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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이 주어질 때는 레모네이드 만들기
    내 이야기 2015. 2. 4. 00:14



    제프가 울었다.


    79세 엄마를 호스피스 시설에서 집으로 모셔왔다고.

    젖가슴도 한쪽 없고
    허파 한쪽도 없어져
     몸이 더 이상 갈 수 없을 만큼 다 갔는데
    생각한대로  돌아가시지 않고
    아직도 예순이 다 되어가는  아들  
    돌아가는 찻길 걱정하시더라고.



    많이 가슴아프겠다.

    안 되었구나 . 제프

    너랑 너네 엄마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

    ( I am so sorry Jeff. I am  thinking of you and you mother).




    *  *  *

    제프 눈물이 눈에 어른거려서
    그리고 
    하루하루 남은 날들을 보내고 있을 제프 엄마가 생각나서

     바늘을 들고 라벤다 베개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라벤다도 털어서 까불리고
    좋아하는 촉감의  씰크로 한땀 한땀 주머닐 만든다.

    죽음은 어렵다.

    내게도 반드시 올 것을 알기에 
    이쯤에선  남의 이야기로 들을 수 없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씨니어센터 뜨리프트 스토어에 가면

    만날 적 마다 무거운 가구들을  나르는 중에도

    환하게 웃어 주위를 밝히는 제프를 낳은 엄마이니

    그 아들의 선한  웃음을 있게 한  엄마를 그려보며 바느질을 했다.


    아주 무료할 지도 몰라

    죽음을 기다리는 건.


    살아있는 날은 살아나가는 건데.


    누가 누구에게 끝난다고 말하는가.


    모아 둔 공작털이랑 새털 몇개  헌귀퉁이에 붙였다.


    아 곱다.


    고운 새털들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만들면서  나도 많이 위로가 되었다.








    엊그제 수퍼보울 씨학스 게임보러 씨애틀의 딸네 집에 가는 길


    젊은이들이 모이는 파티라 김밥을 싸서 불야불야 급히 가다가


    큰길로 나가는 모퉁이에서 그만 앞 차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우리 차가 앞차를 박았다.



    비는 오고 날은 을씨년스럽고



    작은 차 속에서 나오는 우리 나이 또래 부부

    젊은 여자 둘

    그리고 큰 개 한마리 


    다친 데 없느냐

    서로 위로하고


    우리차는 그만한데 앞차는 범퍼가  팍 찌그러들었다.



    무조건 거리를 충분히 두지 않은 뒷차인 우리 잘못이다.




    마을의 쉐리프를 부르는 동안

    서로 보험 정보를 교환하고.


    쇼크를 진정하느라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었다.



    우리 씨학스 팀에게 준결승에서 아깝게 져서

    수퍼보울을 놓친  위스컨신 주에서 

    씨애틀 사는 땰을 만나러 왔다고.


    섬 구경을 하고 씨애틀로 돌아가는 길에

    그만 이런 일이 났다고.


    에쿠 미안해라.



    나랑 비슷한 또래의 위스컨신 아줌마


    운전한 젊은 여인이 딸이라고

    그리고


    같이 있는 다른 젊은 여인은 딸의 파트너라고


      주저하면서 어렵게 말한다.


    아들도 있는데 그 사이에서 손녀가 둘이나 있다고.


     We are beautiful family.(우린 화목한 가족이야)


    동성애의 딸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 꼭  결론짓고 싶은 마음이리라.


    딸의 파트너도 이젠 자신의 딸이 되었다고.







    손주가 있느냐고 묻기에


    딸, 아들한테 손주 계획을 감히  묻지도 못해.


    자신들 인생이니 자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들 해서.


    맞아.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지.

    아이들 인생은 우리가 참견할 몫이 아니지.


    그리고 둘이 손을 마주 잡았다.


    이렇게도 만나네!

    접촉 사고로 빗속  길에서 만난 사이!



    언제 부턴가 레몬이 주어지면 레모네이드를 달게 만들어 

    즐기는 방법을 습득하려 노력  중이라고 하니


    자기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그렇게 추운 빗속에서 두 아줌마가 금새 통했다.


    자식들을 둥지에서 떠나 보낸 어미들로.



    혹시 알아 이렇게 만나서 좋은 친구가 될지.




    다음에 섬에 또 오면 꼭 들르라고.

    이왕이면 라벤다가 황홀한 여름에 오라고 했다.



    라벤다 향낭을 보내주마고 주소를 받았다.






     그 날 저녁

    수퍼보울에서 시학스는 우승을 앞에 두고

    코치의 어이없는 작전착오로 뉴잉글랜드 패티리어트에게 어이없이 졌다.



    아 

    그런데 이 씨학스의 패배는 쉽게 레모네이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들 의도가 없다.



    한동안

    우리는 패배감에 빠져 지낼 것이다.



    작년의 달디 단 우승을 맛본 후라

    더욱 쓰고 시금털털하게 

    한동안 주눅 들것 같다.


    슬리감 만큼 꼭 필요한 패배감.


    단체로 흠뻑 빠져 흡입하는.


    이건 레몬이 아니다.






                                
    -동네에 있는 네이티브 어메리칸 후손의 무덤.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은 돌비석을 쓰지 않는다.  향나무판에-


    그녀의 인디언 이름, 

    까마귀 깃털 (Crow Feather)

    여기 하나 떨어졌네.



    이천십오년 이월 삼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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