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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러스의 국적
    뉴스얽힌 글 2020. 3. 4. 18:51



    어쩌면 지리적으로 당연하게

    내가 사는 와싱톤 주의 시애틀 인근 지역이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19 감염의 진원지가 되었다.


    머리카락 굵기의 1/900 크기의 미생물.


    보균자의 침,숨,가래등에 있다가

    말을 나누다가, 

    밥을 같이 먹다가, 

    한 공간에 함께 있다가

    감염된다고 한다.


    재채기나 기침은 반드시 수건이나 손으로 막고 

    사람과 사람 사이는 6피트는 떨어지는게 안전하고

    키쓰나 포옹의 가까운 신체 접촉을 되도록 피하고

    손을 수시로 씻고 병균이 침입되는 경로인 눈,코,입을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한다.

    (이 바이러스가 살갗으로 전염되는 것은 아니라고)



    증상은 일반 독감과 비슷하고

    무증상인 사람에서 부터 경미한 증상 그리고 중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만약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중증이 아닌 경우엔

    우선은 주치의나 가정의에게 알리고

    응급실로 가는 것은 피하라고 한다.


    그리고 의사를 만나러 갈 때는

    마스크를 써서 만약의 균이 퍼지는 것을 막으라고.


    미국 질병방역본부에서 하는 말이다.



    *  *  *


    6주전 쯤 

    우한을 다녀온 시애틀 근교 북쪽에 거주하는 남성이

    미국에서 첫번째 COVID 19 바이러스 감염자였고

    병원에 입원 치료하여 완쾌되어 퇴원했다.


    지난 주엔 대구에 다녀온 여성이

    확진자로 발견되고 그녀가 출근했던 직장의

    동료들이 몇 사람 감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뒤 이어 이 바이러스로 인한

    미국내 첫 사망자가 시애틀 지역에서 생겼고

    양로 시설의 입주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돌보는 사람들 사이에

    집단적으로 감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오늘로 (3월 3일 2020년)

    모두 아홉명의 희생자를 낸 워싱톤 주.


    뉴스로 감염상황을 보고하는

    의료진들과 관리들은 한결 같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그 가족들에 대한

    위로로 자신들의 발표를 시작했다.


    하나 같이 모두

    감염자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존중해 줄 것을

    부탁 한다.


    우한에 다녀 온 첫번째 환자나

    대구에 다녀온 두번째 감염자나

    결코 누구라고, 어느 인종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


    사람들은 대강 짐작만 할 뿐이다.


    *   *  *


    나는 이 코로나바이러스 19 감염 현장에서 질병 관리에 대처하고

    보고하는 관계자들의 태도에 안.심.한다.


    누구도 공적으로 '우한바이러스'라는 

    편파적이고 반중국적인 세상에 범람하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에도.



    *   *   *


    생각없는 친구가 

    재밌다고 ㅎㅎ ㅋㅋ를 붙여 카톡으로 보내온 

    사이먼 과 가펑클의 유명한 노래

    sound of silence의 곡에 가사를 바꿔 붙인

    우한 바이러스를 쳐부수자 내용의 영어노래엔


    박쥐 수프를 먹고 생긴 우한 바이러스 등

    중국인을 비하하고 모든 책임을 더러운 중국사람들에게

    돌리는 내용이 있어


    듣다보면 

    자연스레 중국인에 대한 멸시와 혐오가 

     바이러스 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된다.


    이걸 신난다고 보낸 친구는 자신도  

    하나의 챠이니즈로 보이는 걸 모르는 걸까.



    어디 그 뿐이랴

     가짜 치료법, 치료약 은 물론이고

    온갖 가짜 뉴스와 그럴 싸한 근거없고 시시한 

    반중국적인 썰들을 유식한 체 옮겨 나르고 되뇌이고.



    자기 보호 본능에서 나오는

    두려움이 동반되는 이 상황에

    두려워지는 것은 병균 그 자체 보다도

    아시아인들을

    바이러스 옮기는 숙주로 보고 경계하고 

    어떤 공격적인 사람들은 아시안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과 

    폭행도 마다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다.


    *   *  *


    병.균.

     생겨난 발상지는 있어도

    국적은 없다.


    인류에 침입해 오는 병균에

    지구인들은 다 함께 협력해

    병균을 차단하느라

    죽이는 치료약과 예방약을 개발하느라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  *  *


    자연 재해라도

    피해를 보면

     심한 원망과 증오가 따른다.


    한 예로

    미국 죠지아, 캐롤라이나, 테네씨, 버지니아 주 등에 

    한 때 울창했던 밤나무 숲을 20세기 초반에

    거의 전멸시킨 Cryphonectria parasitica 라는 균을 

    Japanese Fungus라 이름 붙이고

    마치 일본사람들이 그 맛난 밤이 열리는 아름드리 밤나무들을

    고의로 잡아 죽인 것 처럼 

    반백년이 지난 후에도 

    일본인 증오에 열을 올리는 나이 든 남부인들을 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 나무들을 수입해 들여오던 중 

    우연히 묻어 들어 온 균이었다.



    병균 처럼 그 행로가 통제 불가능하고 자유분방한 것이 어디있을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인들이 옮긴 천연두와 홍역균에

    몰살 된 페루비안들.. 

    그리고 북남미 네이티브 아메리칸 부족 들이 

    대거로 숱하게 죽어갔던 일.


    의도한 일들이 아니었다.


    *  *  *





    지난 주 

    발렌티어로 일하는 곳에서

    매장을 정리하려고 내가 맡은 방에 들어가는데

    물건을 구경하고 있던 할머니가 어린 손녀 손을 끌고

    황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그로서리에서 내가 가는 주위에서

    황황히 빠져 다른 곳으로 비켜 가는 사람들을 느꼈다.


    주말에 

    한 주에 하루 발렌티어 하는 곳의 매니저 씬디 한테  전화했다.


    ' 코로나바이러스 상태가 좀 수그러들 때 까지

    즐겁게 동료들과 일하며 하루를 보내는 걸 마지못해 중지하겠노라고.

    다른 사람들의 두려움으로 부터 우선 나 자신을  보호하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라고 했다.'


     

    '속 깊은 결정을 해주어서 매우 고마워.

    어서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기를 바라자.

    곧 다시 일하러 올 때 까지 건강해.




    '이 상황에서 나는 아시안이구나!' 하는 걸 확인했다.



    딱 잘라서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는 예민한 상황이다.



    병균의 발생과 전염 경로를 보면서

    특히 아시안들을 가려서(profiling) 경계하는 심리들은

    나를 살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이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에 경계 하고

    중국 사람을 몰아서 손가락질 하는 것에는 경계 한다.


    이런 상황이 일어날 때 마다

    대립과 증오만이 넘칠 것 이기에.


    흑인

    백인

        아시안....


    한국인

    중국인

    유럽인

    아프리카인.....


    무리'로 보는 것은 거리를 두고 

    새 떼. 벌 떼 처럼 보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으로의 관계는 없다.


    점점 좁아드는 지구에서

    무리 보다는 개인으로 서는 것이

    너 와 나 

    같은 '사람' 으로 대하는 것이


    서로를 보듬고


    결국은 '나'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이천이십년 3월 3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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