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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피는 뜰에서 쏘셜 디스턴씽 만남농장주변이야기 2020. 6. 13. 12:04
물 건너에 사시는 송샘네 부부
코비드 바이러스 에
소일거리로 더러더러 봐주던 네살 짜리 손주도 벌써 석달 째 못 만난다고.
우리 동넨 비상이 풀려서 페이즈 2가 되었으니 해 나면 놀러오세요.
그러지, 거 뭐냐, 멀찌기 떨어져서 마당에서 놀지 뭐.
서로의 머리를 보고 배꼽 빠지게 웃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가 깎아 준 머리로 테니스 공 스타일.
바깥 송샘은 친구가 깎았다는데
딱 옛날 시골 초딩 삼학년 여자애 머리 스타일로
앞머리는 일직선 뒷머리는 단발머리 겨우 면한 스타일.
어때, 귀엽지?!^^
그래도 예전엔 내가 한 인물 했어!
아내 송샘 머리는 길어서 포니 테일로 묶었다.
'와 코비드 덕분에 머리 스타일들도 새로 바뀌고
좋은 일도 있네 !!'
젊은 시절
바리깡으로 머리 깎다가 순간적으로 빵꾸를 내는 바람에
매직펜으로 머리통에 난 구멍을 메꾼 이야기들도 하고.
올해도 또 양귀비 폈네!
이제 부터 시작이니 한 열흘 갈 거예요.
해 마다 스스로 찾아와서 피는 야생 양귀비들.
잡초 처럼 수없이 돋아나는 걸 뽑아내고 남은 것만도 이렇게 동네 집집 마다 뜰 한구석 가득하다.
더러는 바람에 날려오는지
가끔 못 보던 새로운 색과 모습으로 피어난다.
잎으론 쌈도 싸 먹는다는데' 아내 송쌤 말에
저는 어릴 적에 무릅을 까서 피가 나면
아버지가 아까징끼 발라주고 꽃밭에서 양귀비 잎을 따서
상처를 싸주시던 기억이 나요.'
약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설사나 배 앓이 할때도 양귀비 잎을 끓인 물을 먹은 기억도 있어요.
어데~
우리 땐 아까징끼, 옥도정끼 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어~~
나 자랄 땐 무릅 까서 피나면 흙 막 뿌리고
벌에 쏘이면 된장 바르고. 뭐 그랬어.
맞아요. 시골에선 그랬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그래도 다 죽지 않고 살았어~~
송쌤이 의기양양하시다.
점점 더해가는 우리의 존경하는 눈빛을 의식하시고는
이런 일도 있었어~~
내가 우리집 귀한 장손이거든.
어릴 적에 궁민학교 오학년 땐가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놀러갔는데
밤에 두 어르신이 두런두런 꿀 사다둔 이야길 하는 거야
의젓한 장손이 촉삭맞게 끼어들수도 없고.
자는 척
어디다 꿀병을 두었는지도 다 들었거든.
낮에 두 분 나가신 사이에 선반위에 얹은 꿀병을 들어서
손가락으로 찍어 먹는 순간
입이 화악 불이 붙는거야.
아악~
그만 농약을 찍어먹은 거야.
다 뱉고 물로 씻고 했는데
혀랑 입안이 홀랑 다 까졌어
그래도 장손인데 체면이 있지 집에 올 때 까지
아무 말도 못했어.
그런데 우리 반에 광식이라고 약국집 아들이 있었어.
걔가 지 아부지 한테 들은게 있어서 반 의사고 반 약사야~~
내 사정을 보고 듣고는 가만 있그래이~
하더니 아버지 약국에서 다이아찡을 몇 알 훔쳐다 주데.
그 땐 다이아찡이 만병통치약이었거든
그거 밖엔 약이라곤 없었어어~~
그런데 내가 원래 운이 좋았는지 그 때 안 죽고
온통 헐은 입안이
그래도 살살 아물더니 싹 나았어.
말을 마친 송쌤
한동안 일종의 승리감이 깃든 감회에 젖으셨다.
가
코비드 바이러스 사태로 시장에 자주 못 가니
음식은 재료가 항상 뭔가가 모자란다.
얼렁뚱땅 대충 만든 에피타이저 하나
고등어 통조림에서 쥬스를 버리고
고추장, 미소된장, 참기름, 다진 마늘, 송송 썬 파, 깨소금, 두부, 멤미 간장
다 합쳐 으깨고 버무려 치즈 볼 처럼 쌈장 볼을 만들어
로메인 상추랑 오이, 색색 피망에 얹어 먹었네.
아 ! 오랜만에 사는 것 같다.
거리는 두고 앉았지만
어울려 먹고 마시는 시간.
너무나 시시해서 재미난 이야기들
물 건너 와 만나 주는 친구들이 있어 기쁜 날.
마당 한구석엔
이팝나무 꽃이 소복 소복
조용히 피었네
포슽포슽 잘 지어진 롱그레인 쌀 밥 처럼.
은은한 향기
순한 꽃색으로
눈가심을 했네.
Eva Cassidy, I know you by heart
이천이십년 유월 초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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