레이크 남쪽으로 노쓰 캐스캐이드 산들 (North Cascades)이 보이고
마운튼 슉산의 빙하 바로 코 밑 까지 다가간다.
눈 녹은지 겨우 몇 주 되었을까
마운튼 해더 (Mt. Heather)들이 붉게 덮고 있다.
지리산 세석 평전의 철쭉밭 처럼.
슉산 빙하 아래로 눈이 녹아 폭포들이 줄지어 내리고
그 밑으로 깎아지른 절벽에 오금이 저린다.
거리를 두고 보는 산이
늘 더 여유롭고 멋지지.
언제나 처럼 너무 코 앞 가까이 다가오는 빙하와 거리를 두느라
호수 건너편으로 와 다리 쉼을 한다.
사흘 전에 이곳에 오른 사람은 얼음 덩어리 (ice berg) 가 몇 개 떠 있었다던데
어제 그제 더운 날에 다 녹은 듯 하다.
발을 담그니 물이 차기도 하네.
물 만난 우리 강아지
개 헤엄 치고.
돌아오는 길
다시 돌사태 (rock slide) 난 산 기슭을 지나
소나무 숲길에서 불 나는 발 이랑 땀을 식히며
개울 흐르는 초원에 이르러
한창인 흐드러지는 들꽃 밭을 지나며 발이 편해 지는가 하면
다시 경사 진 솔 숲 길을 헉헉 대며 몇 돌기 지그재그로 올라와야
트레일 헤드로 돌아온다.
이럴 땐 축지법으로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세며 발 걸음만 옮긴다.
하나 둘
하나 둘
솔 숲 사이
바람이라도 한 줄기 지나치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두꺼운 털 코트를 입고 산에 온 우리 강아지는
쉬는 곳 마다 흙을 파고
서늘한 구덩이에 배를 대고 쉬는가 했더니
한 순간엔 코를 골며 곯아 떨어졌다.
개나 사람이나
산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정상이렸다.
힘이 다 했을 때 올라와야 하다니.
레이크 앤 트레일
끝나고 나면 매 번
이젠 다시 이 트레일은 안 와야지
그런게
벌써 세 번째다.
Yiruma, Dance
이천이십년 팔월 중순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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