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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사회 2006. 7. 12. 11:52

    다르다 는 것은 우선 나를 긴장시킨다.

     

    다른 것은 익숙치 않다는 것이고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문을 닫아버리는 것 같다.

     

    미국 LA 공항에서 처음 보던 흑인들의 울긋불긋한 머리와 옷차림의 자유분방하던 모습에 

    헛구역질을 했던 기억

     

    동성애자가 많이 사는 샌프란시스코의 어떤 동네에선

    발밑이 스물거려 거의 걸을 수 없게 되던 기억등

     

    선입견에서 오는 두려움은 '나'를 억제하고 가두어서 결국 제한받는것은 '나'였다.

     

    다양함이 무진장으로 공존하는 미국에 살면서

    진정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이 우선이란 걸 차츰 깨달았다.

     

    좋은 친구가 되었을 법한 흑인들이

    내가 마음을 못 여는 동안 내 곁을 지나가버렸고

     

    대학원 다닐 때 영어 못하던 나를 북돋우고 도와주던 

    레베카 같은 친구가

    레즈비안이란 걸 알고는 금을 그어버렸다.

     

    다르다는 걸 모르고 사귀다가 친하고 난 뒤에야 그들의 다름을 알게 된 친구들로 인해

    나는 그들에게 쌓은 벽을 쉽게 허물수 있었다.

     

    그리고는  편견으로 부터 해방감을 느꼈다.

     

    '나'가 고유한 것은 나 아닌 남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유유상종은 편하긴 하다.

     

    그러나 페쇄적으로 차별을 낳고 '우리'로 속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나는 아직도 이런저런 헐어야 할 벽이 많다.

    의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지를 품는 것이 시작이다.

     

    내가 제일 높고 두터운 벽을 쌓았던 동성애자들

     

    친구가 되는 데 

    성생활에 대한 관심과 명세서를 쓰고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닐진대

    유독 왜 우리에게만 그걸 적용하느냐던

    한 동성애자의 항변에 수긍이 갔다.

     

    내 사는 이웃에, 주위에 그 수가 많음도 익숙해지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들의 다른 점을 이해는 못하지만 그들을 차별할 권리는 내게 없다.

     

     

     

    벽을 쌓아 차갑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게 속죄하면서

     

    몇년 전 쓴 글을 올린다.

     

    variety_of_Alpacas.jpg

     

    이웃의 알파카들 교아찍음

     

    _  _  _   _  _  _  

     

     

    <마이클과 반려자 데이비드>

     

    신빵 (sour dough bread)을 굽는 
    누룩이 든 반죽(starter)을 조금 떼어 갖고
    캐나다 국경을 넘었습니다.



    지난 번에 마이클과 그의 이십년 변함없는 인생 파트너인 데이비드가 
    내가 만든 
    빵 맛을 본 후에
    참 좋은 빵누룩인것 같다고 나누어 줄것을 당부했거든요.
    데이비드는 빵굽기를 아주 즐깁니다.

    그 반죽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신빵으로 유명한 베이커리의 것으로 
    대학 졸업 후 그곳에서 빵 굽는 걸 배우는
    우리 딸애 친구가 가져다 준 것이란 걸
    알고는 더욱 갖고 싶어했습니다.

    정작 마이클네 가 보니 
    항상 손바닥의 양면처럼 붙어있던
    데이비드가 집을 비웠습니다.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급작스레 돌아가셔서 
    고향인 싸스콰촨(Sasquachuan)으로
    다니러 갔답니다.
    데이비드네 어머니는 신장 투석으로 힘들게 연명하고 있고 
    손 위의 형은 무슨 종류의 암 말기랍니다.
    이래저래 이번 방문은 좀 기간이 오래 걸릴거라면서
    데이빗과 그 가족을 걱정하고 쓸쓸해합니다.


    들고 간 반죽을 보여주니
    활짝 웃으며
    데이빗한테 전화걸어서 이 즐거운 소식을 전하겠다고 합니다.

    우환이 가득한 고향집에서 식구들을 돌 보고 있는 데이비드에게
    한조각 위로를 주려는 애틋한 배우자의 마음입니다.


    같이 걸어 나오는데 
    마이클의 심히 다리를 접니다.

    고관절까지 염증이 깊어진 까닭이라고 합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캐나다 시민이된 마이클은
    무릅 악성 관절염으로 마흔 다섯에 
    세계를 무대로 잘 나가던 해운업에서 
    손을 떼고 은퇴해야했습니다.

    중국어 영어 불어를 위시해 오개국어에 능통한
    유능한 비지니스 맨이었습니다.

    일에서도, 
    좋아하던 스키에서도 은퇴한 마이클은
    소일로 정원을 돌보는데 그의 정원은 
    소규모의 The Butchart Gardens(뱅쿠버 섬에 있는 유명한 가든)
    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수년전 마이클의 이웃에 이사해서
    풀한포기 없는 허허 벗은 뜰을 손질할 때
    마이클은 자신의 정원에 있는 꽃나무들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더랬습니다.

    '난 저집에 사는 마이클이라고 하는데 이집 새 주인 맞지?' 

    그의 첫인사에
    남성 외모에도 불구하고
    금새 아줌마끼리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을 만큼 마이클은
    타고 난 게이(gay)입니다.

    전 세계를 두루 다니며 각종 문화와 음식들에 익숙한 마이클은
    요리하는 것도 즐겨서 
    천천히 쿠킹을 하면서 손님을 편하게 대접하는데
    그의 손님 접대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답니다.

    느긋하게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주는 편안함이지요.



    마이클이 자신의 가든에서 나는 희귀종 초목들을 부지런히 분재해서
    매년 봄
    뱅쿠버에 있는,
    자신이 일주일에 이틀 발렌티어하는 병원의 
    환자 가족을 돕기 위한 바자회에 기부하는데 그 화분 수가
    엄청납니다.


    뱅쿠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데이빗이 작년에 정년퇴직한 이후론
    데이비드의 시내 아파트를 팔고
    마이클네 집으로 거처를 옮겨
    머리가 희끗한 두 사람이 오손도손 집 안팎을 부지런히 가꾸는 
    다정한 모습이 서로 의지가 되어 보입니다.

    거실에 있는 가족 사진에는 
    마이클의 늙은 어머니와 일곱 형제와 그가족들 속에
    마이클과 함께 나란히 앉아 포즈를 취한 데이비드의
    젊은 시절 모습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의 아흔이 다 되어가는 늙은 어머니가
    싱가폴의 더위를 피해 한달 쯤 여름 휴가를 마이클네서 보내는 동안엔
    데이비드는 주위에 얼씬도 안 합니다.

    남녀가 부부를 이루는 전통적인 삶을 살아오고 그것에 익숙한
    늙은 노모에 대한 두 사람의 배려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정성을 다해 가꾸는 아시안 배가 익기만하면
    눈깜짝할 새에 몰래 다 따먹는 범인이
    곰일까 오소리일까 추리하며 즐거워하고

    제초제, 살충제를 뿌리지 말자고 동네사람들에게
    캠페인을하고

    호스피스 프로그램에 발렌티어로 
    자신들의 은퇴 생활을 바쁘게, 유용하게
    채우려 노력합니다.


    마이클의 저는 모습이 고통스러워 보이기에
    타이태니움으로 무릅이랑 고관절을 갈아끼우고 나면
    좋아하는 캐나디언 록키로 하이킹 갈 수 있겠다며 격려를 하니
    심장병처럼
    목숨에 지장이 있는 병이 아니어서 수술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면서
    전국민에게 무료 의료혜택을 주는 캐나다 의료 시스템의
    약점을 토로했습니다.

    그래도 하늘 만큼 높은 의료비와 비싼 보험료 때문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에 비하면
    캐나다가 천국이라고 나랑 마이클
    두 아줌마가 입을 모았습니다.


    아마 잘된다해도 
    내년 봄이나 되어야 수술할 차례가 올것 같다는 
    마이클의 말에
    데이빗이 빨리 돌아와야 할텐데 하고 마음이 조려집니다.


    데이빗이 돌아와서 빵을 구우면 그 빵냄새가 얼마나
    구수하게 집안을 덥히겠냐면서 생의 반려자인 데이비드가 올 때까지
    누룩을 계속 살려두는 방법을 묻고
    열심히 배웁니다.



    참 
    빵굽는 냄새도
    밥 익는 냄새처럼
    단순하게 우리를 행복감에 젖어들게 하지요.


    2006년 7월 12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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