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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울림의 미
    다문화사회 2009. 8. 25. 23:33

    쑤우가 달걀을 또 가져왔다.

    지난 번엔 날이 더워 닭들이 산란이 줄었다더니
    요즘엔 아침 저녁 날이 쌀쌀해져서 알을 덜 낳는단다.

    크리스는 새 닭을 두 마리 얻어서 늙은 수탉 한마리 알 못 낳는 암탉 한마리를
    잡는다고 한 마리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수의사라서 동물도 잘 고치지만 잡기도 잘 잡는다.

    나이 든 양을 하나 잡아야하기에 당장 안먹는 닭고기를 캐닝해야하니 내게 한마리
    가져가라는 거다.

    뜰에 뛰어놀던 깃털 고운 닭들을 모이도 더러 주곤 했는데 어찌 먹을까 생각에
    노 땡큐 했다.

    나는 동물들을 보면 눈 맞추고 놀고 크리스는 눈을 안 맞춘다.
    그게 차이다.







    우리 강아지가 울타리를 넘어 이웃에 마실 다니는데 꽤 멀리 까지도 가곤 한다.
    요놈이.

    뤤디네 라벤다 묶음을 갖고 갔더니 달걀도 주고 토마토도 주면서 이런저런 말끝에
    요로조로 생긴 강아지가 자기네 들에 와서 닭들을 좇는다고 했다.

    에그머니나 우리 강아진데. 담엔 절대 못 나가게 조심할께.

    '남의 집 개가 와서 닭을 물어 죽이면 그 죽은 닭을 개 목에 묶어 주인에게 돌려보내.
    그럼 그 주인은 그 개를 죽여야 하는 게 이곳 오래된 농부들의 불문률이지.'


    내가 목을 자라처럼 쑥 집어넣고 소름끼쳐하니까 
    뤤디가 그냥 조심 좀 시켜달라는 거란다. 

    그리곤 밭으로 데려가서 고추냉이들을 보여주면서 가을에 많이 캐줄테니
    사지 말고 기다리란다.

    아마도 자기네 농가의 전주인은 일본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고추냉이를 그렇게 많이 심어 놓은 걸 보면.


    뤤디는 전직 미국 올림픽 스키 국가 대표 선수였다.

    이십대에 연습중 척추를 다쳐 휠체어에 앉게 된후 삼십년이 훌쩍 넘었다.

    몸 거동이 불편한 그의 농장 주변이 언제나 말끔하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일들은 스스로 하고 나머지는 도움을 받는다.

    우리 강아지 같은 녀석들이나 새들은 뛰지 못하는 그에게 아주 힘든 적이다.

    집주위에 앉아 한없이 오물을 뿌리는 비둘기를 그는 어느 하루 
    칠십몇마리나 총으로 쏴 죽였다고
    동네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소문으로만 들은 그가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그 집에 휘날리는 국기들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만국의 국기들을 하나하나 하루에 한개씩 게양해서 창공에 날린다.

    어떤 땐 스웨덴, 어떤 땐 남아공 어떤 땐 일장기....

    못 다 핀 올림피안의 꿈 때문일까?

    이젠 부자유스런 자신의 몸을 깃발에 달아 펄펄 하늘에 날리는 것일까?

    저렇게 꿈을 하늘에 다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일 수가 없다.

    라벤다를 들고 방문한 내게 그는 보통 사람이었다.

    휠체어에 앉아 나이가 든, 연약하지만 건강한 표정이었다.

    나는 조오기 산다고 그의 집에서 보이는 집을 가리켜보였다.

    뤤디는 혹시 태극기가 있으면 가져오라고 그러면 너네 나라 좋은 일 있을 때
    자신은 그일을 기억하고 국기를 게양하면서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고.


    유치환의 깃발이던가?

    '누군가
    처음으로 마음을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

    틀리게 기억하는지도 모르는 싯귀가 떠 올랐었다.

    동네의 적막을 가르고 따앙 땅 간헐적으로 들리는 뤤디가 쏘는 총성을 나는
    이젠 마음 놓고 듣는다.

    장대를 들고 새를 쫓을 수 없는 그의 장애를 이해하는 편한 마음으로.


    동네엔 온갖 사람이 모여 산다.

    리버럴에
    강경 보수파에
    히피에
    야피에
    글로벌리스트에
    극우 애국파에 기타 둥둥 바이올린 첼로....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며
    그런대로 하모니를 이루며 산다.

    강점 보다는 서로의 약한 면을 볼 때 인간으로 따뜻하게 닥아온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인간의 공통분모가 연약함이기 때문일까?









    <내가 좋아하는 첼리스트 요요마랑 뽕짝 가수 제임스 테일러가 하아머니를 이루다.>

    이천 구년 팔월 이십오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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