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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결혼했다-혼수 예단(2)내 이야기 2015. 9. 21. 07:33
며느리감이 자신이 원하는 한복을 소포로 받은 날
박스에서 마악 꺼내
직장에서 입어보고 너무 아름답다고 사진 찍어 아이폰으로 보내 온 사진.
어마나, 참 곱기도 해라.
어쩜 저런 디자인을 원했네.
저고리를 벗으면 어깨가 들어나는 멋진 이브닝 드레스가 되는 것으로
두고 두고 입겠다는 실용적인 아이디어에서 그랬다니
꼼꼼한 마음이 기특하기도 해라.
그런데
하하하하
옷고름을 나비로 묶었네.
그냥 통과!
처음 입어보고 사진 찍어 보내는 기쁜 마음에
흠집 낼까봐
beautiful!!
so beautiful!
그랬다.
새 색씨 입을 옷을 보고나니
노리개도 필요하겠네.
바늘들고 앉아서 뚜벅뚜벅 복거북이를 만들었다.
속에 라벤다를 넣어서 향이 은은한 노리개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이좋게
잘살아라
이 이상 더 뭘 바랄까
아들딸 낳고'를 넣고 싶었지만
며느리감 한테 부담 줄까봐
그리고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기에
그만 두었다.
한글이 거북이 등에 올라가니
제법 그럴듯한 무늬가 된다.
한복집에 부탁해서 얻은
저고리와 치마에 들어간 감의 견본조각들로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둘의 이름을 합쳐서 수 놓고
아들이 생겼을 때 시외할머님이
밤이 숱하게 달린 커다란 밤나무를 태몽으로 꾸신게 생각나서
밤도 수 놓았다.
수확이 많고 목숨이 장수한 아들을 낳을꺼라던
시외할머님 태몽풀이.
참 그립다.
살아계시면 그 수려한 바느질 솜씨로
외증손주 며느리감 혼수를 만들어주셨을텐데.
얘야, 바느질을 그렇게 더럽게 하면 못쓴다 더러더러 퉁을 주시면서도
정답게 도란도란 마주 앉아 함께 바느질하다가
어깨 푸느라 민화투도 쳐가면서 혼수 바느질을 했을텐데
그런 생각하면서 손바느질을 했다.
이젠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서
결혼식엔 못 가시는
올해 한국나이로 구십이 된 친정엄마한테
복거북이를 어떻게 한복에 붙일까 전화로 의논도 하고.
그렇지
식이 뭐 따로 있냐.
마음이 중요하지.
으쌰으쌰 응원해주신다.
며느리랑 아들이랑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짜낼
자신들의 결혼식.
아무래도 며느리집 전통이 주로 이어지겠지.
복주머니에
함이랑 폐백이랑 모두모두 다 섞어
내 식대로 얼치기, 엉터리, 두리뭉실 대강
하지만 조심스런 마음으로 하나하나 마련해 넣었다.
간직해 온 고운 색동 실패에 청실 홍실
비단실을 정성을 다해 감았다.
백번씩 돌려서.
백년해로하라고.
복주머니엔 알이 굵은 대추도 듬뿍 넣었다.
* * *
결혼식이 끝나고
리셉션이 시작될 때에
며느리랑 아들이 한복으로 갈아입고 잔치에 나왔다.
아들 한복입은 모습도 처음보지만
며느리 한복 입은 모습이 날아갈것 같이 곱다.
무식하게 큼직하게 만든 복거북이를 옷에 달아주고
손에 복주머니를 들려주었더니
며느리가 거북이 등에 쓴 글씨들의 뜻을 묻는다.
'I feel well loved.
Thank you very much.'
사랑을 아주 듬뿍 받네요.
너무 고마와요.
며느리는 파티 내내
복거북이를 친구, 친지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다.
신랑 신부가 한복을 입고 연회장에 나타났을 때
역시 둘 다 고름을 나비 리본으로 묶고 나왔다.
하하하하하
우리 언니랑 동생이 고름맨것 보고 박장대소를 해댄다.
음 이것도 괜챦은데
한국식이 따로 있긴해.
한국식으로 재대로 묶어달란다.
기쁘게 둘의 고름을 고쳐 매주었지만
그게 뭐가 대순가.
한복을 입고
결혼을 기뻐하는 아들, 며느리 모습이
흐뭇하기만 했다.
*며느리 한복을 만들어 주신 분은 엘에이(LA)의 한복 전문가 김미희 님이시다.
이천십오년 구월
팔월말에 아들과 며느리가 결혼해서 기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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