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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에 다녀오다산, 들, 강, 바다 2020. 6. 6. 17:06
집콕 하라던 주정부가
유월 들어 닫혔던 산길들을 차츰 열기 시작한다.
숨 좀 트이네.
국립공원은 열긴 해도 낮 동안 만 이라니 다른 주엔 갈 엄두를 못낸다.
와싱톤주의 산들 중
아직도 캐스캐이드 산맥 서쪽의 산들은 허리까지 오는 눈으로 산길이 막혔다.
산맥 너머 동쪽에 있는 산들은 사막 기후라 눈이 녹았다네.
스티븐스 패쓰(Stevens Pass) 를 넘어
레븐월쓰 ( Leavenworth) 에 있는
콜척 레이크 (Colchuck Lake) 트레일에 가기로.
편도 4 마일 왕복 8 마일
오르는 높이 2280 피트
제일 높이 오르는 곳 5580 피트
내겐 좀 어려운 트레일이다.
남편은 내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으쌰으쌰 응원한다.
가잣!
가다 못 가면 내려오면 되지.
이 년 전엔 강아지 못 가는 곳이라고 해서
트레일 헤드에서 돌아섰기에 이번엔 강아지 안 데리고
둘이서 가뿐하게 갔다.
-트레일 입구의 표시판-
풀, 나무가 우거진 산 냄새가 싱그럽다.
눈이 녹아 내리는 얼음같이 찬
계곡 물은 빠르게도 달려가네.
벌써 누군가가
지난 겨울 동안 쓰러진 커다란 나무들도
눈 녹을 때 굴러내닐 돌들도 다 치우고
물에 패인 웅덩이들도 메꾸어 놓았네
물 건너는 곳 마다
든든하게 만들어 놓은 이런 저런 다리들.
안 보이는 데서
산 길을 돌보는 이들
발렌티어로 이루어지는 일 들.
밟기 편한 트레일을 걸으며 고마운 마음에
잔가지, 잔 돌
발에 걸리면 옆으로 치워 놓으며 걸었다.
-트레일 중간 쯤에서 두 레이크 가는 길이 갈리는 곳-
비교적 경사가 급하지 않던 길이 정상에 가까울 수록 가팔라진다.
나무들이 작아지고
하늘이 열리고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위로 뾰죽뾰죽한 드레곤 테일 봉우리들이 보인다-
마지막 오르는 길은 숨차게 가팔랐다.
스키랑 스노우보드를 짊어지고 오르는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길을 양보했다.
나는 천천히 간다고.
원래 붐비는 인기 트레일인데
코비드 19 으로 띠엄띠엄 만나는 등산객들이 철저히
안전 거리를 유지하느라 옆으로 들어가 피해주고
지나가길 기다려주고 하는 게 새로운 산 길의 예의가 되었네.
야외의 전염성은 거의 없다고 해선지
마스크 쓴 사람은 한 사람도 못 보았다.
드디어 호수에 도착
가운데 검은 드레곤 테일 피크(dragon tail peak) 와
그 옆의 콜척 피크(colchuck peak) 아래
그렇게 고여있는 고운 물색에 흠씬 빠지다.
바위를 골라 점심을 풀자
다람쥐들이랑
미서북부 산들에서 등산객 점심 날치기 해먹기로 이름난
Whisky Jack 새들이 모여드네.
그 동안 코비드 사태로 묶인 발길들에
이 동물들도 사람들 오길 목 빼고 기다렸을까.
이 다람쥐는 아마도 이 동네에서 힘 깨나 쓰는 분이신 것 같다.
다른 다람쥐들을 다 쫓고
날아와 베낭 주위에 앉는 휘스키 잭도 다 쫓고 혼자 딱 자리 잡더니
샌드위치랑 너트를 향해 돌진한다.
알몬드를 세개나 가져가 입속에 다 넣고
하나씩 꺼내서 야금야금 먹고는
사과껍질도 주워서 와구와구 먹는다.
껍질 속 사과살은 다 갉아 먹고 반질반질한 겉껍질은 용케도
다 뱉어 버린다.
산 짐승은 절대 먹이를 주면 안되는데
이 다람쥐는 사람들 점심 날치기에 이력이 났네.
아래 쪽 바위에
스페니시를 쓰는 라티노 페밀리가 한 그룹 도착했다.
못 오는 강아지도 한마리 버젓이 데리고 왔네.
감탄에, 탄성에,
이리저리 팀을 지어 사진 찍기에
점심을 먹으면서 신나는 라티노 음악도 왕왕 튼다.
피할 수도 없고
소음이 자연을 훼손하는 건 아니니
들려오는 음악을 함께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삼대가 모인 듯한 가족 구성원들의 즐거움도 바라보며
새삼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자연은 모두의 것
누구에게도 열려야 하고
이 가족이 함께 와 산을 즐기는 방법을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마트면 소음이 될뻔한 주위가 흥겨움으로 변하더라.
베낭을 싸고 내려 가는 길
수 산양 한 마리 조용히 풀들을 뜯고 있었네
이 호수 동네의 터줏대감 이겠다.
오가는 발길 들에 전혀 눈길 한번 주지 않네.
내려오는 길은 의외로 길게 느껴졌다.
오르는 데 두시간 반
내려오는데 두시간
젊은 날엔 구르며 뛰며 내려오는 길이
오르는 시간의 반도 안걸렸었는데.
우리, 앞으로 한 오년간은 더 이런 산에 올 수 있겠어.
예정한 시간 대로 걸었거든.
운행 담당인 남편은 아주 희망적이 되어 말했다.
글쎄, 하룻길을 한 육마일로 줄이면 안될까
그대, 아예 집에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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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구라모도, 레이크 루이스
깊은 산 속에 있더군요, 정말.
저는 호수가 산의 눈망울들 같다고 느껴요.
하늘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하늘이 마음이라면 호수는 그걸 비쳐내는.
무엇보다도 비쳐내는 리플렉션을 좋아하는데
흐리면 흐린대로,
지나가는 바람에 물살지는 것도 다 좋아요.
디아블로 호수는 훨씬 장대하지요.
느티나무님이 그 물색에 풍덩 빠지실만 해요.
서북미 산들의 호수들
손바닥 만큼 작은 웅덩이 (tarn)들 까지도 비쳐내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래서 산에 가지요.
걸음아 너는 가라 나는 따라 간다' 하고 걸었는데
이젠 걸음이 말을 잘 안듣는 나이가 되었어요.^-^이천이십년 유월 오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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