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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벤더를 털다-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추가)
    농장주변이야기 2020. 7. 3. 02:26

        

    가슴이 답답하다.

     

    벌써 몇 달 째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철망이 주위를 옥죄어 온 지.

    주위엔 온통 아프다는 소리들.

    코비드 19의 비상사태가 가져오는 광대한 부작용이다.

     

    앤쏘니 파우치가 국회 청문회에서 

    초기 부터 마스크를 쓰라고 하지 않은 이유가

    의료진에게도 충분하지 않은 마스크 확보 상태에서 일반에게

    쓰라고 할 경우 일어날 소요를 감안해서 그랬다는데.

     

    천으로 집에서 마스크를 만들어 쓰라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그랬으면 이 기발한 아이디어 천국인 미국에서 얼마나 재미난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바이러스에 대처했을 텐데.

    트럼프는 아직도 마스크를 안쓰고

    그 지지자들은 그를 지지하는 표시로 마스크를 안쓴다.

     

    the land of the brave

     the home of the Free

     

    국가에 나타난 것 처럼 무지몽매하게 용감하고

    무식해서 자유로운 사람들의 우리 나라 미국.

     

    행여나 좋은 소식일까 하고 이 친구 저 이웃에 전화해 보면

    들리는 건 조용한 한숨,  지친 푸념들.

    몸이고 마음이고 안 아픈 사람이 거의 없다.

     

     

     

    유월 내내 매일 오다시피 하는 부슬부슬 비는 또 웬 일 인가.

    오후에 해가 나

    벌써 한 달 째 남편이랑 별거에 들어 간 다이앤이랑 라벤다를 털었다.

    며칠 전에 안부를 물으니 '참담하다'  (I am miserable) 하다고.

    혼자 지내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바람이 가끔씩 살랑살랑 부는 언제나 그 자리

    헛간 모퉁이에 다이앤이랑 둘이 앉았다.

     

     

     

    떨어지는 보라색 꽃 낟알들

    퍼지는 향기에

    세상사는 어느 새 노 프로블럼!!

     

     

    훑고 털고 까불리고 

    또 바람에 일고 또 일고

    그렇게 라벤다를 턴다.

     

    용서' 하는 게 쉽지 않아.

    아냐 절대로 용서가 안 되.

    결혼 생활 삼십년 동안 얼마나 끊임없이 나에게 상처 주었는지 몰라.

    나는 서서히 그 학대에 익숙해져 갔고.

    드디어 그 배경이 드러나서 다행이지만 얼마나 끔찍한 지 몰라.

    법 적인 책임도 회피할 수 없을거야.

     

     

     

     

    에구,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런데 나는 그 범죄에 해당한다는 디테일은 안 들었으면 좋겠어.

    들어서 소화할 수 없는 내용이면 좀 많이 괴로워하는 편이거든.

    그래도 네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선언을 했다는게 참 다행이야.

    마음 편한게 사람답게 사는 건데.

     

     

    오케이, 안 할께. 미안해. 노 라고 스톱 시켜줘서 고마와.

    굳이 너 한테 말 안 해도 카운슬러에게 다 이야기 하고 있어서 괜챦아.

    부부가 카운슬링을 받는 동안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

    다이앤을 보호하느라 별거에 동의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다이앤을 처음 만난 건 한 오년 쯤 전이다.

    내 가까운 이웃이랑 우리 뜰에 함께 왔는데 

    '헤이, 난 다이앤이야..... 좀 어색한 인간이지.'

    'Hey I am Diane. .....I am awkward'

    주저하는 말투로 소개를 했었다.

     

     

    순간 정수리를 돌로 맞은 것 처럼 띵 했다.

    자신이 어색한 사람이라는 걸 첫 카드로 보여주는 사람.

    수줍음을 그렇게 내 보이는 사람.

    그녀는 그렇게 화끈하게 다가왔다.

    아니 내가 다가 갔다고 해야 맞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어떻게 매끄러울 수 가 있을까

     

     

     

     다이앤은 솔직하고 속이 곧 겉이고 말은 그대로 행동이다.

    약속은 몇분 까지 칼끝 처럼 예리하게 지켰다.

    헛 말로 생의 순간을 낭비하지 않는, 너무 진지해서 부담되는 사람이다.

    그녀는 마스크를 제작하는데

    환상적인 색갈과 자연에서 얻는 상상할 수 없는 재료들을 모아 만든다. 

     그런데

    마스크 얼굴들에 한결 같이 크고 작은 눈물 한 방울씩 떨구어 놓는다.

     

    같이 해변을 걷고

    라벤다를 따고

    꽃들을 나누어 심으면서 천천히 서로 다가가 친구가 된 다이앤.

    일월 초에 칠십세가 되었을 때

    섬광 처럼 

    지금 부터라도 내 마음 대로 사람답게 살자' 라고 결심이 서더라고.

    늘씬한 키에

    팔을 구부려 아직도 건재한 단단한 알통을 보여주곤 하는 다이앤.

    해변길을 따라 같이 걸으면서 차츰 그녀가 만든 마스크의 눈물들이 알아졌다.

     

     

     

    와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라벤다 털기만 했네!

    Yeah!!

    둘이서 마스크를 쓰고 라벤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팔굽으로 코비드 19 시대의 하이 파이브를 쳤다.

     

    함께 턴 라벤다가 두 갤론은 되게 나왔다.

    반씩 나누어 가지고.

     

    라벤다 베개를 만들거지?

    만들면 보여줘.

    어떤 베개가 나올까

    다이앤의 손끝을 거쳐 나올 라벤다 베개가 기대된다.

     

     

    (추가)

    며칠 뒤

    오늘

    다이앤이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주에 골반 뼈 수술을 한 남편이 많이 아파한다고.

    음식 좀 해다 줘야 할 것 같다고.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남편이랑 먼 길을 운전하다 지칠 때 쯤 되면 듣는 노래 중 하나

    이 분 이  노래 잘 불렀네. 감탄하면서..

     

    이천이십년 칠월 이일

    오늘 아침에도  흐리고 비 흩날리는 날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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