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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길상사에서 -사교감별법
    횡수설설 2012. 5. 15. 01:56

    출판사상 기록적으로 팔천만부가 팔린  Dan Brown의 소설 다 빈치 코드 (Da Vinci Code)를 읽고 나서

    당시 첫소설을 끝내고 출판해 줄 출판사를 간절히 찾고 있던 아들이 

    '사람들의 희망을 망가뜨리는 내용을 쓰는 것은 작가의 윤리에 어긋난다.' 면서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고 소망을 품는 종교를 훼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설흔 초반의 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은 무신론자라고 자신을 일컫는다.

    *  *  *

    대학교 때 우연히 들은 종교학자 신사훈 교수의 사교 감별기준들 중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사교나 가짜 포교사들의  특징들이 몇가지 있다고 했다.

    *겁을 준다. 불안을 조성한다.
    *자신을 높이고 미화, 성화한다.
    *듣는 사람을 이유없이 칭송, 올려주거나, 반대로 마구 폄하, 욕설등으로 비하한다.
    *개인의 약점을 잡고 그걸 들먹거린다.(미워하는 사람, 원수지간)
    *비밀을 만든다.(부끄러운 짓이나 나쁜짓에 동조하게 한 후에)
    *비밀스런 그들만의 조직이 있다.
    *돈, 금품, 값나가는 것들을 요구한다. 사리사욕을 채우고 호화스런 생활을 한다.
    *자신을 해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고 , 전례를 들어 설명한다.(고발 못하게)
    *자신이 배반당했거나 속은 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이적을 행했다고 증거한다.


    *   *   *

    봄 날
    불교신자인 지인과 함께 길상사에 갔었다.
    둘 다 이십대에 한국을 떠나 삼사십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처지였다.
    나는 기독교 신자지만 한국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이는 절들을 찾기를 즐긴다.
    경내에서 만나는 경건하고 온화한 표정들도 좋고.

    초파일을 앞두고 연등이 꽃처럼 고운 뜰을 거닐다가 법당 코너를 도는데 회색 도포도 정갈한 빡빡머리 고승이
    합장을 한다. 
    내 옆의 지인은 따라 합장을 하고 기독교도인 나도 예를 갖춰 합장을 따라했다.
    '보살님들, 차 한잔 사주시겠소?;

    지인이 부처님전에 절하고 나와서 사드리겠다고 하니 밖에서 기다린단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오늘 좋은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겠다며 지인은 기대에 얼굴까지 발개졌다.
    매일 반야심경을 읽지만  사람이 모자라 깨달음도 없고 지지부진하다고 
    자신의 얕은 블심을 토로하며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란 말을 하면서 
    산책을 하고 있던 차였기에 그녀의 기대에 나도 좀 설레었다. 

    빳빳한 먹믈들인 품위나는 승복하며 늙수그레한 나이하며...

    서둘러 나오니 밖에서 기다리다 우리보고 먼저 경내의 찻집에 가 있으라며 자신은 유자차를 시켜달란다.

    공손하게 받자옵고 유자차 석잔을 시킨 중에 고승(아직까진)이 왔다.

    차 마련하는 곳에서 차를 받아오며 저 분이 이 절 소속 스님이냐 물었더니 처음보는 얼굴이란다.

    차를 받으면서 첫 질문이 혹시 차를 가지고 왔느냐고 묻기에 그렇다하니 자신이 저녁에 의정부에 갈 일이 있단다.


    빌려타고 온 차라 곧 돌아가야한다고 하니 

    종이에 스물 몇자인 가를 우리에게 주겠다고 한글로 무슨 경구를 쓰고는 
    자신이 무슨 자선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늘 금전적인 자비를 베풀면 다섯 부처님이 도와 
    사업, 입시, 건강, 재물증식등을 돕는다고 하는 소리가 나오자 동행한 지인이 얼굴이 굳어져 돌아 앉았다.



    오늘은 그냥 유자차 한잔만 대접하는 걸로 그만합니다.하고

    우리는 그대로 일어나 나왔다.

    신록도 싱그럽고 서울에서 그만큼한 한가함을 누리기는 어려운 고운 뜰에서 모처럼 가졌던 좋은 시간을
    불쾌함으로 마무리하기 싫어 그쯤으로 그만 두고 말을 삼갔다.

    *  *  *


    살다보니  신사훈 교수가 강의한 사교나 사교교주들의  특징은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이기도 하더라.



    *  *  *


    열한시간 두문불출 술, 담배에 젖어 도박을 했다는 중들의 이야기가 새어나오지 말았었으면...

    북한에 자전거 사준다고 미국 전역의 교회들을 돌며 부흥회를 해서 돈을 걷고 
    라스 베가스에서 도박한 성직자들의 리스트에 들었던 개그맨을 방불하는 유명한 한국의  부흥사의 이야기는 몰랐었더라면.....

    노래하는 선교사라고 왕년의 인기를 걸고 가족까지 동반 여러번의 미국행 컨서트로
    무슨 자선단체를 운영한다고 성금을 걷어간 가수는 그 헌금 받은 액수의 합계와
    자선단체에 실재로 얼마를 썼다고 투명하게 사업, 회계 발표를 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던가....

    (이런 저런일들로 나는 도네이션을 할 때 언제나 그들의 모금과 실제 자선행사에 쓴 돈의 비율을
    꼭 살펴보고 한다. 미국에도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는 간판만 그럴 듯한 사기 자선 단체가 부지기수이다.)


    종교를 훼방해 기원, 기구, 기도할 대상을 훼손하는 짓은 윤리적인 일이 아니다. 맞다.


    그러나 종교를 빙자해서 사기치는 사기한들은 종교인이 아니라 이미  탈을 쓰고 
    도적질에 능한  법법자들일 뿐이다.

    구별해내어 피해를 막을 일이다.

    금품과 함께 마음을 네다바이 당하는 일은 참혹한 일이기에.


    이유없는 칭찬에 대한 우쭐함
    근거없는 공포심
    적개심
    탐심등을 

    경계하고 멀리하는 마음은  종교를 떠나서도 평온을 유지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나처럼 많은 날 우둔하고 약한 인간에겐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복병같은 헛점들이기도 하다.


    이천십이년 5월 15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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