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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분하게 대처하는 날
    뉴스얽힌 글 2020. 3. 15. 15:38



    * 이 주일 만큼의 식량을 사 놓았다.


    * 평소 복용하는 약을

    의사의 처방을 얻어 3개월간 마련해 놓고


    *해열재와

    기침, 두통을 위한 감기약도 사 놓았다.


    *체온계도 세 개나 있네.


    * *  *

    (아침)


    동네 이웃 애비가 텍스트로 

    우리가 잘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자신도 남편 브렌트도 잘 있다고

    우리 동네 집 사람들 하나 하나 이름을 나열하며

    다 잘들 있다고 안부를 전한다.


    겨울 빗 속에서 못 만나던

    이웃들이 다 잘 있다고.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들에게도 알려주고

    필요한 것은 주저말고 알려달라고.


    애비 랑 브렌트는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사십대 초반의 젊은 부부다.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돕기를 자청하네.



    '우리는 질병예방센터 (CDC)에서 권하는 대로


    가능한한 사람 만나는 걸 지극히 제한하고

    집안에서 잘 지내고 있다' 고


    '연락 주어서 고맙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만약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언제나 연락해줘' 라고 


    답 했다.



    아침을 먹고 

    날이 추워 뜰에 못 나가니

    찹쌀을 불려 약식을 만들었다.









    *   *  *


    (낮)


    딸 이랑 사위가 

    병원에서 일 하니

    혹시 병균 옮길 까 조심해서

    몇 주 전 부터

    화상통화만 한다.


    앞으로 몇달 간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양 쪽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가

    온통 코로나바이러스 주변 이야기 였네.



    조심하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부모 노릇하고

    밖에 나가지 말라고

    아이들은 우리에게 부모 노릇하네.




    바바라가 다알리아에 거름할 염소똥을 

    가져온다고 연락이 왔네.


    남편 좐이랑 둘 다 좋아하는 김치랑

    뿌리 나누기를 한

    다년생 화초 구근들을 준비해 놓고 기다렸다.



    따끈한 생강차에 넣으라고

    꿀도 한 병 가져오고.


    바바라네는 염소를 기르고

    양봉도 해서


    염소젖 요구르트, 치즈랑

    꿀을 올 때 마다 가져 온다.



    오랜 만에 집에서 나왔다고.


    집 안으로 들어 오지 않고

    뜰 에서만 잠시 머물다 갔다.



    허그도 않고 뺨 키쓰도 않고

    거리를 두고

    이야기 나누고

    이 미터 쯤 떨어져서

    손으로 키쓰를 불어 날리며

    허전하게 웃었네.


    통화 하자고 약속하고.


    염소 똥을 많이도 가져 왔다.

    다알리아는 두엄을 주면 아주 잘 자란다.


    붉은 다알리아가 

    무성하게 피고 지고 하겠다.



    타 주에서

    혼자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기 둘 하고

    제법 긴 통화를 했다.



    둘 다

     나 처럼

    이런저런 준비들을 해 놓았다고.


    더 자주 통화 하자고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연락하자고.


    *  *  *


    (저녁)


    어둡기 전 서둘러

    둘이서 마리아네 집에 갔다.


    혼자서 두문불출 하려니

    좀 힘들다고.


    그래도 매일 꽃밭을 가꾸니

    복이라고.


    인스턴트 커리를 가져다 줄 겸

    얼굴 좀 보려고.


    마당이 행주로 닦은 것 처럼

    잡초 하나 없이 말끔하다.


    나무들은 하나하나

    얼마나 예쁘게 다듬어 놓았는지.

    인물들이 확 달라졌다.


    아주 잠깐 

    거리를 두어 

    얼굴 마주해 웃고 왔다.


    어서 들어 가라고

    어서 가라고 

    손짓으로 재촉하며.


    또 전화 하자고.


    마리아랑은 


    거의 매일 전화한다.









    이천이십년 

    삼월 십사일 토요일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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