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옹기장이 니올라
    다문화사회 2008. 5. 3. 22:41
    옹기장이 내 친구

    아침마다 쓰는 찻잔은 투박하다. 
    작은 컵 밑에 만든 사람의 이름인 Neola Cole, 1993년 2월 몇일 그리고 ‘Have a nice day!(좋은 날이 되길!)’라고 쓰여 있다.

    니올라는 우리집에서 넓은 들을 셋 지나고 큰 강을 하나 지나서 차로 한 30분 가야 하는 동네에서 
    토기를 구우며 산다.

    할마버지적 부터 토기를 구워 ‘Cole’s Pottery’로 이 고장에선 이름이 나 있다.
    돌아가신 Neola 아버지의 작품은 수집가들이 모은다.

    내가 니올라를 만난건 한 십년 가까이 된다. 

    새로운 고장에 이사가면 언제나 ‘아는 사람들’을 만든다. 
    사는 곳 마다 내 고향 만들기의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 대상은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로 부터 시작한다. 
    그로서리의 점원, 동네 구멍 가게 주인,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등의 이름을 기억하고 나를 소개하고 적극적인 ‘good morning’을 하고. 좀 더 시간이 나면
    식구 상황도 물어보고 아이들 이름도 기억하고. 부모 안부도 묻고.
    그들에 대해 ‘알아’가는 사이에 서서히 친구가 되고 동네 이웃이 되고 
    ‘내가 사는 동네’가 된다.

    니올라는 그 하는 일이 일상하고는 좀 거리가 나지만 바쁜 일과에서 손을 놓고 한숨 돌리는 시간에
    만나는 친구이다. 그것도 아주 가끔씩 어쩌다가. 

    맘에 드는 친구랑 
    허름한 나무 식탁을 하얗게 다린 상보로 싸고 작은 들꽃 꽂아놓고
    노천에서 향기로운 차 마시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면 나는 니올라를 만나러 간다.

    그녀는 언제나 예외없이 담배를 피운다. 마치 담배를 물고 태어난 사람처럼.
    물레를 돌리는 그녀의 손은 흙처럼 투박하다. 
    목소리는 봄 흙처럼 부드럽다.
    그녀의 그릇들은 고온에 처리한 정갈한 자기들은 아니다. 유약을 발라 물이 새는 걸 막고 유약이 안 묻은 부분은 빨간 진흙이 화분처럼 내 보인다. 우리나라 질그릇이나 장독들 처럼 굽는다.

    언젠가부터 그녀가 심심풀이로 만드는 그릇 밑에 자신의 ‘느낌’들을 적어 넣기 시작했다.
    그릇이 크면 좀 더 긴 ‘느낌’을, 컵 같이 밑면이 작은 것들엔 ‘ Thanks, Lord(신이여 감사합니다)등의 
    짧은 글 귀들을.

    그녀가 만든 그릇들의 밑둥을 모아놓으면 대충 하루동안 그녀의 마음이 지나간 자리들을 가늠할 수 있다.

    그녀의 단순한 말들이 어떤 때는 여운있는 시가 되기도 한다. 
    시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느낌을 적을 뿐이라는 니올라의 글귀들은 
    단순해서 아름답다. 

    몇십년을 그렇게 적다보니 그 글귀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몇년 전엔 주에서‘folk artist’(민속 예술가)로 지정되었다. 

    신문을 들고 축하하러 달려간 내게 이미 손님이 여럿 찾아와 전해주었다며 자신의 
    기사가 전면에 난 신문을 여럿 켜켜이 펴놓고 수줍게 웃었다.

    액자에 넣어 벽에 붙이라는 내 충고에 두 손을 저으면서 펄쩍 뛴다.
    그릇 만드는 일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그녀의 작품들은 미국 전역으로 팔려 나간다. 캘리포니아로 뉴잉글랜드로.
    소매상들이 와서 도리해가서 어떤 때는 선반이 텅 빌때도 있다.

    이럴 땐 빨리 만들면 많이 팔지 않겠느냐고 내가 속되게 걱정해주면
    그릇은 그렇게는 절대로 안 만들어진다고 나름의 쟁이 정신을 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일상을 깨면서 무리 하는 법은 없다.
    손님들과 담소도 즐기고 담배도 피우고 뒷뜰의 채소도 가꾸고.

    여름에는 그릇전 입구에 토마토랑 호박 오이등을 쌓아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거져 가게 한다. 가져가는 사람들과 호박떡 
    만드는 법도 교환하고 새 샐러드 드레싱도 교환하고. 담배도 나눠 피우고.

    그래서 니올라는 예술가이다.

    지난 여름에 들렀더니 보지않던 새로운 모습의 항아리들을 여럿 만들어 놓았다.
    겉면에 사람 얼굴을 양각했는데 아주 익살스러운 표정들이었다. 
    어떤 것은 혀를 날름 내놓고 놀리는 모습이었다. 


    생활이 어딘가 힘들었느냐는 내 물음에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진흙 더미 옮기다가 허릴 다쳐서 몇주간 꼼짝 못하고 누워있었다며
    아직도 고통으로 구부정한 모습이었다. 오십여년 하루도 쉬지 않고 썼으니 
    미안해서 허리한테 불평도 못한다고 . 항아리의 익살을 보고 우리 들의 
    서로 아픈 곳을 그 익살들에 풀면서 둘이서 한참 웃고 또 웃었다.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멋장이 친구와의 대화는 지루한 계절들을 버티기엔 몇 벌의 새 옷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귀하다.

    흙은 언젠가 살았던 것들이 죽어 삭은 형태이다.

    그 흙을 매일 만지는 니올라는 우리 생의 한계를 느끼며 
    그래서 생을 매 순간을 사랑하며 사는 걸까?

    담배 가치 사이사이 
    그녀의 쿨럭거리는 기침소리가 깊어졌던게 마음에 걸린다.



    오늘 같이 겨울이 깊어 원시의 겨울잠속에서 못 벗어나는
    침체된 날엔 니올라를 만나러 가고 싶다.


    내가 소중히 아끼는 Tea Pot 밑에는 

    ‘The dogwood trees sure are pretty now.
    Also are the pretty spring flowers.’

    도그우드 나무들이 아주 아름답다.
    봄꽃들도 아주 아름답고.

    4월 10일 95년에 니올라 라고 쓰여 있다.


    (도그우드는 미국 남부지역에 봄에 피는 나무꽃이다. 
    꽃이 흰눈처럼 온 세상을 덮을 때 아팔라치안 산맥 이곳 저곳에서 
    도그우드 축제가 벌어진다.)

    (니올라(Neola)라는 이름은 태어날 때 산파(midwife)를 한 이 지역
    아메리칸 인디언 여인의 이름을 땄단다. 체로키 부족의 말로 
    새 삶(new life)이란 뜻이라고.)




    교포아줌마 올림
     
     

     

    '다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구니를 짜면서  (0) 2008.09.03
    미국 흑인 교회에 가면  (0) 2008.08.02
    선택하는 삶의 스타일-삶은 소일이다  (0) 2006.08.09
    옹기장이 니올라 후기2  (0) 2006.08.09
    어린 아이 울음-생의 축가  (0) 2006.08.0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