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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결혼했다 - 청혼, 약혼내 이야기 2015. 9. 10. 21:56
엄마 반지 어디있어요?
지난 해 크리스마스 연말에 집에 온 아들은 결혼할 의사를 그렇게 밝혔다.
서로 좋아해서 같이 살면되지 꼭 형식적인 결혼을 해야하느냐로 버텨온 아들이지만
참한 걸프랜드랑 같이 사는 햇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에 조바심이 나서
너 언제고 결혼할거면 엄마 결혼반지 줄께. 라는 말을 했더니
우리 괜챦아요. 결혼반지 필요없어요. 했었다.
와, 정말이니?
서둘러 반지를 찾아오고.
결혼반지랑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아빠가 해준 반지 중에 네 마음에 드는 거로 골라라
아들은 결혼반지를 골랐다.
작아서 부담이 없어 걔가 좋아할 거예요.
땡큐 맘.
반지를 걸프렌드 손에 맞게 고쳐놓고 이틀 후 걸프렌드가 크리스마스를 마치고 우리집에 왔다.
그리고 둘이서 이틀 간 캠핑을 갔다.
반지를 주었을까?
반지를 기꺼이 받았을까?
이틀 후 둘이서 집으로 들어서며
엄마, 아빠 우리 약혼했어요. (We are engaged!)
둘이 희색이 만면하다,
흐뭇한 얼굴로 손에 낀 작은 반지를 보여준다.
젊고 가는 손가락에 낀 알이 작은 반지.
새삼스레 고운 빛이 난다.
참 잘 되었다.
축하한다. 정말.
며느리감을 꼭 안아주었다.
비교적 덤덤한 성격인데 그 날 밤이 늦도롤
자신의 엄마, 언니, 아빠, 친구들 한테 돌아가며 전화로 소식을 알리며 기쁨을 전한다.
아무렴. 그래야지.
아들과 그 짝은 그렇게 약혼을 했다.
아들은 어떻게 청혼을 했을까?
딸은 묻지 않아도 술술 엄마한테 풀어놓던데.
상상만하고 묻지 안(못)했다.
너무 코 디미는 시어머니라고 할까봐.
자신들이 처음 만난 이곳에서 청혼을 하고 싶었다고 아들이 말했다.
* * *
둘은 몇년 전 우리 라벤다 밭에서 처음 만났었다.
친구네 딸이 여름에 집에 오면 가끔씩 우리집 라벤다를 잘라다 팔아서 용돈을 버는데
어느 해는
친구 하나가 같이 왔다.
마침
며칠간 집에 와 있던 아들이 그날 하루 종일 그 두 처자들을 위해 라벤다를 잘라주었다.
평소엔 전혀 라벤다에 관심이 없고 밭 근처엔 가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아들은 허리를 못펴고 끙끙 앓았다.
우리 부부는 네가 웬일이니 하고 마구 웃어주었다.
그리고 몇달 후 둘이 합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이 결혼한다는 사실에 너무 좋아서 부웅부웅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이천십오년 구월 십일
아들 결혼식에 다녀온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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