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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봄
    농장주변이야기 2020. 4. 12. 02:45








    이웃들에게 보낸 텍스트


    '오늘 땡벌 잡는 트랩을 걸었다.


    여왕말벌 마마 하나 아주 큰 걸로 걸려들었다.


    포도쥬스를 썼는데 애플쥬스도 잘 된다.'










    플라스틱 물병, 쥬스병, 콜라병 옆에

    칼로 구멍을 내어 안으로 접어 넣으면

    말벌들이 차별없이 막 들어간다.






    걷어 낸 소고기 기름들을 나무에 달아 놓으면

    부리 뾰죽한 새들이 날아 와 깃든다.




    어떤 목숨은  없애고

    어떤 생명은 살리고


    트랩을 달고 


    먹이를 단다.







    잡초 제거를 하다가

    가슴을 무릅으로 세게 찧었다.


    하루가 지나니 쿡쿡 쑤신다.


    처음으로 내가 양배추 요법을 써 봤네.


    WUNC에서 제작하는 NPR 공영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The People's Pharmacy'

    '사람들의 약국'은 

    민간요법에서 부터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약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게스트를 모시고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간다.



    아주 오래 전에 들은 걸로 

    듀크대 병원의 간호과장이 게스트 스피커였는데

    자신은 젖 몸살로 열이 펄펄 올라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에게

    양배추 큼직한 걸로 한 통 사서

    잎으로 젖을 감싸 하루에 서너번 갈아주면 이틀이면 낫는다고

    돌려보내는데 아주 효과적이라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낫는다고.


    귀가 보배라고 들은 걸 몇몇 유학생촌의 아가 낳은 새댁들에게 권했는데

    정말 효과적이었다.



    딸에게 이야기 하니 하하 웃더니

    뉴질랜드 있을 때 젖몸살 하는 동료에게 권했더니 

    딱 나았다고 놀라고

    그 후로 딸도 열심히 주위에 퍼뜨린다.



    내 경우 심한 타박상 이었을 텐데

    네 번 잎사귀들을 갈았더니 

    오늘 아침 통증이 없네.


    며칠 더 두고 봐야지.



    (*덧붙이는 말


    오후에 움직이니 계속 다친 부분이 결려서

    살론파스를 부쳤다. 타박상에는 양배추가

    효능이 없다. 궁여지책으로 양배추를 붙였다.

    이런 작은 일로 의사와 상의 하기도 어려운 때이네)






    장난꾸러기 샌디가 무료함에서

    위의 사진을 보내왔다.


    남편이랑 두주일을 함께 쿼런틴 하다보니

    남편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짜게 되었다는.


    안 좋은 눈에 스웨터려니 하고 넘겼는데 다시 보니

    에구

    저게 뭔가.


    남편한테 보여주니 할할 웃고 몇몇 꾸러기 친구들한테

    또 보낸다.


    그래도 좀 그렇다.

    유머가 좀 썰렁하다.


    은퇴 후의 행복은 배우자와의,

     자식들과의 관계에 있다는데.


    사십대 후반에 남편이 웬 지 모르게 무조건 미웠을 때

    열두살 중학교 입학 시험 수험표에 붙였던 사진을 

    부엌 냉장고 위에 붙여 놓고 지냈었다.


    '남편도 한 때는 이렇게 꿈 많은 

    맑은 눈의 소년 이었네.


    나를 만나 살면서 그 꿈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면서 미움을 살살 달랬었다.







    뜰의 꽃들은 대부분 종류 별로 몰아 심는다.


    아이리스 밭에 작년 가을에 달러 플랜트 (씨가 동그랗게 하얗게 맺는) 씨들이

    저절로 떨어져 싹이 터 무리를 이루기에 그냥 두었더니


    이 봄

    아이리스 피기 전에 곱게도 피어나네.






    노랑갓꽃이 지천으로 피는 중에

    언젠가 심었던 한국의 홍갓이 어찌어찌 씨가 터서

    크게 자리했다.


    어릴 적 

    얼굴을 묻던 엄마의

    폭 넓은 자색 유똥 치마 생각이 나네.


    씨가 많이 퍼지라고 물을 주고 또 준다.








    가꾸지 않는데 

    해마다 찾아오는 꾸준한 노랑 갓꽃 무리.


    귀.해.라.







    햐아~


    어디서 왔을까, 처음 보네.


    고개를 숙이고 속을 안 보여주네.



    사진을 찍어 이웃에 돌린다.


    누가 이 꽃을 아시나요~~



    세상이 하 수상해서 가까이 불러 물어 볼 수 없음에.








       








    이천이십년 사월 십일일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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